심심했는지 잘 자고 일어나서 마당에서 개앤히 굴러봤다.
어찌나 쪽팔리던지 순간 벌떡 일어났다.
앞집 옥상위를 먼저 확인하고
행여나 멀리 보이는 아파트까지 경계했다.
다행히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툭툭털고 일어났다.
몽이 밥주러 나왔다가 덩치 큰 그늠이 키대로 서서 좋다고 엉기길래 피한다는 게 몇 걸음 비틀 비틀대다가 그만 멀찌감치 있는 빈화분 있는데 까지 비칠대며 발레를 하다가는 종내는 화분울 끌어안고 난리 부르스를 친 모양이다.
겨울이라 낙숫물을 머금고 언 화분은 여지없이 산산조각 파편이 되어있었다. 빗자루를 들어 마당을 쓰려는데 마치 양수가 터진 것처럼 뭔가 척척하니 다리를 타고 주르르 흐른다.
뭘까? 싶어 손을 대보니 피다.
집안으로 들어와서
ㅡ 여보 나 사고친 거 가터
ㅡ응?뭔 말이고?
ㅡ나,여기 한 번 봐주라 !
하며 내게는 사각지대라 도저히 볼 수 없는 곳이라 잠옷 바지를 훌러덩 까내렸더니 피범벅에 소스라친다.
ㅡ 어이? 우째야 되노? 119부를까? 어디 병원으로 가야 좋노?
예전에 둘째를 가지고 만삭에 시작된 산통에도 나보다 더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는 양반이라
아파트 5층 계단을 아이와 함께 불안스레 내려갈 남편이 차마 못 미더워서 차라리 부른 배에 산통까지 참아가며 큰 애를 내가 들쳐 업었었다.
이번에도 그런 우려로 운전 등 실수 할 남편이 두려워 먼저 붕대로 응급처치를 시키니 엉성하기 짝이 없다.
전화를 해서 내가 다니는 동네 의원 가정의학과에 전화하니 할수있으니 얼른 오란다.
막상 다친 나는 출혈외엔 하나도 아프다거나 그런 증상을 못 느꼈다.
단지 갈아입은 옷이 또 다시 흥건히 피로 물든 것 외엔 ㅡ
깨어진 화분 사금파리가 옷을 찢고 들어와 뒷 허벅지에 칼처럼 꽂혔던 것이다.
상처길이는 여덟바늘이지만 ㅡ
당일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더니
그 다음날은 다친 다리 무릎 안쪽
근육이 놀랬는지 펄럭이며 경련을 일으킨다.
내 무릎을 쓰다듬으며 사과했다.
ㅡ미안해! 많이 놀랐찌? 내가 잘못했어~~
잠이 안 올 정도로 펄덕거리던 근육경련은 다음날 아침엔 멎어있었다.
다행히 동네 병원이라 매일 주사맞고 상처치료 받으러 다니기에 좋았다.
단지 고래잡은 머스마처럼 엉거주춤 걸어서 탈이지만ㅡ
사흘째 되는 날 부터 슬슬 온 몸이 아파와서 잠을 잘 수가 없다.
4 일차 부터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어깨는 빠질듯 아프고 다치지 않은 반대편 허벅지도 온통 피멍이다.
만약에 교통사고 피해자였다면 겨울을 살 뻔 했다. ㅎㅎ
따악 의자에 앉으면 걸리는 허벅지라 화장실에 가도 한 발은 목욕의자를 딛어야했고
주부다 보니 주방에서 좀 얼쩡거린 날은 다리가 빠질 듯 아팠다.
ㅡ에에이~ 올 해 토정비결에 연못에 낚싯대 드리우고 황금잉어나 낚는 괘라더니 ㅡ
이거야 원 너무 좋은 운세는 자칫 꽃가마(상여) 탈 운이라더니 ~ 거 참! 맞는 얘긴가벼~~
이젠 실밥뽑고 거의 15일만에 목욕을 다녀오니 살 것 같으다.
다친 다리보다 매일 맞는 항생제 주사에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더 아픈 죄없는 내 엉덩이~
너므 너므 아프당 ㅠㅠ
여태 딱 한 번 디스크 수술외엔 몸을 다치거나 상처난 적이 없었는데 서글프다.
입맛도 다 떨어지더니 이제 다시 식욕이 왕성해졌다.
치료는 아주 잘 된 모양이다. 동안 못 먹은 거 벌충하느라 온종일 아구아구 먹어대는 걸 보니.....
나 이제 중심도 잘못잡는 논네가 된 게 입증된 셈이다.
얼굴은 아무리 나이들어 두꺼워졌다지만 부끄부끄 앞서 가슴이 쏴한 이 마음 ㅡ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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