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앙은 어리고 미약합니다.

열광하거나 그런 건 없어도 그래도 잘 밤이나 잠이 깬 새벽이나 또는 잠을 못 이뤄 뒤척이는 밤엔 기도를 하곤 합니다.

 

거창한 기도가 아닙니다.

기도는 워낙에 어눌해서 그저 사도신경이나 주기도문을 반복해서 외우곤 하지요!

 

 

웅얼거리다 보면 그 날 정신이 산만했던 날은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대로 반듯하게 지낸 날은 기도문이 잘 외워집니다.

 

어쩌다가 사나운 꿈에서 깨어나 심장이 펄럭거리는 날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불위에 엎디어서 어눌한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는 편지로 쓸 때도 간혹 있긴 했습니다.

종이와 펜을 꺼내어 쓰기까지 할 때도 있었습니다. 외우는 기도로는 모자랄 것 같아서~~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드리는 기도가 아닙니다.

깨끗이 씻고 이부자리 속에 반듯이 드러누워......잠시 그 날 하루일과를 생각해 보다가

기도문을 외지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차례로 외우면 그 기도는 뼈대가 형성되고 진정 제가 원하는 기도들이 조금씩

차례대로 들어와 포개포개 서로 안기도 하고 손에 손을 잡기도 하면서 피와 살을 보태어 갑니다!

비록 웅얼거리는 동안 마음속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정리되면서요.

 

내 기도는 짚신세벌(즉심시불) 이야기와 무에 다르랴 싶습니다.

 

즉심시불 [卽心是佛] 뜻 사람의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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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좋으신 시 어르신들 가시고 나니(시어른은 집안의 지차이셨고 젊어서부터 신앙을 가지신고로 집안제사엔

제상에 올리지 않는 음식을 큰집에 사가지곤 가셨다 한다)

고인이 되셨지만 유언으로 추도일은 1주기만 지내고 씻은듯이 모두 없애라 하셨는데....

아무래도 차례는 지내야 가족이 화합할 것 같아서 내가 우겨서 지내는데 가족 모두가 둘러 앉아 가정예배를 드린다.

사도신경을 시작으로 찬송을 부르고 (평소 시 어르신들 즐겨 부르시던 누구나 귀에 익은 멜로디로~) 

망자를 위해서는 절대 기도하지 말리시던 시어른 말씀대로 그냥 명절을 함께 기뻐하고 가족들 간의 안녕을 비는 기도와 찬송을 드린다.

불교신자의 집에서 온 며느리들도 이젠 4번의 명절 차례를 함께 지내고는 이번 설엔 곧잘 기도문을 외고

찬송가도 부르게 되었다. 어쨌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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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부산 친정에 갔을 때 음력 5월 초하루 기장군에 있는 장안사를 찾았다.

 

장안사는 계곡이 좋아서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단다.

 

여동생이 하도 "언니야 장안사는 새벽에 오면 안개 낀 계곡이 너무 좋아~"

 

해서 함께 간 장안사는 사월초파일 연등이 달리기 시작하는 아담하고 알찬 사찰이었다.

 

다른 사찰에 비해 석조물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유홍준님의 글을 되새기며 동생에게 이야기했다.

 

"사찰을 구경 오면 말이다 첫째 그 절이 얼마나 오래 된 절인지 그 건축물을 눈여겨보고 

대웅전에 올라서서 그 절터를 한 번 가늠해 보는 거다. 예부터 사찰은 다들 빼어난 곳에 자리 잡았으니 왜 어떻게 좋은지 그 지색을 어림잡아 느끼려 살펴보고 어디가 다른 사찰과 다른 점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대웅전 벽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 해우소도 들러보고, 문창살도 유심히 보고 탑의 모양도(미술사적 가치)유심히 볼 것이며..."

 

언니랍시고 동생을 잡곤 아는 척 썰을 풀었다.

 

 일주일 앞둔 초파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붐볐다.

화단에 꽃들도 아주 정갈하게 잘 가꿔진 절이었다.

 

장안사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서 이, 가똑똑이도 실은 코끼리 꼬리만 잡아보고 왔다.

 

 

물론 동생이 말하던 들어가는 입구 계곡은 아마도 여름이면 세인들로 발 붙일 곳 없어 보였다.

 

그 날 들어서면서 계속 테이프로 스님의 독경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늘 같은 구절만 되풀이되었다.

 

 

아마도 끝절은 混尼佛(혼니불)인듯

아! 불교의 무지한 소치!!  구개음화로 들리는 홑이불의 환청!

"더퍼라 혼니불, 더퍼라 혼니불, 더퍼라...혼니부울 더퍼라~~"....

같아서 웃음이..절로.....( 죄송합니다. 정말 그렇게 들리데요)

안그려도 봄날이라지만 계곡에 앉았으니 오스스 추워오는데....

"자꾸만 홑이불 덮으라시니~~말씀만 마시고 하나 던져 주세요!"

해서 모두가 까르르~ 웃습니다.

 

 

아래 이야기가 늦게 사 생각이 나서 덧붙입니다.

비록 '덮어라 혼니불' 이지만...'짚신 세 벌'과 무에 다를꺼 있나 싶어 혼자 웃어 보았다.

 

 

이 짚신세벌 이야기는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가 숱하게 해주신 이야기 중에 하난지?

또는 어렸을 때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읽은 글 중에 하나인지 알 길이 없지만~

 

 

옛날에 한 짚신장수가 짚신을 메고 돌아다니며 "짚신세벌" 만을 외치고 다녔다 한다.

어느 사람이 그를 붙잡고 그 연유를 물어보니 스님에게 가서 늘 쉽게 외울 수 있는 불경을 가르쳐 달랬더니

짚신세벌이라기에 그렇게 외고 다닌다고 했다.

그 사람이 비아냥거리자 스님 말슴은 그게 아니다.

짚신장수는 벌써 자기 마음에 부처를 모셨노라고 말했다 한다.

그 이야기를 더 요약해 보자면~~

 

 

 

짚신 세벌

 

 

옛날 무식한 짚신 장수 한 사람이 도를 닦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승에게

찾아가 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승은 사심이 없는 즉각적인

마음이 바로 부처라는 뜻으로 ‘즉심시불’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 짚신 장수는 무식한 까닭에 ‘짚신 세 벌’이라는 줄 알고 여러 해 동안

‘짚신 세 벌’을 외우고 다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도를 깨우쳤고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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