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솥에 고은 배의 속살
김치를 담았습니다.
동치미, 오징어 젖갈김치, 순무깍두기, 호박게국지, 갓김치.....
배추 김치는 좀 있다가 담을려구요.
.....
종류가 좀 되는 김치를 다 넣자니
기존의 들어 있는 것을 모두 비워내야만 했습니다.
새로 담기는 쉬운데....정리하여 버리기가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것, 저 것, 여기 저기 찡 박아둔 기존의 먹꺼리들을 버리든지...
치우든지, 해야했습니다.
주전자에도 물이 가득 들어있으면 새 물을 부어도 그냥 넘쳐나기만 합니다.
주전자를 비워야만 새 물로 채울 수 있습니다.
기존의 나를, 예전의 나를 버려야 거듭날 수 있음을...
예전의 나를 미련없이 탈탈 털어버리는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혹,
두어 달 전에 나를 아셨다면
전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깊은 가을 어느날에 희망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일하며, 사유하며....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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