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꽃물 편지**
옥천이 낳은 천재, 정지용님은
그립고 보고픈 사람 생각나면 달맞이꽃이나
달개비꽃 따다가 으깨어 꽃물 편지를 보냈다.
내 어렸을 적에는 도라지 꽃물편지가 유행이었다.
크고 잘 생긴 도라지꽃을 꺽어
손에 든 아이들은 이번에는 개미를 잡으러 다녔다.
큰 개미일수록 좋다.
왕개미 두어 마리를 잡아다 도라지꽃 속에 집어 넣고
잎을 오무려 출구를 막아 버리면
그 안에 갖히게 된 개미는 다급한 나머지 오줌을 싼다.
소위 개미산을 내뿜는 것이다.
도라지꽃잎은 원래 신비스러운 보랏빛이다.
여기에 개미산이 가세하여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도라지꽃은 보랏빛에서 붉은 기를 띈 절묘한 혼인색으로 변하게 된다.
물고기들이 번식기가 되면 아랫배 부분이 밝그레하게
붉은 기운을 띄는데, 이것이 바로 혼인색이다.
그러나 개미산과 결합한 도라지꽃은 이보다 훨씬 환상적인
색깔이 된다.
그 도라지 잎을 으깬 다음, 백반을 넣고 다져 그걸
잉크삼아 편지를 쓰는 것이다.
백반을 넣어야 편지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밤새워 썼다 찢었다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편지가 완성되면 다음 날,
점찍은 여자 아이의 손에 쥐어 주면 그걸로써 끝!
그야말로 백발백중이다.
어릴 적에 그 이야기 듣고, 느린 세월이 원망스러웠다.
어서 자라서 도라지 꽃물편지 쓸 나이가 되면 멋진 편지 써 보리라.
하지만 난 한 번도 그 편지를 써 보질 못했다.
도라지꽃물 편지는 일생에 단 한 번만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써 보리라...고 벼른 게 어언 몇 십년이다.
한 번은 써 봐얄텐데...
글/瑞卿
Daum cafe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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