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중에 뭐가 돼..?*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는
강변 잔디위에
딸아이와 나란히 앉았다.


훈훈한 바람결에
사과밭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아빠, 물이 흘러서
바다에 가는 건 알겠는데
나중에,
뭐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


긴 머리를 쓸어올리며
딸애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뭐가 되냐고? 응 그건 말이다.
작은 여울에서
강이 되고 큰 바다가 되는 건 알지?


그러면, 햇살을 받아
바람을 타고 하늘에 오르면?"


"그야,구름이지 뭐."


"그리고, 또?


아주 아름다운 거 있지?"


내 물음에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치던 딸애가 한동안,
머리를 주억거리더니 생각이 난듯


"아,알았다. 무지개다.맞지?"


"그래그래, 또 말이다. 풀뿌리가 마셔
대궁을 타고 올라가면 뭐가 될까?"


"피이..그거야,풀잎이지 뭐."


내 물음이 너무 싱거운 듯
혀를 낼름 내밀며
목젖이 보일만큼 크게 웃는다.


"풀잎보다 더 예쁜 것도 있을텐데?"


"또 예쁜거야?


아빤, 아름답고 예쁜 것만 찾아?"


"허참, 이를테면 말이지,
그 왜 있잖아?"


딸애의 눈망울이 잠시
반짝이는가 싶더니


"음..알았다. 꽃이야,꽃"


숨가쁘게 대답을 하고는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한다.


그래 꽃이 되지, 빨갛고 노랗고,
그리고 생명이 되고 사랑이 되고..


봄볕아래 하얗게 빛나는 물위를
새가 날고 있다.


"아빠, 꽃이 되고 그 다음..
맨 나중엔 뭐가 돼?"


딸애는 반쯤 뜬 실눈을 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먼 하늘에다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하늘에는 흰구름이
몇점 흘러가고 있었다.


"가만있자, 뭐가 될까? 응 그렇지,
아주 작은 새의 눈에 머물면
그리움이 되지.."


"에게..겨우
그것 밖에 안되는 거야?"


딸애는 뭔가 부족하다는 얼굴로
내 대답에 시큰둥해 지고 만다.



그렇지, 지금 네겐
너무 어려운 말인지 모른다.


좀더 커서 하루에도 열두번
거울앞에 서는 날이 오면 그때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겠지..



햇살을 받아 바람을 타면
구름과 무지개가 되고,


뿌리가 마시면 잎이 되고 꽃이 되고
사랑이었다가 그리움이 되고..


딸애야, 사실은 아빠도 그 다음은
뭐가 되는 지를 잘 모른단다.


너무 크고 많아, 있으면서도 없는..


마침내,


우주(宇宙)가 되고


끝내 무(無)가 된다는 것을


쉽게 설명할 수가 없는 걸 어쩌겠니..



강 위쪽에서 물새 우는 소리가
낮게 멀리 들려오는 오후,


물위를 작은 새 한마리가
그리움으로 날고 있다..









*그 때의 딸애가 자라서
지금은 대학 3학년이 되어,
전화 한통 없다가 아쉬우면
"아아빠아.." 한다.

서울이 뭐가 그리 멀다고...................







글/魚來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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