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밟기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아스팔트 위에선 힘은 필요치 않아요
속눈썹 위로 우산살처럼 퍼지는 햇살이
온몸을 뚫고 발바닥까지 간지럽혀요
두 개의 동그라미 속으로 바람을 챙겨 넣어요
간혹 주위도 살피면서 핸들을 꺾어요
오솔길 입구에선 숲 속의 향기를 맡아요
버려진 종이컵의 알파벳도 시가 될 수 있어요
솔방울들이 놀이개처럼 뿅뿅거리네요
가만!
작은 소리가 들려요. 풀밥소리
자전거 바퀴에 개미가 울고 있어요
구름 속을 달리는 비행기 마냥 윙윙거려요
서서히 굴려보세요
굴러가는 바퀴가 조그맣게 흔들거려요
오르막길이 시작되네요
그렇다고 서둘지는 마세요
어디까지나 방향이 틀려서는 안돼요
지금은 땀을 쏟을 때가 아니에요
호흡을 맞춰가며 좀 더 세게 밟아봐요
힘을 내세요
그리고 앞만 보세요
이젠 신호등은 필요 없어요
계속 힘차게 굴려보세요 좀 더 세게 더 세게.....
오 하느님!
당신은 언제나 바다 깊숙한 곳에만 떨어뜨리는군요
하늘을 나는 일은 결코 없게 되나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여요
예쁜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로 날개를 치면
내 몸은 먹혀버려도 좋을 만큼 작은 조개알이 되어요
무지개 빛이 반사되어 내 몸은 다시 인어가 되고
동그라미 두 개가 허공을 향해 빙빙 돌고 있어요
내리막길이에요
내 몸은 파도에 일렁이는 물미역이 되어
미끈거리다 미끈거리다 풀풀히 흩어져요
그래도 자전거 밟기는 언제나 새로움을 줘요.
글/peace
Daum cafe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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