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지 길가에는
지난 주만 하여도 노오란 민들레가
첫돌바기 아가처럼 앙증스러웠는데
며칠 사이 그 고운 민들레 마저도 쇠버렸습니다.

첫 봄 꽃,
민들레 산수유 개나리...유채꽃,
거의가 노란색입니다.
노랑저고리...
초록들판에...노랑이라니...
이 아니 고운 색이던가요?

옛날부터, 노랑저고리는 아가씨를 이름이였습니다.
녹의 홍상...빨강 치마에 초록색 저고리가 새아씨이듯,
아가씨...즉 처네(처자)들은 노랑저고리로 표식을 하다니...
참으로 기막히게 어울리는 색갈의 표현이라 생각지 않으세요?

민들레는 쇠하고...
민들레 홀씨가....둥그렇게..작은 솜사탕처럼..
호르르르 날릴듯....
강 둑에 서서
이제 곧 바람만 불어오기를
그렇게들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이 곳
오늘,
창밖 풍경은 참으로 진기했습니다.
눈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게 아니라
땅위에서 쏟구쳐 올라왔습니다.

이 곳은
은사시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14층까지도 수월하게
거꾸로 날리는 눈이 되어
산도 넘고..바다도 강도 넘을 것 같은
가벼이 훨-훨~~몸을 날리는 꽃 가루......

오늘
왜.....은사시나무의 꽃가루 솜털이
제 맘에는 그다지도 부러워 보였는지요...
마구 봄 햇살이 번져 나는 허공을
아래에서 위로...위에서 옆으로,
군무하듯 날리는 ....

나도,
어디론가
훨~~ 훨~날아가서는
볕 바른 곳에 뿌리를 내리고
비 오는 날,
이름없는 간이역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어느 시인의 은사시나무
한 그루로 진정 다시 태어나고 싶었습니다.




꽃가루가 날리는 어느 봄날
글/이요조



*이정하 시인의 은사시 나무*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
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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