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눈*


병원에서
집에만 오면 불안했다.
밤에는 잠이 오질 않았다.

낮엔...
괜스레 컴이라도 잡고 있어야지 아니면 내 마음 둘 데를 몰랐다.

한 이태전에도
내 아이는 양성이지만..
종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주로
청년기에 걸리는 골육종들로
앳된 청소년기 아이들이 있는 암 병동이였다.

청소년기는 뼈에
장년기는 근육에
노년기는 내분비계에 암이 성행했다.

요즘은 많이도 낳지 않는 아이들...
에미들은
암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또래의 엄마들 끼리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그들의 절망과 어두움을 찾아보랴

그들은 즐거웠다.
간호하면서도
울고 있질 않았다.

웃었다
건강한 여늬 사람들과
똑 같았다.

"엄마! 엄마~"
자꾸만 불러대는 아이
"싫어 나 니 엄마 안할래"
......
"저기요 아줌마!"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웃었다.

집에가면 집안에서
동네에서 이웃들이
모두 수군댄다고 그랬다.
"저집 아이 암이래"
"어머 어쩜!!"
마치 엄마와 아이는 무슨 죄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고 했다.
눈치보기에도 지겹다고 했다.

그러다가 병원에 와서
같은 처지의 같은 이웃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그렇게 마음편할 수가 없단다.
동병상련이란 말이
그렇게도 마음에 다가설지 몰랐단다.
함께...병원주방에서
아이들 김밥을 말고
함께...횟감을 사다 먹이고
엄마들은 주방에서 모여 앉아
숨겨온 소주들을 한 잔씩 하는 모양이였다.
마치 수확여행나온 엄마와 아이들 같았다.

머리를 박박 민 아이들은
(어차피 보기싫게 빠지므로)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에서 즐거운 경주를 했다.


아니면 어찌 견디랴...
그 시련을...
아...
이제사
그 때 그 일이
이해가 가는 ...
새록새록...수긍이 가는 일인줄..

재차 입원한
병원,
내 아이 곁에 가면..
그 불안 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불면의 밤으로
한없이 뒤척이던 잠이
작은 보조 베드에서는 사라진다.
차렷 자세나 겨우 웅크린 새우잠으로
잠 투정할 겨를 이 없다.
눈에 보이면 덜하다.
막상 아무렇지도 않아 좋다.

키를 늘이는 정아..
양쪽 다리 모두
무거운 이자이로프를 끼운 채
나사를 돌려야 하는데..(하루 네 번)
거꾸로 돌렸놨다.
(나사가 하도 많으니까)
주치의 왈
" 아~~ 키 줄이려고 오셨구나~ "
병실안은 일순 모두
너무 웃어...
배를 잡는다.

그래...
막상 폭풍의 눈 속은 이리도
고요한 거구나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어 보이는 것이로구나...

나도
딸 아이랑 씨잘때기 없는 이야기로
키들거려본다.
주치의 간호사...흉도 봐가며....
마치 피크닉 나온 사람들처럼,

그랬었다.
폭풍의 눈이였다.
눈,
그 가운데는 오히려
잠잠하고 고요했었다.

반 발작만
벗어나도
숨 쉴 겨를없이
감겨오는
회오리임을....


그 한가운데
늪 속의
죽음처럼
무겁고
깊은 고요임을....


글/이요조








그대여
당신은 아십니까?
폭풍우 속에 그토록
나를 감동시키는 그 무엇이 있는가를

폭풍우가 휩쓸고 지날 때
어찌하여, 나는
더욱 강해지고
삶에대한 확신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폭풍우를 사랑합니다.
자연속의
그 어떤 물상 보다도
몇 배나 더 사랑합니다.


1912, 8,14. 칼릴지브란.
















*밤의 눈(어둠을 지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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