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았다.

지난밤에도
하, 달빛이 교교해서 누워서 방 하나가득 들어오는
달빛을 맞아 놀았는데도...

오전 5시가 못 되어 희부염 밝아지자
더 자려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반바지에 모자에...두꺼운 면양말을 챙겨 신었다.
갑자기 그가 보고 싶었다.

어머니께
조금 늦어도 걱정마시라고
그리고 가능한 빨리 오겠노라며
집을 나섰다.

먼저 재래시장으로 갔다.
새벽이면...
아무데나 차를 세울 수 있어좋다.

부지런한..
늘 새벽을 여는 그들의
새벽을 조금은 나눠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배추와 내가 좋아하는 머윗대 두 단과..
살아서 혀를 움직이는 대합조개와
성게도 그닥 크지 않지만 잡혀 온 게 억울하다는 듯
집게를 바싹 올리고 달겨드는 좀 어린 작은 참게와
(ㅎ~ 난, 참게의 시원함 보다는 발라먹지 않아도
될 아삭한 껍질 채 깨무는 맛을 더 즐기나 보다)
그리고
좀 쇴지만 그래서 싼맛에...먹을만한 키 큰 두릅나물과...
물좋은 고등어 자반과(국산은 등무늬가 흐림)

마트나 백화점에서 좀체 만날 수 없는 물건들을 사고는
그를 만나러 갔다.
신흥 대학교 옆으로 난길...원도봉산 가는 길
아마 6시도 채 못 되었으리라
쓴 모자는 무색했고 반소매 옷은 무척 썰렁했지만..
아무도 없으니..차를 매표소 지나 포장 끝 간데 까지 끌어 올린다.

사찰이 너무 많다.
더러는 초파일 등이 채 걷혀지질 않았다.

원도봉산으로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등산길이 마냥 오솔길로 조붓하다.
산책하기엔 그저 그만인 것이...

오르다 보니.. 이름모를 민둥 바위 한 봉우리가(도봉산 中) 옆으로 비껴 선다.

"헉~~ 내가 이렇게 높은 곳을...
아~~ 중간지점 더 되게 차를 끌고 왔었지"

天中橋를 지나 極樂橋도 지나 한참을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어지러워졌다.

그래도 미련을 대고 다시 내려가는길로 가다가
또...다리를 건느고...
다시 올라가야할 길 앞에서

"내가 왜 이러지...기압탓인가?"
늘...아이 병실에만 있으려니 운동 부족이였나?
조금 더 가 볼까 하다가 되돌아섰다.

영 몸이 이상했다.
내려오는 공터에 돌로 다듬어놓고는'세계적인 등산가
몇 고지를 ....정복한 누구의 자란 동네가 바로 여기'
라는데...
지금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지러웠으므로....

기압탓이였다면
아마 그가 이런 깊은 산 골짜기에(도봉산 속에??) 집을 두고 있었던
효력인가?

아무튼 그 이름이 생각나진 않지만 무엇이든
자라나온 환경은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되나보다.

**(산악인 엄홍길이 어릴 때 살았던 곳이라네요)

어제는 쾌청했는데?
기압이 더 작용하는지? ㅎㅎ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늙어가는 탓으로 돌려버리지 뭐,


산을 오를 때는 느리다.
정말 느림의 미학이 따로 없다.
천천히 올라 가다보면
얼마나 많은 중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는지

사람들은 등산화에 지팡이까지 챙겨들고 무엇이 급한지
허걱대며 오르기만 한다.
물론 높은 산을 등반 할 때는 제대로 갖춘 복장이 좋으리라
하지만...
나처럼..
기껏해야 오르내리는 데 3~4 시간 할애할 산이라면...
발 편한 신발 정도만 갖추면 ...
난 언제나 떠날 수 있다.

돌아서 내려오는 길..
오를 때도 언제나 바쁘진 않았지만
난, 언제나 하산을 즐기는 편이다.
좀 일찍 왔더라면 아카시아 꽃으로 덮힌 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아직도 아카시아꽃을 많이 달고 있는 나무도 있었다.
길바닥..바위위에 노오란 감꽃처럼 떨어져 마른 꽃..

물위에 갇혀 하얗게 떠있는 꽃의 잔해들....
한 일주일 전만 왔어도
꽃 속에..꽃 향기에 흠씬 취할 수 있었을 텐데....

바닥에는 마사토처럼 뒹굴어 쌓인 꽃..꽃들...
떨어져 누운 꽃 들을 보며...벌써 썩어서 유기질로 환원도 되었을
꽃들...

"그래 내 이 한 몸도 저렇듯 허망한 유기체임을...."

나무다리에 떨어진...꽃 다리 ..그 위에선...
가볍게 뛰어 보다가 빙그르르 돌다가

"아, 담비다"
청솔모를 만났다.
꼬리가 좀 가스스하지만..
먹을 게 ... 줄 게 아무 것도 없는 나 자신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새벽..매표소에서 표를 안 끊어도 되는 것 보다
이런 매표원이 잠복해 있는 걸 오늘은 깜빡했디.

먹을 게 부실했을까?
보기에 병약해 보이는 담비는 이나무에서 저나무로 기어오르다가
높은 가지에서 이가지 저가지로 점프하면서도
관객인 날 의식하고 있다.

난 귀빈석에 앉아있는 의젓한 관객처럼 꼼짝않고 턱을 치켜들고
그의 몸 동작을 차분히 지켜 봐 주었다.

마음 속으로는 끊임없는 우호적 테레파시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으며...
'아 잘 하는구나...그래 나 여기서 즐겁게 보고 있단다.
너도 날 보면서 하는지 다 알아 ....
멋져...정말로....'

나의 속 마음을 알아 들었을까?
떡갈나무 가지 끝에서 끝으로 옮기는 묘기를 부린다.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 아니다.
아직은 이른 아침..나뭇잎들 가득 머금고 있는 이슬방울들이
막 떠 오른 태양빛으로 보석처럼 쨍한 빛을 내며
아래로 아래로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들이였다.

"세상에...."

아! 이런 감동이.....
온 산이 온대지가 태양마저도
아니 내가 잠 못 이루던 지난 밤 달빛 마저도
함께 협심하여 이루어 낸 극치의 모습을
담비가 안내하여 이렇게 보여 주다니...
보석같은 이슬 방울의 낙하로,

난 주변의 이슬을 손에다 묻혔다.
그리곤 얼굴에 대고 문질렀다.
손도 닦았다.


산초 나무를 만났다.
'허브가 별 겐가..이 게 바로 허브 아닌가?"
허브 식물은 우리 몸의 피를 맑게 해주고
탁한 머리도 개운하게 해 주는 점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난 산초잎을 몇 가닥 꺾어 작은 잎을 하나씩 떼내어 잘근거리며 내려왔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오른다.

"안녕하세요?"
산초잎늘 질겅이느라 그랬는지
한적한 곳에서 만난 아저씨라 멋쩍어 그랬는지..
"아..예"
어눌한 대답을 한 게 부끄럽다.
좀전에 내가 핑~ 돌려 어지러울 때..
만약의 불상사라면
내 생명의 은일일 수도 있는
산사람들이잖는가?

한참을 내려오다
아주머니를 만났다.
먼저 반갑게 인사했다.
여기 사람들은 산초를 즐겨먹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들 잘 모른다.

"안녕하세요? 이 것 허브거든요 한 잎씩만 깨물며 올라가세요"
"이것 먹는거예요?
"그럼요"

그 아주머니랑 나랑
환히 웃으면서 헤어졌다.
입안에 알싸한 맛과 냄새 만큼이나 상쾌한 새벽이다.

얼른 집에가서
손 끝에 물이 시커멓게 묻어나도 좋을 머윗대를 까고
배추를 절이고
참게 된장찌게를 하고
자반을 노릇하게 굽고
저녁에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대합을 넣고 미역국을 끓이고
머위는 볶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무치기도 하고
일부는 말리기도 해야지.

정면으로
떠오르는 햇님에 눈이 부셔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얼굴을 가렸다.








ㅎ~~~ 오늘은 약간의 근육통 수반하면서,
지난 자정서 부터 무거워지던 다리를 접고 앉아서....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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