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렁각시 같은, 밤톨만한 다섯 놈을 떠맡게 된 것은
순전히 내 가벼운 세치 혀의 방정 때문이었다.
그 날 나는 남편을 따라 그의 친구 집을 방문하게 되었었는데
나만 보면 유독 스스로를 <노지심>이라고 자처하는 그 분은
온 집안에 널널하게 벌려놓고 세상의 온갖 것들을 키우기를 좋아했다.
온갖 기묘한 분재며 수집한 난초들과 물고기와 강아지와 .....거기에
나에게 새로운 운명의 짐을 지워준 그 녀석들까지.
실은 녀석들은 그 부인의 몫이었지만
부부가 이상한 습관이 있어서 서로 상대방의 소유를 업신여기고 헐뜯고
마구 아무에게나 주어버리려고 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즐기곤 했는데
하필 그 날 내가 그들의 놀이에 희생제물이 된 것이다.
“사모님, 우리 달팽이 녀석들 좀 구경하시겠습니까?”
“네? 달팽이도 키우십니까?
“그럼요, 여보 마눌, 당신 달팽이들 좀 구경시켜 드려.”
나는 달팽이도 집에서 애완으로 기를 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기했다.
어쩌다 배추 단에 묻어 들어오는 민달팽이나 개구리 따위를 절대로 죽이지 않고
베란다의 화분들 속에서 살도록 놓아두던 나로서는
녀석들이 유리단지 안에서 그 미끈하고 허연 목을 드러낸 채로 유유히 포행하며
거드름을 피우는가 하면 접었다 폈다하는 안테나의 모습까지
그렇게 신선하고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던 거다.
“어머, 예쁘네요.”
나는 웬만하면 멋있다고 하고, 좋다고 하고, 예쁘다고 하고, 맛있다고 하는 버릇이 있다.
나쁠 것 없지 않은가?
듣는 이는 기분 좋고, 말하는 이는 매너가 좋은 아낙이란 인상을 줄 수 있어서 좋고........
“정말이세요?”
그 때 저만치서 남편에게 새로 촉을 나눈 자신의 난초화분을 보여주던 그녀의 남편이
어느새 그림자처럼 다가와서는
“여보 마눌, 당장 이거 싸드려. 응? 응? 알았지?”
기가 막혀.
노지심 아저씨께서 예의 그 습관이 발동하기 시작한 거다.
금세 달팽이 세간 낼 한살림이 차려져 대기 상태가 되어졌다.
어쩌랴. 예쁘다고 한 죄로 9마리중 5마리의 달팽이를 분양받게 된 것이다.
그녀도 질세라
“여보, 제주 한란 몇 촉 싸드리세요.
딴 것도 맘에 드시는 거 있나 더 살펴보시구요.“
하하.
얼결에 우린 난초 화분 서너개와 달팽이 단지를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마눌의 식구를 내어 쫒으며 득의만면 회심의 미소를 짓던
그 노지심 아저씨의 짓궂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삼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