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이즈음의 들녘을 거닐어 보자.

마지막 햇살 받으며 초록물결 넘실거리는

보리밭이 좋으리라.

노을 묻혀오는 바람에 보리들은 춤을 춘다.

자진모리 장단과 진양조 장단이 교대로

이어지면 보리들은 여기에 맞추어

넘실거리며 춤을 춘다.

5월의 청보리밭은 세상 가장 푸근한

초록이었다. 처녀들은 밭두렁의 쑥을

캐면서, 까까머리 머슴애들은 버들피리

불면서 보리 익기만 기다리던 희망의

색깔이었다.

해질 무렵의 보리밭은 모두의 유년시절

기억이 묻어있다.

하루 일과를 마감하려는 새들의 분주한

재잘거림이 정겹게 들릴 무렵, 종일 풀을

뜯어 배가 남산만하게 부른 암소 한 마리가

무덤가에서 느림 울음 길게 토해 내면

원인모를 슬픔 덜컥 밀려 온다. 그게 너와

나의 어린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청보리가 가장 좋은 곳은

포항 호미곶이다.

이곳은 바다 바람이 강해서 쌀농사를 지을 수

없어 보리만 키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청보리 축제를 연다.

그 호미곶 청보리 들녁에 서서 보리의 강렬한

생명력을 느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온 날과 살아갈 날을 한 번 쯤 보듬어 보면서...


* 님들 좋은 하루!!


瑞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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