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봉!
딱 짬봉 한 그릇이면 지긋지긋한 감기가 뚝!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따악 짬뽕 한 그릇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았다.
머리가 무지 아팠다 뇌엽의 갈피갈피 사이마다 고춧가루를 뿌렸거나 아주 매운 연기가 자욱한 것처럼 아팠다.
해서 스스로 찬 물수건을 얹었다. 빠질 것 같던 눈알이 시원했다.
정신을 좀 차린 후에 열을 재어보았다. 그래도 38도가 넘는다.
어른들은 왜 열에 약하지?
죽만 먹다가 그것도 신물이 나서 저녁 먹기를 버티다가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겠기에
밤 9시나 넘어 시킨 짬뽕 한 그릇....
역시 중국집은 빠르다
드뎌 눈앞에서 어른거리며 나를 괴롭히던 짬뽕님이 도착하셨다.
우선 국물만 조금 마셨다.
역시 예상대로 맛있었다.
무지 뜨겁고...무쟈게 맵고...화끈하고.....얼큰하고.....그래서 씨언하고....
오! 오매불망 내가 그리던 그 모습 그대로임이 분명한지고~
그 다음엔...호박과 양파 건데기도 스리슬쩍 건져 먹었다.
또 그 다음엔....홍합도 하나 얼른 건져 먹었다.
그리고 ...그다음엔 간이 부어 오징어 한 쪼가리까지....부은 간뎅이는 가출을 해번지고..
결국엔 다꾸앙에..양파까지,
맵고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진땀이 솟아 입었던 윗옷을 훌러덩 벗어 던졌다.
그리곤 먹다말고 큰 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먹는데도 기진 하더라
정신을 차리고는 일어나서 재도전,
다시 국물을 마시고....면발을 한 번 건져 먹고는 도저히 도저히 못 먹겠더라
아, 이 아까운 것을....아픈 와중에도 이리 맛난 것을....목전에서 포길 해야 한다니
음머, 500원어치도 채 몬 묵었는데....아끕따!
누워서 속이 조금 언짢다 싶었는데 그런 대로 만족~ 만족~
새벽녘에 드뎌 사단이 났다.
완전 오뉴월 장마통에 난리 난 하늘처럼
이리로 우르릉 쾅쾅 저리로 우르릉,,쿵쾅~ 난리도 이런 난리가 있을 수 없다.
마치 큰일을 작은 일 보듯 수도 없이 수월하게 드나들던 화장실
입천장과 혀가 마치 본드 붙인 것처럼 들러붙는다.
탈수다.
우선 입천장과 혀를 잘 닦고 물을 먹으니....물이 통 먹히질 않는다. 물이 디따 맛이 없다.
해서 옥수수차 두 개에 보리차 하나를 넣어서 진하게 끓여도 보았는데 영 아니다.
물도 정말 맛없어서 못 먹겠다.
병원에 다녀왔다.
제 잘못을 제가 고자질하기 좋은 데는 병원 밖에 없다. 으사쌤님은 피실 피실 웃었다.
"그러게 음식 조심하셔야지요?"
지금은 좀 수월하다.
컴퓨텨 앞에 앉은 것은 그나마 괜찮은 상탠가 보다.
다 낫고 나면 내 기필코!!! 그 집 짬뽕 맛을 제대로 보고야 말 테다.
(호부 3500원 짜리에 이리도 회가 동하다니 별일이로군~ 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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