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일기>

2001, 7, 26. 17:05.

-아이고~~~~ 속상해 죽겠네 !!-

엊그제 23일부터 25일까지
이곳 광주대학교 후기 신입생모집 접수기간이었다.

내가 가고픈 외국어학부 는 아예 신입생모집이 없고
그런대로 가고픈 문예창작학과 2명 사회복지과는 단 1명 뿐
검정고시 합격자 자격으론 어려운 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 이다.
참다 못해 어제 오후 1시엔 학교에 갔다가 입학원서를 다시 들고
돌아서는데 가슴만 미어진다. 갈 곳도 없다 복도에 서있다.

밖으로 나와 그늘 밑에 앉았다. 공연히 답답해진다. 엉엉 울고 싶다.
마구 투정만 하고 싶다 화가 치밀어온다. 어디 가서 악이라도 쓰고 싶다.
누구에게 원망도 할 수 없고 뉘 잘못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러지?

쉰일곱, 이 나이에 무슨 대학? 내 뒤통수에 대고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가자 벌써 5시다.
집에 돌아오는 운전대는 방향을 잃었다. 끼~익!~~~~

다행히 가드레일 덕분에 냇가에 빠지진 않았다.
미쳤다. 미쳤지 미쳤어. 네 자신을 알라. 내년에도 갈 수 있는 걸…….
욕심도 많다. 공부한지 반년 만에 학교 못 간다고 속상해 하는 거냐?

속 하나도 없는 요한이 에게 이럴 때 누가 소수한잔 하자하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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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1일. 17:58.

-합격 ! 떨리는 내 가슴을 열어보실래요?-

40년 전 이맘때쯤
꼭~잡고 있던 가방 끈을 놓쳤습니다.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허공을 헤매는 내손에는 잡히질 않았습니다.

**

4.19 때 고향 부여 뒤로하고
돈 안 드는 학교 찾아 일가친척 하나 없는 광주로…….

의. 식. 주 홀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고2중퇴! 한 맺힌 학업!
대망의 꿈은 있으나 없는 것.
배고픔은 날 가로 막았습니다.

작년11월7일, 영어만 배울게 아니라 해보자!
네 시간씩 잤습니다. 금년4월5일 시험을 치렀습니다.
오늘 합격통지서 받았습니다.
눈물이 나와 자판이 느립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지금.............

별것도 아닌 것이 나를 이렇게 기쁘게 하네요.
대학교에도 가볼 겁니다. 금년 가을에.........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아서 우리 열린마당님들께
자랑 한 번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한 올림―

**

저 오늘 낮 12시에 편지 한 장 받았습니다.

광주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외국어학부 합격통지서 !
혹시 나 불합격 될까봐 여러 날을 묻혀 있다가
오늘은 온~ 세상이 다~내 것인 양 너무 좋아서
열린마당님들에게 자랑합니다.
저 팔푼이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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