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흰색 우산을 준비하고 나를 맞았다.
베이직한 면바지 위에 잘 어울리는 검정 베스트,
그 위에 걸쳐 입은 베이지색 자켓....
그녀는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봄비 내리는 명동에서 백합처럼 밝고 예쁜 그녀를 만났다.
좀은 차갑게 느껴지는 샤프함이 볼 때 마다 나를 기분을 좋게한다.
내가 든 작은 쇼핑백을 말 없이 자기 몫으로 가져간다.
팔짱을 낀 다른 한 손으로 우산를 받고,
자신의 키를 내게 알맞게 맞춰준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 오는 시각에 백화점으로 갔다.
얼마 전에 지난, 내 생일 선물을 꼭 챙겨 주어야 겠단다.
그녀가 미리 봐 두었다는 실크 스카프는 한 눈에 내 것이었다.
사랑인 양, 보드랍게도 금세 내 목을 휘감아 내렸다.
뜻밖에 10% d.c까지 받는 행운도 얻었다.
다시 팔장을 끼고 봄 비 내리는 명동 거리로 나왔다.
산채비빔밥과 항아리 수제비를 시켰다.
각자 다른 음식을 시켜서 두 가지를 동시에 맛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였다.
늦은 저녁을 먹고 그녀가 다시 또 재촉을 한다.
"Seattle's Best Coffee"
1-4층이 온통 다 커피숍이다.
3층까지 다리품을 팔았으나 빈 자리가 없다.
4층까지 올라갔다.
비오는 날은 창가에 앉아야 한다며 기어코 나를 창가로 안내했다.
무슨 커피를 마실거냐고 형식적으로 묻고는 아래층으로 간 그녀는
10여분 후에 예쁜 종이컵에 담긴 맛난 커피를 손수 배달해 왔다.
그곳은 self 였다.
달콤한 생크림이 소복이 얹혀진,
그 위에 길다란 쵸코렛이 살풋 걸쳐진 커피....
향 좋은 커피가 아니더라도 우린 충분히 행복하였다.
창 밖에는 봄비가 부슬거린다.
연인들이 우산을 받고, 더러는 그냥 총총히들 지나간다.
그녀와 나는
조용조용 내리는 봄비를 행복하게 바라본다.
우린 한동안 말을 아꼈다.
고른 치열과 반듯한 이마에서 그녀의 예쁜 마음을 읽는다.
거기에 알맞게 가미된 유머와 적당한 애교...
그녀는 어디에서 왔을까!
합리적인 사고,
반듯한 품행..
그녀는 예쁘다.
그녀는 가끔 내 핸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기도 한다.
사랑한다고.
아프지 말라고...
어느 연인이 이토록 곱고 풋풋한 감성을 지녔을까!
그녀를 키워 낸 바람같은 세월이
오늘, 찔레꽃 향기처럼 아픈 한을 던져 준다.
그녀는...
그녀는...
지천명의 어떤 유부남을 "아빠" 라 부르는 예쁜 숙녀이다.
그녀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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