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산비둘기
..
길가로 문 하나 열면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꼬부랑 할머니 무릎짚고 나와 길바닥에 모이를 뿌려 줍니다.
산비둘기 한마리 다리를 절룸거리며,
자리를 옮겨가며 흩어진 쌀알을 먹고 있습니다.
한톨, 두톨, 그리고 할머니 한번 올려다보고....,
이른아침 달동네 같은 도심속의 빈가들이 모여사는
한 동네 좁은 골목길에서의 광경입니다.
의지할 자식들이 없어 홀로 사는 할머니의 손등이며
얼굴에 검버섯이 돋은 할머니, 한손은 굽은허리를 지탱하려
무릎을 짚고 프라스틱 모이 그릇을 든 손이 가늘게 떨며,
모이먹기에 열심인 산비둘기에게 연민의 정을 주고 있습니다.
카키색 브라우스에 회색 몸베 차림을 한 꼬부랑 할머니를
산비둘기는 매일아침 이렇게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늦은 가을 어느날,
동네뒤 텃밭에 채소를 돌보러 꼬부랑 허리를
나무지팡이에 의지하며 갔다가 밭언덕 아래 이랑에서
할머니를 보고 도망가려 퍼덕거리는 산비둘기를 보고
다가가니 다리에 절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새잡이 포수의 납탄에 왼쪽다리 발목의 뼈가
부서진 것이었습니다.
무우씨뿌린 받이랑을 발톱으로 후비고 주둥이로 쪼아내던
놈이지 싶어 그냥두고 오려 하였으나,
안쓰러운 마음에 잡히지 않으려는 놈을 부여잡고
근근히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약을 바르고
헝겁을 감아주어 치료하며,
늦가을 부터 할머니와 같은 방에서 동거하며
따뜻한 방안에서 겨울을 나게 되었습니다.
붙잡아 집에가서 치료해 주려하니 기를쓰고 도망가려
퍼드득 거리던 놈이 이제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합니다.
산비둘기는 할머니 손에서 치료되었으나
다리뼈 접골이 잘못되어 옆으로 젖혀저 짧아진 한쪽 다리를
절룸거리며 생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처음 할머니집을 방문하였을때,
할머니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성질이 급해
온 방안을 휘젖고 다니면서 벽이며 유리창에 머리를 쥐어박으며
탈출 기회만 노리던 놈이, 이제는 할머니와 친숙해져서
방안 한켠에 자리를 틀고 할머니 외출때는 집을 지켰습니다.
봄이되니 산으로 되돌려 보내도 얼어 죽을리 없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산비둘기 다리 상처도 다 아문터라,
붙잡아 길가에 내어 놓았으나 할머니따라 방안으로
들어가려 또 퍼드득, 안쓰러운 마음에 다시 들여 놓기를 여러번,
할머니는 슬펐습니다. 나 죽으면 너 돌보아 줄 사람 없으니
너같이 못난 절룸발이 산비둘기를 누가 돌보아 주랴며
밖에 내어놓고 문을 걸어 잠그니,
이틀 밤낮을 할머니 방문 밖에서 닫힌문을 바라보며
애틋하게 소리낮춰 울더니 산으로 날아가고,
다시 홀로된 할머니는 몸이 불편한 자신의 신세가
산비둘기와 같다며 눈물을 짓습니다.
그날 이후 산비둘기는 매일아침 해뜨기전 할머니를 방문하였고,
아침나절을 방의 열린 문안의 햇볕 가리개의 발너머 할머니 모습을
바라보며 길가에 쪼그려 앉아 보냈고, 할머니는 모이를 다 먹었으니
어여 산으로 가라고 돌려 보냈습니다.
그러던 첫여름 어느날, 그날 아침에는 산비둘기가
할머니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간밤은 비바람이 몹시도 몰아쳐 할머니의 방 북쪽 창문을
빗방울이 세차게도 때리던 밤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궂은 날씨탓에 온몸이 쑤셔왔고 잠못이룬
불편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으나
산비둘기가 보이지 않아 못내 아쉬워 하였습니다.
간밤의 비바람에 몸이 성치않은 산비둘기가 어찌되었는지
깊은 한숨속에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던 낮이 지나고 비갠 저녁이 왔습니다.
자리를 뒤척이며 잠을 청하려는 때였습니다.
방문밖 구구거리는 산비둘기 소리에 행여 하는 마음으로
몸을 추스려 문을 여니,
산비둘기 도심 전기불빛따라 할머니집 찾아와 처연하게 부르짖는 소리에라!
윤서
'공부합시다 > 퍼오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행자............................................................글/솔향 (0) | 2002.07.18 |
---|---|
상서로운 징조가 보인다!.................../ 바람과달 (0) | 2002.07.18 |
담배를 피우는 여자............... /풍란 (0) | 2002.07.16 |
가을의 초입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남도사랑 (0) | 2002.07.13 |
달무리................................./魚來山 (0) | 2002.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