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황톳길 따라 한가로운 가을바람 쉬이 감을 자랑 마라.
주름진 중년농군 걱정 많은 이내심사 삶의 노정 애달프단다.
어느 농부 수고로운 땀흘린 수확이련가!
식탁 위에 탐스럽게 잘 익은 옥수수 하나
고향 냄새 향수 불러 나도 몰래 손이 갔지요.
알차게 빼곡이 잘 여문 알들이 노란색 정다웁게 곱기도 하군요.
감사의 마음으로 한 알 한 알 자연의 먹거리를 음미하노라면
고소한 그 맛에 어느새 나는 추억 속을 달립니다.
미끈하게 훌쩍 큰 키를 자랑하며 시원스레 뻗은 푸른 잎새들은
언제 보아도 대자연의 아늑한 어머니 품속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발산하는 싱싱함 그 자체입니다.
올 가을 옥수수 작황이 좋으면 작은누나 시집보내겠다고 찌들은
수건하나 머리에 두르시고 부지런히도 호미자루 놀리시던 그해 가을날
때아닌 폭풍우로 씨받이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쓸어가 버렸습니다.
그 옥수수 밭에서 망연자실하며 서러워 통곡하시던 그 때 어머님의
모습이 아련한 기억으로 노란 옥수수 알들 속에 한처럼 맺혀 있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은 말없이 때가 되면 가을을 알려 옥수수 알들을 여물어
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