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말렸지만 소신을 운운하며 지원했었다.
가는 날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날 돌려보냈다.
보름을 밥 때만 되면
싱크대 붙잡고 숨죽여 울게 만들더니...
한달 뒤
'해병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글을 쓴 편지가 왔고 면회는 오라 할 때 오라고 했다.
8개월 후 부대 이동이 있어 수원으로 가는데
서울역에서 차를 바꾸어 타는 한 시간의 틈이 있다 하였다.
8개월만에 본 녀석은 지 키(1미터85센티) 만한 자루를
짊어지고 손이 더덕더덕 터져 있었다.
고기 쌈을 입에 밀어 넣어주며
뜨거워지는 목젖을 진정 시키느라 진땀이 났다.
하얀 얼굴 긴 손가락에 자고 싶은 데로 자고, 먹고
싶은 데로 먹던, 피아노도 잘치 던 대학3년 녀석이
하필이면 우겨서 해병대를 지원 할 줄이야...
녀석을 보내고 나는 산을 탔다.
그것도 천 미터가 넘는 산만 골라서 타기를...
녀석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덕분에 전국의 웬만한 산은 다 섭렵해버렸다.
그 아들이 제대를 했다.
헤라클레스를 닮은 팔뚝을 만들었고,
화장실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도 잠잘 수 있고,
하수도 물을 마셔도 배탈이 안 나는,
멋지고 대견스러운 사나이로 다듬어져서 왔다.
이제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지 않겠다고
내년 복학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들의 어머니들이여,
눈물을 감추고 해병대를 보내 보시라!!!
부모가 못 가르치는 것을 나라에서 공짜로 가르쳐준다.
포항 하늘의 별도 보기 싫다 했건만 지금은 더 정겹다.
나라에 감사하고 해병대를 사랑합니다.
* 아들은 올 3월에 복학을 했고 학비는
본인이 해결하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