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푸른 인연
인연하나
작년 어느 가을 날이였다.
병원에 입원중, 병상에 누은 아이는 심한 자괴감에 빠진 나머지
대학생활서 부터 줄곧 사귀어 오던 아이가 문병을 오자
엄마인 나를 잠간 나가 있으라고 했다.
좀 있다 들어 오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 아이는 서먹하니 내게 가보겠노라 인사하고
나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으나
그 다음날 아이는 내게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말해주었다.
"엄마..나 이제 승우 오지 말라고 그랬어요"
".................."
--그래 그래 딸아 네가 일일이 말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구나~--
"왜 그랬니?"
"승우도 이제 졸업인데..취직 공부해야지요"
"그래 잘 했다"
아이는 그런 후 마음을 애써 숨기려 했지만
늘 속내까지 드려다 볼 수 있는 에미의 눈까지는 덧씌울 순 없었다.
딸아이가 암팡지도록 다부지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에미가 아이의 눈치를 보는 나날이 늘어갔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느날,
내려서지도 못하는 침대위에서 아이는 온몸에 쥐가 나는
통증을 일으키고 너무 아파와서 ...아무도 손가락하나
대지 못하게 하는 처절한 고통은 정말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였었다.
아이는 아픔을 빌미삼아 고함지르며 울었다.
이 엄마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음을 알고는
혹 내게 무슨 큰 죄가 있어서 내게 이토록 잔인한 형벌을 눈앞에
보여주시는 것 같아 나도 함께....울 도리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었다.
정형욋과에선 지금도 간호사들이 통증을 물어 올 때
"10점이라면 몇점?" 하고 묻곤한다.
--아~~ 어찌 통증이 하나 같이 같을 수 있으랴?--
아이는 그 때의 그 통증에다 늘 기준을 두는 모양이다.
하기사 마치 생으로 다리가 잘려나간 만큼 극심한 고통으로
울부짖었으니,
난, 이 모든 게 다 어미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사귀던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꾹꾹, 내색않고
잘 참아 내던 아이였는데,
난, 아이의 그런 마음에 다소라도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릴까? 건강할 때 결별도 아플터인데...
제일 친구의 위로가 필요할 쯤에...결별을 하다니.....'
그 당시 나도 메일로만 절친하게 잘 알던 사이버
이성친구에게로 자꾸만 쏠려가는 마음을 접기로
아니 순을 영원히 자르기로 혼자 마음 먹었다.
그냥 혼자... 덤덤하니 냉냉해지면 되는 것이였지만...
연두빛 아련한..알지못할 새잎으로
이 나이에 자라오르는 이성친구에게로 향하는
주책같기도 한 ....차마 부끄러운 나의 뒤늦은 감정을 황망히 추스려 정리하듯
결별하여 다소나마 아이 심정에 동참하기로....
오랜기간 절친한 사이인 내 아이도 이렇게 분연히,
결별을 고하고 병상에 누웠는데...다 늙은 에미가 한갖지게
이 무슨 해괴한 짓이람!...그래..지워 버리리라
내 시퍼런 강물에 몽땅 띄워 보내리라.
나는 바람을 맞으러 달려나갈 강을 하나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이란 사이버에...
마음이 울적할 때면.. 달려나가서는 딸아이의 심정도 되어보다가
그 아픔을 좀이라도 이해 해보려 글을 쓰다가
아이에게 그 느낌을 늘 이야기 해 주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 두 모녀는 어두운 터널을 함께 절뚝이며 벗어 날 수 있었다.
마치 이인삼각 놀이처럼......
제절로 들어 온 독자중에는 하루종일 내 생각을 했다며
함께...술 한 잔 나누지 않겠느냐는 젊은 이혼녀의 메일도 받았고
이유모를 연민속에서...
어두운 강 언덕에서 부르는 내 슬픔은 푸른강물에 잦아들듯
그렇게 내 노래는 이어져 갔다.
아이는 어느 날
"엄마 이젠 이 사진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며 지갑에서 승우의 사진을 꺼내 들고 환히 웃었다.
---'그래...나도 이제 멜 친구따윈 만들지 않으마~'----
마주보며 웃는 우린 뭔지모를 이슬이 눈가에 함께 고여왔다.
딸 아이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우린 훌륭하게 함께 고통을 치루어냈다.
가슴을 저으며 흘러가던 그 시퍼런 강물이 생각났다.
얼마나 잘 흘려 보냈는지 이젠 그 강 이름도 잊어버렸다.
더듬어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푸른강"이 이름이었을테고
주제는, 슬픈 노래는 흘러 시가되고 강물이되어~
뭐 이랬을 것이다
가슴으로 함께 아파해주는 좋은 독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거의 강 저편 목적지인 피안에 다다르는 게 보였으므로
난 그 강에서 벗어 나왔어야 했다.
누구에게 보여지려고 쓴 글이 아니었는데...
그저...실연한 사람이겠거니...뜬금없이 속단하며
연연해 하는 사람들의 보내오는 위로의 멜이 싫었다.
아마..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메일 기피증만 걸렸나보다.
구정 전날... 푸른강을 폐쇄하겠노라는 전체메일을 띄웠다.
왜? 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 이유를 구정 전날 자정, 삭제 한 20분 전 쯤
누가 보든 말든 마지막 글을 쓰겠다고 말했었다.
이 이야기는...
그 푸른강에서 따라 걸어 나온 인연하나...
지금은 미루나무 그늘에 쉬고 있을
'사진'님이 있으므로 해서...
기억 저 편 강 언덕으로 난
아스라한 인연의 발자국 하나 남아 있기에....
지금은 자時...
새햅니다.
음력으로도 틀림없는 새햅니다.
음식일을 하다 만 젖은 손을.....하고
글을 써 내려 가려니...
잘 써지지가 않는군요
그래도
오늘 밤 자정 전,
푸른강을 조용히 폐쇄해야만 한답니다.
제가 있던 미루나무에서.....
뭔가 가슴속이 답답해지면 이 강으로 내달았지요.
아픈 아이가
몇년 사귀던 아이를 돌려 세우고...
힘든 투병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를 바라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이 어미도
딸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친구와 단절을 예고했더랬습니다.
내가 어찌 딸 아이 같았겠습니까만...
좀이라도 그 심정 이해해 주고 싶었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사람을 잊는 게 무에 그리 대수겠습니까만...
아이에게 미안했고.....
좀이라도
내 아이에게 속죄가 될 것도 같았습니다.
이제 이 강물에 띄웁니다.
모든 것을 씻어 버리겠습니다.
아이도 이젠 잊었습니다.
저도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푸른 강은 그래도 여전히 흘러가겠지요
여전히.......
17분 뒤면 "푸른강"은 조용히 눈을 감을 것입니다.
모든 사랑을 푸른 강물에 감싸 안은채.......
둥- 둥.. 흘러 갈 것입니다.
http://column.daum.net/Column-bin/Bbs.cgi/yojo/dsp/zka/B2-kB2Fn
이제.....
곧......
02/12 저 여기로 왔습니다. 23
한참 일하고 있는 중에 자정을 조금 넘긴 그 순간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선생님께선 설마..하시겠지만 어쨌든 전 선생님께서 가슴 갑갑해 하심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인연은 무서운가 봅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훨 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 선생님은 문 하나를 닫으시고 한숨 쉬시며 계시고..
선생님 마지막 자락은 못 뵈었지만 돌아서신 발길 촉촉함을 느낍니다.
이제 여기로 다시 옵니다.
그전만큼 안아주십시요./ 사진(독자)
이젠 그 것도 세월이라고
지나 놓고나니
이렇게 담담히 얘기로도 할 수 있네요.
침묵속에
강물이 잠잠히 흘러가듯...저 또한
별 일 아니었던 것처럼 이렇게 할 수 있는 날도 다 오네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글/이요조
자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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