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무수한 '곳' 에서
미루나무 가지처럼 무수한
너와, 너는, 너의, 너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란 처음부터
흐르지 않는 사소한 연못들과 같았던 것
불멸처럼

저 타오르는 미루나무의
알 수 없는 가지,가지마다에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 , 것이다

나는 강변의 불빛들이 오랜 기다림처럼 밝혀있는
번창한 만 (灣) 의 부두를 걷고 있다 그리고 조금 후면
모오든 다리를 건너 네가 올 것이다

이 석양이 지고, 어둠이 오면
나는 지금도


- 함성호 (36) '나는 지금도 미루나무 숲에 있다' 중



나는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그늘이 되기보다는

저 높은 곳에 한 점 혼을 새기리라

나는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주기보다는

드높은 이상을 곧추 세우리라

보듬어 주는 가슴은 없어도

묵묵히 지켜주는 눈은 있다

나그네들이 찾아와

시원한 그늘을 달라고 떼를 쓰지만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더 세찬 바람을 맞고

힘차게 몸을 흔들어 댈 뿐

지친 사람들이 원망하며

내 곁을 떠나간다고 해도

앞서가 달래지 않으리라

세상 어디서든 내 모습 볼 수 있도록

이 벌판에 곧게 서 있으리라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루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지난날 국도에 끝간 데 모르게 줄 서 있는
미루나무를 우리는 '영원의 나무' 라고 했다.
미루나무라는 이름보다 포플러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다.

그런 영원의 나무가 지금에 이르러서
새삼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나무로 나타났다.
'너와, 너는, 너의, 너를' 이라는 토막나는 도마뱀 같은
존재의 파편들이 제2인칭으로 달려온다.

이어서 '나는,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고 있을, 있었을 - , 것' 으로
무척 현학적인 서술이 이어진다.
숨은 그림 같은 연애시로 살아난다.
이 시인에게 세월이 지나가면 이런 황홀한 기호의 해독 (解讀) 이 가라앉으리라.



고은〈시인〉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







★ 아주 특별한 고운 님을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으로
정중하게 초대합니다. ★

**대문을 녹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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