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절, 소년.소녀들만 보세요.


새로 난 서해안 고속도로는 모양만큼이나 시원스레 뻗어있다.
주말이지만 늦은 시간이라 그다지 차량은 많지 않은 듯하다.


서쪽하늘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해가 지는 모양이다.
서해의 낙조는 언제 보아도 장관을 이룬다.


7.3키로의 서해대교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야간 조명장치로 인해 더욱 아름다움을 뽐낸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다리 - 바다위를 연결한 한국인의 의지가 다시금 뿌듯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차를 세운다.
봄이 한창이지만 이상하리 만치 차가운 바람이다.

이곳에서 석양을 맞다니 !!!!

소녀는 정말이지 우리나라의 서쪽의 모습이 이토록 아름다운 지를 처음 알았다.
사실 서해안을 달려보긴 난생 처음이다.
소녀는 동쪽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서해대교를 지나 바로 연결되는 송학램프로 차를 진입시킨다.
한적한 국도지만 4차선의 뻗은 도로엔 정말이지 고요할 정도로 통행차량이 뜸하다.


갑자기 차 속에서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왠일인가?
옆에 있는 소녀의 얼굴이 어둠속에서도 상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소년은 안심하라는 듯 조용히 소녀의 손을 잡는다.


송학 전망대는 안섬휴양지의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단다.
소녀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설렌다.

언덕에 올라서니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라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밀물에 부서진 파도의 하얀 포말이 귓전을 울려 바다를 느끼게 하고,
그리멀지 않은 곳에 떠있는 고깃배의 휘황한 불빛이 바라보는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소년소녀는 말없이 어깨동무를 한다.
서로 아무말이 없어도 그들은 무수한 언어로 속삭이고 있으리라.


아름다운 바닷가의 야경에 취해 두사람의 마음은 뜨거운 감동으로 젖는다.
두사람은 감격에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소녀의 두눈이 촉촉히 젖어있다.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동자도 이미 눈자위가 붉게 젖어있다.


그들은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소년이 가만히 소녀를 감싸안는다.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소녀의 온몸에 가벼운 경련이 인다.
가슴으로 전해오는 소녀의 심장소리.....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온다.
철썩, 처얼썩................................


소녀는 소년을 재촉하여 밤바닷가로 나갔다.
방파제 앞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없는 행복감을 느껴본다.

아 !! 정말 꿈만 같다......
내 일생 이렇게 숨막히는 기쁨에 젖어 본 적이 있었는가?


소년은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어느 틈엔가 소녀는 화음을 넣어 부르고 있었다.


소녀는 생각한다.
-그래, 오길 참 찰했어-

이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
어쩌면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도 몰라.
정말 멋진 사람과의 추억의 밤 !!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한 이 밤은 영원히 기억 될 거야.

저 멀리 어두운 뱃길을 비춰주는 등대의 불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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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부동반으로 송학, 안섬휴양지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1시간 지근거리의 작고 조용한 마을 이었는데
정말이지 한폭의 소설이 씌어지는듯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곳 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작이지만 한단락 엮어 보았습니다.
여러분, 소년소녀시절의 기분으로 한번 돌아가 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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