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까지만 해도
나같은 살찐돼지에게서 육수를 한 방울이라도 더 쥐어짤듯 대들던 무더위도
어느듯 꼬리를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몸을 움추리게하는 가을이 왔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낙엽의 계절,
튜울립의 계절이라 한다.
이번 가을은 태풍 루사의 심술로 풍요로움 보다는
우울함과 허탈감, 아쉬움의 계절이 될것 같다.
튜울립은 "가을의 신"이
아리따운 꽃따는 처녀를 탐하다 "정조의 신" 다이아나의 훼방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자리에 핀 꽃이란다.
봄이 여인들의 춘정을 자극하듯
가을은 남정네들의 추정(?)을 끝도없이 끌어올리는 계절인것 같다.
나도향의 "물레방아"에서 신치규가
방원의 아내와 수작을 부린곳도
휘어청 달밝은 가을밤의 물레방아간 이었으며,
김동인의 "감자"에서 복녀가
왕서방과 통정한 곳도 가을밤 감자서리 현장에서다.
요즈음 가을을 맞이하여
극장가에 등장하는 영화들도 가을을 더욱더 심란하게 만든다.
시동생과 형수의 불륜을 그린 "중독",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은 아내와 시골의사간의 정염을 불태우는 "욕망",
또
몇해전 중년 남자와 불치병에 걸린 젊은 여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제목도 "뉴욕의 가을"이다.
화사한 여인들의 알몸을 보일듯 하던 옷차림이
점점더 옷소매의 길이가 늘어나
남정네들의 시선을 초조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포유류들은 가을에 짝짓기를 가장 많이 한단다.
대검찰청 발표에 의하면 일년중 9월에 간통사건이 가장 많으며,
성범죄도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아마, 가을은 사랑(?)을 만드는 계절인가 보다.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고,
무언가가 자꾸 그리워 진다.
한 여름 무더위 때보다 더욱더 목마름이 생긴다.
공연히 옆구리가 허전해지고 정서불안 현상이 나타닌다.
이번 가을에는 다이아나의 눈을 피해
오래오래 간직될 아름다운 사랑게임(불륜?)을 꼭 하고 싶다.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지 않는 사랑을 말이다.
아아!!
어디엔가에 있을 사랑스러운 내 님을 손꼽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