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짚기/오해 ...............꺼꾸리


딱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주 내내 그런 기분으로 지내야 했다.

몇 년 전 한 학부형이 교실로 찾아와
자녀에 대한 상담을 하고 갔는데
그녀가 떠난 자리에 웬 비닐 백이 남겨 있었다.

그 땐 학부형이 찾아와도
봉투라던가 선물 같은 걸 안하던 때라
의외의 기분으로 슬쩍 봉투 안을 넘겨다 보니
이게 웬 일!
거기엔 생리대가 얇은 비닐에 담겨져 있지 않은가!

이걸 선물이라고 주고 간 것일까?
담임한테 물건을 주면 안된다니까 이런 방법을 쓴 것일까?
이걸 끌러봐?
아니면 아이 편에 돌려 줘?
좀 정신 나간 여편네 아니야?
담임을 완전히 뭘로 본거야?
내가 혹 칠칠맞게 옷에 묻히고 다닌 적이 있었나?

별별 생각을 다 하다가 그 주를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그런데
한 열흘 후엔가
그 엄마가 급식 당번이이어서
급식실에 왔다가 일 끝나고 교실에 들렀다.

나는 그 때까지 그 엄마가 놓고 간
비닐 백을 내 책꽂이에 살짝 밀어 놓고는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 비닐 백이란게 짙은 남빛에
가운데 세로 줄 무늬가 두 줄 쳐져 있어서
책만 꽂아둔 곳에서 얼른 눈에 띄었던지

그 엄마가 내 책꽂이에 눈길을 주다가 얼굴빛이 붉어지며 한다는 말이

"어머머! 선생님! 저거, 저거...."

"예? 아, 그거, 맞아요. 엄마가 접 때 두고가신... 그런데 애 편에 돌려 보내기도 그렇고 해서...."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약국에서 정신없이 돈만 주고 그냥 왔나보다고만 생각했어요.
여기다 놓았으리라곤 전혀 생각을 못하고요. 할 수 없이 가다가 하나 또 샀지 뭐에요."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그 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하며... //


얘기를 하다보면 금방 풀릴 것도 꽁한 마음에 입을 닫고 있으면
오해는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르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할 얘기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만 말고
스스럼 없이 털어놓을 일이다.
아무 얘기나 수다스럽게 하자는 말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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