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친가(思親歌)를 부르며 *



아버지!



억새꽃 숲이 차지해 버린 가을빛

한껏 들이켠 수면 같은 하늘은

낮달의 목 울음에 차 있습니다.



오늘따라 고독할 수밖에 없는 설운 이유는

학처럼 긴 당신 목에 걸쳐 있는

얄찍한 가을빛 때문에...



한 생애의 유년이 하늘로 치솟던

내 인생의 분수령

엄격하셨던 그 앞에서

마음 놓고 함부로 딩굴어 보지 못한

가난한 사랑 때문인지

요즈음 유독 아버지를 부르고 싶습니다.



꽃물살 일렁이며 햇살 잘게 바스라지는 날엔

초록 하늘에 하얀 뭉게 그린 파장을 보내며

당신 목 솜털 하나 하나에 심어 본

못 다한 자정(慈情)

그곳에서도 못난 딸이 걱정되십니까.



이별은 또 다른 해후를 내포한 것

계절 흘러 억새꽃 바람에 지듯

나 또한 떨어져 다시 태어나면

또다시 당신의 딸로서 만나고픈

서러운 자위(自慰)

우리 만날 수 있는

뛰는 희망으로 연소(燃燒)되길 원하면서



아버지의 그리움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채

붉은 혈맥 속에서 울고 싶은

사친가를 목놓아 불러 봅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 혜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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