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오노, 나의 아빠]

 




이 글은 독후감도 그 무엇도 아니다.

그냥 내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리고 싶었을 따름이다.


XX문고 회원이면서도 나는 온라인으로 책 한 권을 신청한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은 잘만 하더니, 나는 기껏 베스트셀러나 신간 검색수준이다.


책은 한문협회원이 되어보면 이름도 알 수 없는 같은 장르의 문인들 책을 일주일이

멀다않고 심심찮게 받아 볼 수 있다.

보내주신 성의로 보아 일일이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전해 드리면 좋으련만,


그냥 겉봉투도 뜯지 않은 책,

아니면 꼭 읽어야지 하는 책,

꼭 읽고 편지를 드려야지 하는 책,

책도 받아들면 각각 그 느낌이 다양하다.


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쩌다 보니  근 20여년 전 우연한  발단이

지역 동호인들 글을 모아 워드로 쳐서는 문방구에 갖다 줘서 복사 프린터해서는 직접 호스키스로  제본했던 일을 시발점으로

교회 선교지 부터(스폰서를 구하고 글을 받으러 다니고)

사이버 카페 동호지, 1, 2권까지....참으로 많이도 배웠다. 을지로까지 나다니며,

 

블로그 글도 글이라고 여기저기 작은 잡지사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선히 거절했다.

문예지 원고 청탁도 실력이 딸려 사절하는 터에... 내심 자칫 중간도 못 갈까봐 겁이 나서이다.

활동이 없는 문인이지만, 잘못 돌린 글로 실수를 초래할까봐서 조심스런 게다.

사이버 글도 활동도 없지만 글은 올리지 않는다.


블로커끼리도 안면이 생기면 책을 보내주겠다는 분이 계셔 주소를 물어오지만...

난, 한 분에게 그냥 그 메일을 따 먹고는 그 분과는 요원해진 꼴이 되었다.


책, 책, 출판물의 홍수 속에서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연히 출판사를 하나 알게 되었다.

책을 보내주신단다. 물론 내 대답은 단연 'no' 였다.  공짜로 받는 책은 싫다.

느낌이 다르다.  애착이 생기질 않아 대충 훓어볼 뿐, 끝까지 잘 읽히지가 않는다.

왜냐면 요는 정말로 책 뽄이 구경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제일 궁금하지만,


아들에게 책을 사오라 부탁하고 어젠 밤늦게 외출했다 들어왔다.

밤 10시시만 넘으면 나는 심한 안구건조 증에 시달려 컴퓨터도 꺼리는데

어젠 새벽 2시까지 책을 읽었다. 마지막 부분은 채 읽지 못했지만,


새 책을 손에 들면 나는 아이들이 사탕을 받아 든 것처럼 먼저 오감으로 느끼려 한다.

손으로 표지를 만져보고, 지질을보고  지질의 빛깔도 보고,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도 맡고

먼저 겉장그림과  에필로그, 뒷장 프롤로그 등을  요리조리 다 음미한 다음 본문으로

들어간다. 물론 다른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유명 작가 '장지오노'의 맏딸이란다.

어려서 쳐다본 아빠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쓴 정말 그림엽서 같은 책이다.


나는 읽으면서 차츰 나의 어린 날들을 떠 올렸고 ....

마치 내가 쓴 내 유년의 이야기를 읽는 듯  행복했다.


문득 떠오르는 책 한권

그 책에 코를 빠트린 기억은 나지만 끝까지 읽었는지? 그리고 그 말미는 어쨌는지 기억에는 없다.

내가 고등학교시절에 읽었던 '헤세'의 [데미안] 어떤 눈으로 읽혀졌는지 지금은 잘 모르지만 나는 그 당시 한참 사춘기를 앓았었고

데미안을 읽으면서 나는 바로 데미안과 나를 일치시켜서 숨을 죽이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이란 바로 그래서 좋은 것이다.

일치점을 찾아 혼연일치가 되어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의 내부를 깊이 드려다 볼 때,

나쁜 것과 바람직한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데미안] 우리는 이 책 속에서 쉬 좌절하고 끊임없이 자책하는 한 젊은이의 초상을,

그러나 생에 대한 올바른 탐구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한 젊은이 바로

그 속에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이어주고 있는 순수함과 진실, 또한 근원적인 어떤 것과

관련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저자 '알린 지오노'는 나의 유년시절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설령 밤나무 대신 감나무였고 고양이 대신 강아지였고 인형이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들 단지 정원대신 뒤뜰이었을 뿐,

데미안을 읽으면서 한창 내가 앓던 젊음의 고뇌..좌절 그런 것들을 함께 앓았다면

[장지오노, 나의 아빠]를 읽으면서 나의 행복한 기억의 유년시절을 떠 올렸다.


행복하다고해서 경제적으로 차고 넘칠 만큼 넉넉했다는 그런 뜻은 아니다.

어린 시절...미처 세상을 몰랐으니 고민도 걱정도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을테고

단지 사랑이란 울타리 안에 아무런 걱정 없이 자랐다는 그 점 말고도 나의 아빠는

내게 있어 사랑의 근원을 가르쳐주신 분이시다. 

유난히 가정적이시고....내 아이들이라면 끔찍히도 위하셨던, 우리들은 어쩌다 귀가가 늦으시는 아버지를 졸음을 참아가며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부지 손에 들려 올 그 무엇을 기다렸던,

기억속에 한 번도 빈손으로 집에 들어 오시는 법이 없던  내, 아버지~~ 


‘알린 지오노’처럼 나도 정원에서 뛰어 놀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다.

정원이라 부르기엔 뭣하지만,


내가 자라던 집 앞마당은 시멘트 마당이었고 뒷마당은 담이 둘러쳐진 산 끝자락이었다.

산이라면 이상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 언덕배기 위엔 또 집들이 있고 그 집들 위에..

또 차도가 있는,

부산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산복도로의 모양새를 대충 이해를 하실 터이다.

나는 봄이 되면 뒷(마당)산 언덕을 올랐다.

큰 돌을 듬성듬성 디디고 조금만 올라도 내 키는 평지에 있던 감나무 보다 더 높고,

그 자리엔 정말 키가 큰 미루나무도 한 그루 있었다.

그 이상은 내 나이에 위험하지만 미루나무를 지탱해 낑깅거려 올라서면 우리 집 기와  용마루보다 더 내 키가 커지던...


거의 45~50여 년 전이 되어가니..내 어릴 적 그 때는 꽃씨 종자도 귀했다.

편편한 뜰에는 상추, 고추 등이 심겨졌고 개나리 한 무더기만 있었을 뿐

전쟁 후니 어련할까?

나는 봄이 되면 올라가서 제일 먼저 나오는 머위 새싹을 보고 제라늄 같은 꽃으로 변하길 소원했다.

매일 매일 올라 관찰하는데 작은 잎사귀는 내 소망도 외면하고, 그만 커지고 말던,


뒷마당에는 돌 틈사이로 물이 졸졸 흘러나왔다.

나는 내 남동생과 함께 자주 연못을 팠다. 처음엔 완전 흙탕물이다가 몇 시간만 지나면 맑아졌다.

그런 연못을 어른들이 보시면 영락없이 엎어버리시곤 종전대로 하수구로 물길만 내셨다.

집 뒤꼍에 물이 고이면 안 좋다는 풍수에 의해서라신다.

나는 또 남동생을 꼬드겨서 함께 연못을 파고, 부모님은 삽으로 엎어버리시고

그 때 그 게 한?이 되었는지   나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손으로 직접 연못을 만들었다.

마당 구석 땅을 파고 함지박을 묻고 돌을 쌓아올려 폭포를 만들고....까지는 좋았는데,

지금은 나도 그 작은 연못을 묻어버렸다.

모기 유충이 득시글거리기도 하고,
새끼 쥐가 빠져서 죽어있기도 했다

역시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톡톡히 깨달아 느꼈다.

작은 연못 하나 제대로 관리하기에도 역부족이라 ~~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 유입되고 ....나가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다음에야,

 

이제 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되어서 돌이켜 보면 지나온 유년시절이 오히려

꿈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왤까?

 

바로 그 게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다.


 

한참 이야기가 둘러갔다. 장황한 사설이다.

알린지오노의 생각이나 행동이 영낙없이 나를 생각케한다.

물론 아이들이니 다 그렇겠지만....

'알린 지오노'가 아닌 '이 요조'의 유년시절이 그림엽서들처럼 그려지듯 새록새록 살아나는

책, 한 권 ~~

채 읽지도 않았지만 한숨에 읽기엔 아깝다. 

맛있는 사탕을 허무하게 와드득~ 깨어서 먹는 것처럼~

나머지는 맛있는 과자처럼 야금야금 조금씩 아껴가며(그려가며) 읽을 것이다.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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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전원에서 날아온 감동과 유머의 가족 그림엽서!




*말괄량이 맏딸의 글을 통해 그려진 장지오노의 집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

신선하고 매혹적이다. / -라 킹첸 리테레르-


*참된 사랑은 역시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장지오노는 이 책 속에서 좋은 아빠의 필수조건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사랑'에서 시작됨을 보여준다. / -김진경/시인 동화작가-


*이 예쁜 책의 매력은 어린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써내려간, 거의 순박하다 해도 좋을 만큼

단순한 문체에 있다./ -맹테르cd-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장난스러우면서도 예술가적 기질을 지니고 있다.

진지함과 유머가 골고루 뒤섞인 이 책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감동적이며, 읽는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리옹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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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읽는 한 편의 동화그림책이다(그림은 독자가 제 각각 그려보는) /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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