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국토대장정'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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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는지 조차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5년 전 책이었다.  그러나....내 속으로 흡수되어 흐르고 있는 사실마저도 나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자전거국토대장정이란 타이틀을 걸고 도전한 이질 녀석에게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나서

읽어 보았냐고 물었다.

모른단다.

나는 이 책을 병원에 있을 때 빌려 보았는지...어땠는지 기억에 없다가  그 넘 보내고야

오늘이사 책장에 가 훓어보니...있다.


녀석에게 줄걸,

녀석은 오늘 강원도로 떠난다.


그러니까 5년 전 독서인 셈이다.

김훈, (1948년 서울출생, 휘문고 졸업 현재 '시사저널' 편집국장)

그의 책을 읽는다기보다 그의 내면의 감성, 그 공감대의 전이를 느끼게 되다.

지난해에 동인 문학상까지 거머쥐었으니,  그의 글은  에세이가 아니라  한 편의

서정詩, 그 자체였다.

대단한 체력과 끈기에 놀라기도…….,


산악자전거가 아니더라도 거의 경차 값에 버금가는 자전거 값에도 놀랐다.

자전거가 짐스러워지고 여행지가 맘에 들어 지체할라치면

그 자전거는 집으로 붙이고 싸구려 자전거를 하나 사서 타고 다니다가

그냥 지인에게 주고 온다는 기억과

그는 자전거에  풍륜(風輪)이라 이름을 붙이고 함께 길을 가며,

눈에 보이는 자연과 세상을 한껏 사랑하고…….

자전거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오고 있다.

자전거 위에 물음표처럼 몸을 숙인 원색의 헬멧과 사이클 복의 조화는 이국적이었다.

"저 모던 보이 좀 봐" 그가 바로 청년'김 훈'이었다.

자동차와 문명이 통제된 길들을 저렇게 날렵한 물음의 자세로 탐문하며, 굴리면서

굴러가고, 싣고 사면서 실려 갔구나.

밀고 나가는 순간 길의 몸이 노곤하게 풀리면서 열렸었구나.

'밥벌이'의 가파름에서부터 '문장'을 향한 멸망까지를 넘나드는 처사(處士)'김훈'의

언(言)과 변(辯)은 차라리 강(講)이고 계(誡)다.

산하 굽이굽이에 들어앉은 만물을 몸 안 쪽으로 끌어당겨 설(說)과 학(學)으로 싸우곤

하는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진정 높은 것들은 높은 것들 속에서,

진정 깊은 것들은 깊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인가보다.

정끝별(시인,문학평론가)

작가의 에필로그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 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만경강 저녁 갯벌과 거기에 내려앉은 도요새들의 이야기를 쓰던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내 몸이 갯벌의 이쪽에 주저앉아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이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2000년 7월에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갈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 다오 52살의 여름에 김훈은 겨우 쓰다.


 

그가 남긴 활자 몇 개로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히 짐작이 가는 글이었다.

한여름, 지치고 갈증 나는 그에겐 한모금의 물도 진정 갈망했을 터,

자전거 여행이 괜찮았다면 그 건 하이킹에 불가했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고 지쳤으면 그는 이런 글을 썼을까?

내심 헤아려 보았던 그의 자유로움과 맞바꾼 무척이나 고통스런 글이다.


김훈과 그의 자전거 풍륜(風輪)

"노령산맥을 넘다. 인간의 육신은 그와 함께하는 모든 사물과 정한을 나누게 되는가!

긴 여행 끝에 어찌할 수없이 망가진 풍륜과의 작별, 잘 가거라. 나의 늙은 연인이여,"

http://210.217.248.140/woodway/book/kimhun01.htm

▲그의 원문 발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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