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요조

2002/9/16(월) 18:25 (MSIE5.0,Windows98;DigExt) 218.156.126.18 1024x768









스트레스 신드롬  









*스트레스성 신드롬*





내가 그렇단다

내가

이 뚝심 좋은 퉁실한 아짐이 과민성이라면, 그렇다면 길을 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난, 실로 의지 박약자다.



워낙에 술을 즐기는 남편더러도 간혹 음주량이 정도를 지나칠라 치면

"애주가는 무슨 애주가? 다들 의지가 박약해서 술에다 의존하는 게지"

하며 막상 비아냥대던 나,



오늘 아침..아이 출근길을 바래주러 따라 나섰다가 배가 아파 죽을 뻔하였다.

창백하다 못해 낯빛이 니이래져 가지고 참으로 볼만하였을 것이다.

몇 번의 심호흡을 겨우 가다듬고 아이 룸텔에 가서야...

맥을 풀어놓고는 반나절이 지난 지금껏... 기운이 하나도 없다.



아참...그러고 보니..원인이 따로 있었네.

나는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머리는 그 사실을 벌써 까맣게 잊고 아픈 배만

절절 부여잡고 있었으니....

아이는 이 엄마가 과민증후군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모르는 체 했을까?

운전 중에... 나는 선그라스에 말장화를 신은 교통경찰이 손짓만 해도 멀쩡하던

생 배가 아파 오는 증후군이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경미한 접촉사고가 있었다. 물론 끼여든 상대방 차가 잘못이지만,

쌍방이 다 내려서서 확인은 했으나 소리에 비해서 차들은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런 후 러시아워에 밀려 좀 전의 일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몸은 역시나 예민한 sensor처럼 그 걸 감지하고 이내 반응을 보여준 것이었다.

난 그 원인도 모르는 채... 한 30분을 어쩔 줄 모르는 고통 속에서 식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헤매었으니....



그 일로 생체리듬에 금이 가 버렸는지... 하루 왼종일 몸이 나른하다.

그런 나를 남편은 와인이나 한 모금하고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 쉽게 말하지만

난,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술을 마실 줄 전혀 모른다.

못하는 것일까?  겁쟁이여서 일까?

술이란 처음엔 두렵겠지.. 처음엔 취하겠지... 난.. 入門조차도 해 보질 않고

지레 겁을 먹고 있다.  기쁠 때면.. 그저 있는 그대로 기뻐하면 될 것이고

왜? 인간은 괴로우면..술을 찾는지?  아직 이해를 못한다.



반백 년을 술에 취해 본적이 없는 인간이 무슨 인생을 논하리......

괴로운 자극이 싫다. 그래서 탄산음료도 싫다. 난 바보다.

생긴건 안 그런데? 왜 술을  못하냐고 누가 굳이 묻는다면...대답은 하나,

난, 나를 책임질 자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술의 힘을 빌어 어느정도 말이 많아지고 헤롱거릴 나... 생각만해도 끔찍스러울 것 같아서다.

술 이야기는 낭만파 李白이 울고 갈 정도로 즐겨하면서 왜 그럴까?

술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불러모아 분위기 그럴듯한 술자리 마련하기를 즐기면서도.....

(애주가인 그를 위하여 /또 요리를 즐겨하는 나를 위하여/ 모임의 기쁨을 얻기 위하여)

길 가다가 좋은 경치만 보아도 "아 여기서 술 한 잔 했으면......술맛 나겠는걸....

한 잔만 하고 가지. ...하는 소리를 예사로 입에 달고 살면서도.........

누가 그랬던가? 입으로 말로 다 하는 자는 막상... 실전에 약하다고



술의 기운을 빌어야 노래방엘 가는 사람은 구세대,

술을 입에 대지도 않고 노래방을 갈 수 있으면 신세대라 한다.

난, 고로 자칭 신세대라 으스댄다.  사이다 한 컵 마시지 않고도 노래방을 갈 수가 있으니,

술 취한 사람들(남편포함)과 있다 보면... 제일 먼저 취기가 오르는 것은 나다.

그들의 횡설수설에 취하고.... 방금 한말 또 하는데서 멀미가 나기 시작하면서

현기증을 수반하고 속이 울렁이기 까지......



그래도 새로운 술의 맛이나... 새 술의 향을 위해서는 ... 한 방울의 맛을 보기를

어린아이처럼 홀짝거리기를 서슴거리지 않는 모순된 행동도 곧 잘하는....

어디까지나... 맛과 향의 감별을 위해서일 뿐,

그 건 술이라 할 성질의 것이 못된다고 우기는 나, 모든 것에 호기심 많은 치기로 돌릴 수밖에,

.......



언제부터인지 나는 뜬금 없이 주기적으로 앓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맘대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나 자신이 내 맘에 들지 않을 때...

내가 나를 기만하였을 때...

나 스스로에게 내리는 체벌임을 알았다.

그저 앓는 게 아니라.. 몇날 며칠이고 정말 기운 빠지게 앓기 시작한다.

왜 내가 나를 못살게 핍박하는 것일까?

정말.. 의지박약아는 나 자신이 아니던가?

차라리 진솔하게 술의 힘이나 빌고 모든 것을 지우듯 잊으면 될텐데

비겁하게도 난, 기껏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내 안에 깊숙이 내재해 있는 나 자신에게 그런 나를 비쳐주므로 죄과를

도말하려는 비굴한 아첨을 즐겨 한다.



비겁하다.



왜 나에게 좀 더 떳떳할 수 없을까?

40이면 불혹의 나이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 불혹의 끝간데는 어디일까?

정신을 올곧게 세우고 눈을 화등잔처럼 뜨고 곧추 앉아 있어도 내 영혼을 도난당할 것만 같아서이다

너무나 무섭다. 그래서 난 더 더욱 술을 입에 댈 수가 없다.  

불혹의 진실은 멀고.....그 길은 아득하다.

벌써... 오래 전부터(한 십년되었나?) 스스로 일러 할머니라 지칭하고...

그리고 불은 몸매를 아무렇지도 않은척 굴리며

다이어트를 잘못 새겨들은양....다이너마이트로 지향 하고 있으니....

요즘 날개를 달고 치솟는 루키즘(Lookism·외모 지상주의)따위는 내게로 와서는 단연 추락사 깜이다.


자신의 속내를 가만히 드려다 보면...  마음속 깊숙한 곳에다 비굴한 나를 은닉하고 있다.

무서워서....내 안에 또 다른 색깔의 여자를 비기어 낼 수 없으므로.....



얼토당토않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인, 어불성설(語不成說)을 누가 조금이라도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아무튼... 그렇다...하필 오늘에사 말고...왜 바보의 monologue를 시작해야 했는지....

내가 나를 내려 누르기에.... 언제나 나는 너무 많은 용이 쓰인다.



누가,,, 바보처럼 사는가?


이 바보가 살아내기엔...

실로 세상의 언덕은 너무나 높고 험준하기만 한 것을.....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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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술잔 나비(노래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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