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내, 언어는
유기 당한 채
단 한 줄의 詩도
쓸 수가 없다,
냉동실
자반고등어와 함께..
꽁꽁 언 삼겹살처럼 얼어붙은
단어, 단어들
먹다 남겨진 음식들과
언 손발을 입김으로 호호거리며
언제쯤 이 추운 냉동실에서
불려날까 하마나 기다리다
'아마도 우린
영, 잊혀졌나보다.'
언제쯤..전자레인지에서
언 몸을 녹일 수가 있을까?
뻣뻣하니 동태가 되 버린
시어들이 따끈따끈
말랑하게 해동되어
싱그런 미나리의 향내 속에
오이를 깨문 상큼하고도 아삭한
소리를 들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덜 익었다거나 시거나 하지 않은
딱...마침맞은
입맛에 군침이 돌
그런 詩語를 넣어둘...
언제나 꺼내어도 좋을
신선한 시어를
온전하게 보존해 줄
김치냉장고 하나,
나의 주방은
넉넉하고도 푸른 푸성귀들로
양념 파 마늘 다지는 도마소리 요란한
행복이 언제쯤이면 넘쳐날까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초겨울 써늘한
캄캄한 밤바다에서
섬광의 플래시로 찍어보는..
내 속에 얼어붙은
울림의 언어들은
눈부신 은빛 등을 퍼덕거리며
모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언제, 어느 물살에 쓸려 오려나-
이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