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내, 언어는
      유기 당한 채
      단 한 줄의
      쓸 수가 없다,

      냉동실
      자반고등어와 함께..
      꽁꽁 언 삼겹살처럼 얼어붙은
      단어, 단어들

      먹다 남겨진 음식들과
      언 손발을 입김으로 호호거리며
      언제쯤 이 추운 냉동실에서
      불려날까 하마나 기다리다

      '아마도 우린
      영, 잊혀졌나보다.'
      언제쯤..전자레인지에서
      언 몸을 녹일 수가 있을까?

      뻣뻣하니 동태가 되 버린
      시어들이 따끈따끈
      말랑하게 해동되어
      싱그런 미나리의 향내 속에

      오이를 깨문 상큼하고도 아삭한
      소리를 들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덜 익었다거나 시거나 하지 않은
      딱...마침맞은
      입맛에 군침이 돌
      그런 詩語를 넣어둘...

      언제나 꺼내어도 좋을
      신선한 시어를
      온전하게 보존해 줄
      김치냉장고 하나,

      나의 주방은
      넉넉하고도 푸른 푸성귀들로
      양념 파 마늘 다지는 도마소리 요란한
      행복이 언제쯤이면 넘쳐날까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초겨울 써늘한
      캄캄한 밤바다에서
      섬광의 플래시로 찍어보는..

      내 속에 얼어붙은
      울림의 언어들은
      눈부신 은빛 등을 퍼덕거리며
      모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언제, 어느 물살에 쓸려 오려나-




      이요조






      사진은 11월11일 자정무렵/해운대 백사장에서/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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