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대마리 동네 어느집 모퉁이에서-




    *겨울 나들이*



    겨울이 가슴을 두드린다.
    나머지 가슴의 온기를 다 빼앗기기 전에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사람들도 저마다 월동준비를 한다.

    겨울이 먼저 내리는 북쪽으로 달렸다.
    집들이 엎디어 조는듯 평화로운
    경기도 연천을 지나고나면
    강원도 철원 땅이다.

    쌀이 좋다는 곳,
    김일성이 철원평야를 빼앗기지 않으려
    그렇게 치열한 백마고지 전투를
    유혈이 낭자하도록 벌였던 곳,

    그 곳엔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히터를 튼 차안에서도
    그 냉랭함의 차이가 느껴졌다.
    오싹하다. 온도가 다르다.

    언제부턴지 노동당사엔
    출입금지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다.
    아래층 어둡고 습한 구석재기나 휑한 이층에서
    나는 늘..사진을 찍고 싶어했었는데..

    그 사진 속에 양민들의
    고문으로 일그러진 함성들이
    묻어 나와 들려올텐데
    노동당사를 맴돌고있을....원혼들...

    총알 자국도 선연한...
    뼈대만 남은 을씨년스런 잔해,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누가 모질게 다 뜯어먹고 흉한 뼈만 남겼을까?

    노동당사의 북쪽 하늘과
    남쪽하늘을 대비시켜 보았다.
    느낌일까?
    북쪽 하늘은 적막한 침묵이 흐른다.

    겨울, 흉흉한 계절 앞에서 모진 삭풍에이는
    바람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다.
    뜨끈한 무 시래기죽이라도
    배를 채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찬바람은 사람 봐서
    알아서 비켜 가는걸,
    기름진 사람에겐 미끄러지듯 스쳐가고
    푸석한 사람에겐 뼛속까지 파고들고

    시대의 상흔, 암울한 과거여~
    채 오지도 않은 겨울 문턱에서
    빈 가슴 턱 막힌 심호흡으로
    나는 대답없을 봄을 불러본다.




    이요조./2002년 11월 어느날





-노동당사의 북쪽(左)하늘과 남쪽(右)하늘-

music:그리운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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