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月 마지막 가을 날에 .........../魚來山
깊은 가을 날
붉고 붉은 단풍잎이
발밑에 굴러다니면, 허리를 숙이고
단풍잎을 줍는다.
끝도 모를 그리움이 밀려들어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이제 빈몸으로 떠나야할 때
그 찬란했던 또는,
슬펐던 삶을 다시 한번 인식하라는
자연의 속삭임인가..
내 둘레 달무리만한
정성으로 불지펴 놓고
가을도 만나고 보면
또 떠나는 아픈 인연(因緣)..
창(窓)너머 잠든 뜨락에
몰래지는 홍엽(紅葉)입니다.
하늘이 높고 깊어져갑니다.
스산한 바람결 따라
단풍은 제 몸을 저리 아름답게
불태우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일제히 빨간 손
간절한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또 한번의
열애를 꿈꾸는 것일까..
뜨겁게 타오르며
찬란히 연소하는 그 모습으로
아무리 열렬해도 미쳐 다할 수 없는
사랑의 삶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건듯 바람결에
한 잎 두 잎
모두 다 우수수 떨군 그 자리엔
청초하고 푸른 속살의 부활이
약속되어 있겠지..
마른 겨울 나무의 속살에도
수액은 저리 땅에서 하늘로
조용히 솟구치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 많이 남은 날의
그대의 삶과
사랑 또한 이와 같겠지요.
사랑이 지나간 자리가
아름다운건
그 사랑이 진실했기 때문이다.
귓가에 서성이는 말 한 마디가
때로는 별빛이 되고
때로는,
깊은 흠집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사랑의 말들은
가슴에서 돋아나는
불씨같은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이제 11月 가을의 끝 날,
사방에서 이별의 소리가 들려온다.
말 못하는 초목들도
가벼이 손을 흔들며 이별을 손짓한다.
어떤 나무는
다 벗은 맨몸으로 서서
저 매서운 동토(冬土)의 찬바람을
홀로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고 불현듯
자기의 나이를 떠올려 보게 된다.
그리고 쓸쓸함에 젖는다.
사람들은 나이가 사람 안의 불꽃을
꺼뜨린다고 생각한다.
표표히 불어오는 갈바람 소리
홀연히 떨어지는 나뭇잎,
외로움..
지난 여름
그토록 붉고 향기로운 꽃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시간과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되물어보게 된다.
가을 햇살은 또 한 잎,
낙엽을 떨구면서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아니,
좀더 외롭고
더 가벼워지라고 속삭인다.
저만치,
시간을 읽을 줄 모르는 철부지들이
나무 아래 수북이 쌓였다가
찬바람에 우르르 쓸려가고 있다.
그것이 슬퍼서
세월이 지금 창 밖 가득히
우수의 눈빛으로 떨며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 세월 한 자락을
내 온몸 사지를 우그러뜨려
깊이 안고 싶으다.
마지막 가을 밤
달빛은 쓸쓸한 빛깔이다.
불면증을 앓는 밤엔
쓸쓸함이 짙어 아주 외로운 빛깔이 되고
그 속엔 그리움이 흥건히 고인다.
희부연 달빛이
산과 강에 조용히 내리고 있다.
가을이 자꾸 돌아보며 돌아보며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하늘울음도
그만 울어야 하겠다.
그동안 참으로
많이도 울며 살아온 것 같다.
울음에 젖은 옷
여기 다 벗어놓고 산으로 간다.
꽃피고 새우는 봄 날
새 옷을 입고서
여기 다시 올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하늘울음" 벗어놓고
깊은 산으로 간다.
흰눈이 펑펑내리는
먼 곳으로 짚신에 감발하고
눈길을 걸어
겨울 산 양지 바른 곳
푸른 솔 마른 가지에
내 마음 걸어 말리고 싶어서 간다.
청머루의 고향,
어래산 魚來山으로 간다.
안녕히 ..
훠어이,
훠이..
.. 魚來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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