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선재도 목섬) 썰물에, 급조한 아빠의 바다에서 행복한 아이

 

 

선재도 목섬에 갔을 때 이야기다.

http://blog.daum.net/yojo-lady/2107581

이제는 너희들 셋 다 성인이 되고 아무도 우릴 따라나서질 않으니...

아빠는 로맨스그레이처럼 엄마랑 오붓하게 둘이서만 다니게 되는구나.


물이 덜 빠진 진흙 갯벌을 신발 벗어들고 힘들게 들어가도 

정작에 썰물의 바다 끝은 까마득하기만 하였다.

그늘 한 점 없는 섬의 한여름이지만 그 날, 바닷바람은 정말 시원했었는데...


사이버 이미지로 서해안 선재도의 목섬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 같아 찾아 나섰다가,

싸가지고 간 점심을 먹고 나니 그제야 눈앞에 또 다른 섬(측섬)이 보이는 것 아니겠니?


해서 부랴부랴 아빠를 채근해서 짐을 꾸려 목섬이라는 곳을 막 벗어나려는데,

목섬은 벌써, 물이 다 빠지고 그냥 황량한 갯벌이었다.

진 흙 개펄의, .......빈- 바다를 벗어나 거의 바깥 입구에 다다랐을 때,


이 사진에 찍힌 애기 말이다.

아빠는 모래를 파서 작은 해수풀장을 만들고  어쩜, 거기에서 정말 물이 나오는 거다.

작은 바다가 만들어졌다.  아빠가 만들어 주신 아빠의 바다!

아이는 아빠의 큰 신발을 배처럼 가지고 놀며 빵긋거리고…….

 

오후 1시쯤이면 서해안 썰물은 끝간데 없이 밀려나고 시야에서도 수평선의 그 끝자락은

흔적조차도 멀리 사라지고 없을 땐데,

아빠가 만든 아가만을 위한 유일한 사랑의 바다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가 첨벙거리는대로 물이 출렁거렸다.


빨간 수영복을 보니..뭐 생각나는 것 없니?

너 어릴 적 빨간 비키니 수영복이,


네가 1월 31일 태어났으니, 만 6개월 된 네게 사 준 비키니는 용케도  유치원 다닐 때

까지도 입었던 그 앙증맞던 빨간 비키니 수영복!

순간 아빠나 엄마, 말은 안 해도  네 생각이 나서 뙤약볕에 애기 아빠랑 웃으며

구경하다가 애기 아빠에게 허락을 받고 셔터를 눌렀다.


예쁘지 않니?

네가 사진에 있는 아기만 할 때 우리나이로 세살 쯤 되던 해에(동생이 없었던 걸로 보아)

우리 가족은 동해 진하 해수욕장을 갔었다.


배를 타고 무인도 섬으로 낚시 나가신 아빠는 갑자기 쏟아지는 폭풍우에 간신히

돌아오셔서는 별의별 불길한 생각에도 네가 너무 울고 보채서 두고 온 게,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었다는 말씀만 자꾸 하시더구나.


집으로 올 때 까지도 연일 비가 와서 너 어떻게 하고 온 줄 아니?

아빠 품에 쏘옥 안겨서 아빠는 점퍼 지퍼를 올리시고..

네겐 비, 한 방울도 맞지 않게 하셨다.


너 그거 아니?

우유를 먹고 자라는 네가 아빠만 퇴근해 오시면 아빠 젖을 내어 놓으라던...

아빠 런닝은 그래서 늘.... 어깨가 빠지도록 늘어지고,

아마도 자주 만지던 아빠 젖꼭지가 네 덕분에 왕따시만하게 커졌다는...이야기를,


넌 아빠를 유난히 따르고 좋아했다.

언젠가 TV를 보면서, 부부가 이혼하면서 아이들을 갈라갖는 그런 드라마가 있었다.

넌 그 때 초등학생이라 대충 드라마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이라도 엄마 아빠가 저렇게 되면 넌 누구 편이게?"

"아빠~" 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던 너~  물론 그럴줄 알고 기대도 않던 엄마지만,


종근이는 순간 입을 삐죽거리며 뭘 들고 있던 걸, 냅다 동댕이치며

"으앙~" 하고 울고 말았다.

우리는 종근이에게 미안하다 잘못됐다고 용서를 빌며 달랬다.

'어휴! 그 때 얼마나 혼났던지...'

엄마 아빠는 다시는 아이들 앞에서 쓸데없는 말장난 못하게끔 혼쭐이 났다,


아빠랑 너,

둘이만 희한하게 정답게 찍은 사진을 뒤지러 홈페이지 들렀다만 못 찾고 그냥 나왔다.

이 사진 속 아가처럼 네게도 정말 바다 같은 아빠셨다.


어찌 빨간 수영복의 이 아기를 보고 널 생각지 않으랴?

이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 아빠도 지난  네 어린 모습을 분명 떠올리셨을 게다.

.......................................................


 

너는 어제 아침 일찌감치 몽골로 여행을 떠났다.

네 글을 보니...


***

건강하게 잘 다녀오너라! _ 아빠

몇 시 비행기고? 일찍도 가네. _ 엄마

언제오노? 좋겠다.  잘 가따온나 _ 동생 원, 투

***

*아빠! 엄마! 잘 다녀오겠습니다.

 

(헉! 물이 귀해서? 샴푸 안할라고...별 난리를,  오냐~  초상권 침해라고?  모자이크 하마..)

***


 

이제는 아빠의 바다를 떠나  참 너르고도 너른 세상의 바다로 발돋움하는 너를 본다.


얘야~ 호흡을 가다듬으렴,

 

대자연을 제대로 느낄 준비는 되었느냐?

 

돌아 올 때  7가지 선물을 부탁한다.

 

1/세상의 바다로 헤쳐 나갈,,,튼튼한 체력을 몽골의 흙바람에 다져오고,

 

2/시야를 넓히는 혜안을 얻어 오고,

(몽골인 시력이 평균 2.0이란다. 항상 너르고 푸른 초장을 멀리 바라 본 탓이지)

 

3/말똥 한 봉지,

 

4/풀씨 한 움큼,

 

5/바람 한 줄기,

 

6/웅비의 날개,

 

7/사유의 자유.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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