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엄마의 편지

                     

 

 

 

 

 

딸아 
오늘은  웃지못할 엄마의 해프닝 하나를 이야기로 전해주려 한다.
지난 주말에 아빠네(오피스텔)에 가지 않았겠니
아침 일찍 소래포구에 들러 생선과 게장꺼리 게를 좀 사고 낙지 한 접시 먹고 시화방조제에

운동 삼아 나가서 간단히 가져 간 점심을 먹으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돌아왔다.

흐린 날씨에 뿌옇게 바라보이는 바다를 가둔 호수지만...그 잔잔함이...그 고요함이...

왠지 파도로 일렁이는 바다와는 또 다른 마음의 평정을 실어다 주는구나~


날씨가 흐려서 좋더구나...연을 날리는 사람~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바로 눈 앞, '시화호에서' 자맥질하는 오리 같은 괭이 갈매기들...

귀가해서는 소래포구에서 얼음에 채워서 가져 온 게장을 담고..생선을 굽고....졸이고,

그렇게 봄나들이에 무척 피곤했을 텐데,  엄마는 그 날 밤, 영 잠이 오지 않더구나...
한식경을 훌쩍 넘기고 잠자리에 드려고 불은 껐는데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살그머니

티뷔를 켰다. 아빠에게 불편을 끼칠까봐....볼륨도 낮추고... 정규방송이었는데...

어느 방송인지도 나도 잘 모르겠구나~


아마 새벽 한시 반이나 되었을까?  外畵는...실로 이상한 구성이었다. (중간에 보는 것이지만)

범죄가 꿈속에서 이뤄지는....엄마는 그 잔인함에 불쾌해서 미간을 찌푸렸다.

사랑하는 딸도 여지없이 삽으로 찍어 살인하여 매장하려다가 우물 속에 던져 넣는 아버지,

그리고 살인한 사람의 뎅겅한 목을 함께 던져 넣고 우물 뚜껑을 닫는....


그런데..깨어나니 악몽이다. 그는 병원에서 꿈속에서 행해지는 의식들에 대해 실험중이란다.
일종의 몽유병잔데...꿈속에서 일어난 일들을...연구분석 한다나 뭐라나....근데 그 게 끝인 줄

알았다.  자막도 올라간 걸로 안다.


실은 그 부부는 거의 파경에 이르는 부부였다. 왜 안 그러겠니...몽유병치곤 이중성격이

완연한 남편이니...성격 파탄자인 게지~
아내는 그 남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른 남자와 먼-데를 떠날 약속을 했던가봐,
영화가 그렇게 마지막인 줄 알았더니...

'어! 어??"'

에필로그처럼 다시 이어지는는 異面,의 실체~ 

 

기차표를 끊고 아내를 픽업하러 온 그 남자(아내를 유혹하던)는 남편에 의해 살해되어 연못에 차를

탄 채로 수장되어져 있더구나...그 게 정말 끝이야... 찝찝했어~`


꿈과 현실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가 봐,  남편의 인성이 살의에 가득 찼기에...무의식으로

행해진 살인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 엄만,
아무튼 잠이 오지 않았어....온 몸이 찌뿌둥하게 마구 아파 오는 거 있지
이층으로 올라가서 혼자 잘까 하다가 겨우 겨우 참아보느라  혼자 누워서 ..살그머니, 양다리를

쭈욱 뻗대는 쭉쭉이도 해보고 양 날개죽지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뒤로도 꺾는 스트레칭도 하고

별 난리를 다 부려 보았단다.


근데...새벽 3시? 가 좀 넘자 '우르릉 쾅쾅~~"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순간

"두두두둑,,,,"하고 우박이 세차게 떨어지기 시작했어,

창문을 마구 후들기는 소리~~ 소리~ 무서웠어,  번개의 섬광으로 방안이 환해지기를 몇 번~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몸이 찌뿌듯했구나....'


그러다가 잠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아 어둠속에 그냥 오두마니 일어나 앉았지 

그리곤 비바람치는 창문을 열었어,

펴서 쑥- 내민 오른 손바닥에  우박이 후두둑 떨어지는 게 잡혔어 신기했지 이내 문을 닫고는

나머지 왼 손으론 내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어 왜냐구? 

얼른 카메라를 찾아 '우박 알갱이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긴 찾았는데...

한 손으로 더디게 플래시 설정하고 어쩌고 하다가 그만 손 안에 든 우박이 금새 다 녹아 버렸어~

준비를 완료하고 일어나서 다시 새로운 우박을 손바닥에다 받았지 (딱, 여기까지)


그리곤 다시 누워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 얼마전 쯔나미 난리 때에도 시신 중에

짐승들은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쯔나미가 일어나기 전 집에 갇히고 묶인 가축들은

연일 울고 짖고 난리도 아니었다는 구나
인간은 천재지변은 잘 모르잖아 작은 쥐같은 미물들도 다 알고는 피신했다는데....

본시 사람도 영묘한 감응(感應)능력을 타고났었는데...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는 구나

이젠 겨우 저기압으로 인한.... 신경통이나 아팠던 곳의 통증, 수술했던 부위의 저림증등을

'비올라'로 호소하지~

(이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며 엄만 잠을 청했어~)


그 날 아침,  아빠 출근 때에 마지못해 겨우 일어난 엄마는
"여보 지난밤에 천둥번개에 우박이 내렸어요"
"우박이? 웬 우박이?"

"소금만했어요. 왕소금...아니 것보다 좀 더 컸었나?"

지난 밤에 직접 손으로 느껴 본 기억을 되살려..그 크기를 다시 가늠해 보며 이야기 했다.

"그래에~?"

아빠도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한 여름에 주먹만한 우박이 내려 농사가 전부 엉망이 되었다는 우리나라 실제 기상대 기록도 있던데요 뭘~"
잠도 채 달아나지 못한,  잠에 쩔어 취한 쉰 목소리로 아는 척 너스레를 떨었다.
아빠가 나가시고...다시금 잠을 청하려니...잠이 당최 오질 않는다.
텔레비젼을 켰다.
아침뉴스에 지난밤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중부지방을....
뭐시라? 우박을 소나기라? 그럴 리가? 바로 잠자리 곁에 있어야할 카메라를 찾았다.
없다. 내가 치우고 잤을까?  카메라를 찾아서 지난 밤, 그 생생하던 흔적을 찾아보니....없다.
사진이 없다. 무엇엔가 단단히 홀린 듯하다. 

내 손안에 오롯이 담겨 녹아내리던 그 우박 사진이 분명 없다.
그럼...내 숱한 생각들은.....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며 되뇌었던 숱한....생각들은?

그럼 그 모든 게 꿈? 창문을 쳐다보았다.
한낮에도 잘 열지 않는 저 창문을 자다말고 밤에 열다니...정말 말도 안 된다.

그러고 보니...재차 우박을 받은 손도 오른 손이었어...그런데...오른손 바닥이 모델이라면

왼 손 뿐일텐데... 손의 갯 수, 그런 개념이 없었어, 뭐랄까? 카메라를 만지는 두 손은 날렵하게

따로 따로 움직이고 있었어 마치 다른 이의 손을 모델로 한 것처럼, 그래서 잘 찍었던 기억이....
혼자서 피실피실 웃다가....지난밤에 요상스런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든 것을 그제서야 알았어~
어쩌면 그리 몽유병자 짓꺼리와 유사한 ....꿈을 꾸었는지....

그러다가 엄만 입바람 나게 소리내어 피식 웃었다.

'어쩌나?' 혹시 오늘 아빠는 대화중에 지난 밤 일기 이야기가 나오면
"지난밤에 우박 왔다며?" 하실 테고.,,,,사람들은 우박도? 하며 의아해 할 테고....

참으로 낭패로고~

 

4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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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넌, 엄마의 장황한 프롤로그가 뭘 뜻하려는지...잘 알겠지?

그래 잠들기 전의 모든 상념이 꿈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듯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의식 상태에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닌 의식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꿈이라 그다지 현실과는 무관하지 않나 보다. 꿈길에서도 엄마가 카메라를 찾았으니,

해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몸을 깨끗이 하고...잠자리를 편히 하고 머리맡에는 잡다한

물건을 두지 않으며,
옛 어른들은 머리맡에 쓸 데 없는 것을 두면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하셨다.
해서 머리맡은 항상 정갈하게 정리해 두어야한다.
그리고 하루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돌이켜보고, 하루를 정리하는 기도...

그리고 내일을 멋지게 시작하려는 다짐의 기도,  바로 그 기도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깨달았다.

 

보아라~
뒤숭숭한 영화를 보고 잔 엄마가...비몽사몽간에 몽유병자 흉내를 내는 비슷한 꿈을 꾸지

않았더냐?.
어쩜 그리도 선명한지....꿈속에서 여러 가지...상념들마저..발 맞추어서 말이다.


하루의 전개를 그냥 맞이하는 사람보다 기도하고 맞는 사람이 더 나음은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지 않느냐?
우리 기도하자....아침에는 눈뜨기 무섭게 출근준비로 아침준비로  서로 바쁠 테지만....
얘야~
우리 어렵더라도 잠자기 전에 만은 꼭 기도하는 습관을 붙이자구나

 

요컨대  실제로는 바라거나 감당키 어려운 나(인성)의 모든 의식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입으로 무한히 되뇌이고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의식은 나도 모르게 성숙되어 있을 테고,


그런 좋은 습관이 몸에 배이면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져 가는 나를 언젠가는 분명코 만날 수 있을 게다.

 

 

연일 계속해서 날씨가 흐리다. 엄마도 온몸이 찌뿌듯하다.

오늘밤 역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는 구나
넌 어떠냐?

 

 

 

 

 

4월19일/좀은 피곤한 엄마

네게보다 내 스스로에게 권면의 비중을 더 두며,

 

 


자맥질하는 괭이 갈매기도 보이는 '시화호'를 바라보며 /날씨 흐림/사진 click~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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