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요조
2003/2/18(화) 10:23 (MSIE5.5,Windows98) 211.227.96.42 1024x768
포르타쥬  




    환상 & 포르타쥬



    불가마 찜질방엘 갔어요.

    엄청 뜨거운 황토방에 가서 몸을 뉘였지요

    천정 복판에 매달려 있는 전구를 쳐다보다가

    스르르 눈을 감았는데... 환상이 보였어요

    아뜩했지요

    어쩌면 내가 정신을 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불가마 찜질방 등불이 자꾸만 병아리로 보여요 눈 감으면...

    환상이란 뭘까요?

    물론 엘리베이터가 언제올까...눈에 힘주어 쳐다 보다가

    벽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 잔상이 흰 벽에 나타나곤 하지요

    그 건 알아요 하지만

    왜 굳이 병아리로 자꾸만 떠오르는지...

    왜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500원짜리 노오란 빛깔이 더 가여운 병아리,

    추워서인지.. 무서운지 파들파들 떨고 있는 작아서 더 안쓰러운 병아리,

    집에 갖고 가면 엄마에게 응당, 야단맞을 생각도 무시한 채

    그저 나 좋아서 사 와서는 라면박스로 집을 만들고 모이를 주고 물그릇을 갖다놓고..

    한 이틀 부산스레 마음은 온통 거기다가 쏟아 붓고

    불면 날아 갈쎄라

    쥐면 터질쎄라...

    그리 키우던.. 병아리..내 소유의 첫 생명,

    노오란 부리도 채 여물지 못한...

    내 사랑스런 나만의 병아리,

    시끄럽도록 "삐약삐약" 거리다가 일순 멈춰버린,

    병아리의 최후를 맞이하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곤 울고 또 울곤하던

    어릴적 기억 한 조각....

    ......................

    수술한 적이 있었어요

    수술이 끝나고 나와서는 제가 평소와는 달리 말이 많아지더래요

    약간은 기억이 나는데...

    저 정말이지 좀 불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수술 선배들께 물어봤지요 안 아팠더냐구요.

    "응 모르지 뭐,...죽여놨으니... 그리고 수술후엔.. 무통주사가 있으니...
    마음만 불안해서 그렇지 몸은 하나도 안 아파요"

    그 말만 믿고 난... 정말 겁하나 없이 콧노래 부르며 수술실로 들어 갔었는데...

    그리고 마취 바로 전까지도 의사들에게 농담을 했는데...

    "비로 구석 구석 잘 쓸고... 걸레질 깨끗이 하고......" 해싸며.

    그러던 내가 수술 후, 병실로 옮겨와서는 난리도 아니더래요

    "왜? 모두들 수술할 때 하나도 안아프다고 나에게 거짓말들 했지?
    거짓말쟁이들.. 순 엉터리야 난 너무 너무 아팠단 말이야~~ 엉엉~~
    너무 아팠어... 말이라도 해주지... 근데..왜 아픈걸 모른다고 해?
    왜? 왜? 내게 거짓말들 했어? "

    하고 땡깡을 부렸대요...그런데.. 수술시 고통은 전신마취한 지가 어케 안다고

    그랬을까요? 그 고통을 무의식 중에도 느낄수 있었을까요?


    좀 안정이 된 후에는

    제 눈에 보이는 환각작용을 마치 타인에게 보고하듯이 주절거렸대요

    제 뇌리에 그 환각이 지금껏 선명하게 박혀 있거든요

    병실 침대에 누웠는데 천장만 보이겠지요

    몸은 커녕 고개도 못돌리니 천장의 석고보드 점박이 무늬 있잖아요

    까맣게 박힌 점 같은 것

    그 게...

    우르르 몰려 다니는거예요 둥둥 물 위를 흐르듯이 떠 다니다가

    좌측으로 우르르 쓸려 가는가 하면 우측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리고,

    아무튼..그 얘기를(제가 보이는 실황을)아주 재미나게 말로 전달을 하더랍니다.

    우리식구들.. 얼마나 황당해 했을까요? 병실 메이트들은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까요?

    그 후로 전.. 아무리 방금 끝내고 들어오는 수술환자들을 유심히 살펴도

    저 같이 호들갑스럽고 요란한 사람, 저 역시나 아직 못만나 봤어요


    그냥 일없이 환각제를 복용하면 그렇게 된다고들 하더군요

    그래서 메탈음악에다, 조명에다 상황설정을 해 둔 뒤에

    느끼는 환각, 환청...상상할수도 없을 정도라네요.

    물론 그 도가 지나치면... 높은 곳에서도 뛰어내리는 무모한 짓을 서슴없이 할 수 있으며

    종내는 사람을 영영 몹쓸 폐인으로 만든다는,

    ........................

    그런데.. 별 짓도 않했는데... 이런 환각증상들(물론 수술후는 아니지만)

    이런 착시를 잘 느끼다니...

    매직아이(MAGIC EYE)..란 책이 있어요

    전 그 책을 보는데..거의 鬼才수준이거든요

    그 책이 나오기도 전,

    아주 아주 어릴적 소녀 때부터...사팔뜨기 눈을 만들어

    방에 붙인 벽지 천장지를 보며... 온갖 사물을 다 끄집어 냈었지요.

    나만이 볼 수있는 미로가 생기고...숨겨진..그림들이 내게 어서 오라 손짓도 하고...

    사팔뜨기 눈으로 보면... 벽지 천장지가 살아서 친구로 다가 와요.

    가만 붙어있는 종이가 아니고... 숲이되고..산이 되고...내가 되어요.

    그리고 예쁜 친구도 만들 수 있거든요.

    또 하나, 이건.. 아무나 한번쯤은 해보았던 어릴적 이야기지요

    글썽이는 눈물이 번진 눈으로 불빛을 바라 보노라면...

    맘대로 불빛을 찍- 길게도 늘였다 줄였다도 할 수 있어요.

    눈물이 더 필요하면 찔끔 눈물을 더 짜내어서요

    왜 미술시간에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뿌려 놓고 입으로 후후~~ 불면

    물감이 번지는"포르타쥬"기법 있잖아요

    해 놓고 보면... 누구 그림은 토끼가 되고

    누가 한 것은 도깨비가 되고...

    ........................

    ........................

    인생의 그림도 그럴까요?

    자기도 모르게 미술시간에 도화지에 뿌려진 물감을

    핑-도는 빈혈과 두통이 오도록 열심히 불어제끼다 보면....

    각자 다르게 나타나는 형상들...

    어차피 우리네 삶도 억겁의 찰나적인 환상이 아닐까구요

    오늘도 열심히 정성들여 후후~~ 물감을 불고 ...

    반으로 접어 무슨 그림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그림:글/이요조






누가 보면 그래요 젊었을 적 사진이냐구요 96년 봄에 찍은건데...
그 후로.. 제가 아프고 삭고..살찌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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