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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다지
오솔길
시/채홍조
무수한 낯선 언어들 켜켜이 누워있는 산 길 저마다 은밀한 사연 품고 일제히 숨죽인 고요 산새 한 마리 푸드덕 하늘을 가른다 .
찬바람에 나신 되어 흔들리는 잠들 수 없었던 인고의 꿈 앙상한 어깨 포개고 새까만 잔가지로 황량한 잿빛 하늘 쓱쓱 쓸고 있다.
조각조각 흩어져 떨어지던 붉은 열망 발등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차가운 집념 발아래 묻어둔 연두 빛 소망.
어느 님이 떨구고 간 외로운 눈물 한줌 이끼 낀 바위틈에 촉촉이 묻어나고 연인들이 흘리고 간 다정한 이야기 꽃 푸새 위에 손잡고 하얗게 웃고 있다.
이제 다시 내일을 노래할 때 발아래 꿈꾸던 상념을 깨워 설레는 아침 사랑을 얘기하자. 아지랑이 조울 거리고 양지바른 언덕 밑에 노란 꽃다지가 방싯 웃지 않느냐.
사진/변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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