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단편중 '93'이란 것이 있다.

큰 배가 항해 도중 폭풍을 만났는데,
배의 선창에는 수송용 대포가 실려 있었다.

대포를 묶었던 쇠사슬은 큰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고,
대포들은 배를 파괴하며 무섭게 굴러 다녔다.
몇명의 선원이 결사적으로 선창에 내려가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대포를 붙잡았는데...

작가는 이 배를 인생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파괴하는 가장 무서운 적은 밖에서 오는 풍파가 아니고,
배 안의 대포인 '미움'과 '원한'과' 분노'가 사람을 망가 뜨린다고.

가장 실리적인 이상을 추구하는 자들의 집합체에서도
'알지 못할 암시'의 경쟁에 늘 정신을 놓지 않아야 하고
방관자의 모습이 아닌~

대립하고 방어하려 무수히 보이지 않는 수고로 애쓰고,
긴장하고 심적 무장을 해야하는 사회생활은~
때에 따라서는 염증이 나기도 하지만 다른 표면에서는
'실어증 환자'로 전이되는 추세가
현대인의 신종병으로 드러나지기도 한다.

틈새를 공략하려는 정신의 세계는 마음을 비우지 않고
전투의 태세로 몰입하다 보면,
자신의 철저한 뇌쇄적인 그늘에 잠식 되어져
스스로의 외경으로 비화되고
적잖은 파장으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가미하게 되고...

더러는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강도 높은 반감은
새로운 사회문제로의 이슈가 되기도 한 것처럼
최근의 뉴스를 장식하는 사건은
모름지기 도외시 되어갔던 또는 흔한 합리화로 들먹거리던
정신 이상자의 행동반경을 성급히 논하는 범주와 상통하기도 한다.

내재되어 있는 감정의 분출은
아주 다른 양상으로 개체에 미치는 '돌연변이 현상'이라고 평하기는
또 무엇할진데..

우리는 사소한 감기 정도만으로도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구하듯이
정신병이란는 병명은
그런 사소한 '그럴 수 있음'이 '마땅한 흔한 병'으로 논하여져서
병원 출입이 잦은 외국의 실례처럼
관심도가 가까워져야 마땅 하려니와~

오늘
전혀 감각도 없이 몸속의 독약을 상시에 품고 사는
우리의 현실과 대안을 직시해 볼때,

어느 것에서건
쉽게 안주해 버리려는 치사하고 안이한 습성 때문에
많은 것에서 후에 남아있을 '화나게 함'과 '서글픔'과 '비정함'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생각 되어진다.



작가 : 유정 200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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