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요조

2003/3/31(월) 22:50 (MSIE5.5,Windows98;i-Nav3.0.1.0F) 211.195.197.214 1024x768


'에밀리엔'의 납작 돌멩이와 '아이리스'의 납작돌멩이, 그 상관관계




      지난날의 일기에서

      내 속엔 휴화산 같은 열기가 있나 봅니다
      한번 터지면 밤낮을 모르고 용암과 열기를 내어 뿜는
      이 열정을 하나님이 아셔서 진작 날 잡아 주셨더라면
      나는 불쌍한 이들의 등불이 된 성 테레사’수녀도 될 수 있을 터이고...너무 오버한 언감생심?
      어렸을 적 그렇게나 미술부에 들고싶어 안달이 났을 때
      ‘아서라, 극장 간판 장이 될라’ 하신 아버지 말씀만 아니였어도
      지금쯤 캔버스에다 내 이 주체 못 할 열정을 원색으로
      북 부욱 그려 넣으면 반 분이나 풀릴텐데------
      잘 쓰지도 못하는 글쟁이가 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닐 때 뭔가 속에서 부글거릴 때
      나는 곧잘 혼자서 강으로 내 닫습니다.
      내가 가까이 할 수 있는 강은 '한탄 강’으로 그 경관이 매우 빼어납니다.
      지각 변동으로 생겨난 강이라 ‘그랜드캐넌’처럼은 아니드래도
      강 폭이 그렇게 생겼습니다.
      어떨 땐 차를 달려 어디쯤 내려선 혹시 임진강이 아닐까 하고
      둘러보곤 하다가 깎아지른 벼랑을 보곤 한탄 강을 구분해냅니다.
      깎아지른 암벽 군데군데엔 천연동굴도 눈에 뜁니다.
      한탄강에 오면 바다 가까이서 출생해서 바다를 못 잊어 하는
      난 바다를 느낍니다.
      조용히 흐르다가 강폭이 좀이라도 좁아지면 거센 물살을 일으키며
      여울이 노도와 같이 도도하게 소용돌이 치며 흘러 내립니다.
      그런 곳엔 언제나 갯 내음 대신 비릿한 물 비린내가 치솟습니다.
      강이 흐르다가 그냥 질펀한 곳이 있습니다
      상습적으로 물이 범람하는 곳이라 불모지로 버려진 땅인데,
      미군들의 사격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강가엔 한참을 걸어도 모자랄 넓은 자갈마당이 펼쳐집니다.
      엎디어 허리가 아프도록 돌을 줍기 시작하면 어느덧 하루 해가
      뉘엿 뉘엿 다 져버리고 시간은 아쉬울 지경으로 흐르는 물살 같습니다.
      돌에 대한 지식따윈 필요치 않습니다.
      그냥 마음에 드는 돌을 줍다가 무거우면 여러 개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하나보다 더 나은걸 보면 또 그걸 버려야 되고---
      그 일을 반복 하다 보면 이 세상엔 막상 내 것 이다, 하고
      미련이나 애착을 느낄 일이 덧 없어 집니다.
      강 바닥의 돌들도 이렇게 각각의 모양인데, 하물며 사람임에 어찌
      모양새가 같을까마는 그래도 해 질 녘엔 그런대로 두어 개 내 손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듯이 내가 살아가면서... 좋은 인연이 내, 황혼녘에도 손안에 들듯이
      소중한 몇 사람 정도는 가슴에 따듯하게 남아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2001년1월3일 ....쓴 글 중에서



      돌... 그냥...유난히 작은 돌들을 좋아했는데...
      줏어서는 짝 맞추어 선물로도 즐겨 했었는데..
      (납작한 것은 좌대로 좀 봉긋한 것은 좌대위에 맞추어 올려서)

      지난 추석연휴에 망중한을 틈 타 아이들이랑 본 비디오 [에밀리엔]

      '에밀리엔'
      아니.. 비디오 자체 이야기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드라마 구성,
      개개인의 캐릭터를 시시껄렁한 잡동사니로 설정해 두었는데도 마음에 공명음을 내며 아주 크게 다가온다.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모두가 그렇게 친근함으로 가까이 다가 올 수가 없다.
      다 볼 때까지 난, 내내 행복할 수 있었다.

      주인공 "에밀리엔"은 물수제비를 아주 잘 뜨는 아가씨다.
      물수제비가 잘 떠질 납작하고 예쁜 차돌만 보면 주머니에 슬그머니 집어 넣는 아가씨,
      별난 부모님덕에 친구없이 집안에서만 홀로 자라 지극히 내성적인 된 아가씨,
      그 아가씨가 어느날 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물어다 주는 일을 하게되고
      남들과는 엉뚱한 사랑을 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며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흐믓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입가에 머물게 해주는 ...
      진정 아름다운 이야기,
      잘 보고나니......덩달아.. 그냥 그저 행복했다.
      등장 인물마다 별로 중요치 않은 허접한 캐릭터를 나열했는데도 엄청 재미난 이야기....

      물수제비를 뜰 돌을 주머니에 슬금 슬금 집어 넣는 것이 그냥..웬지 좋았다.


      아 그랬었구나...나에게.. 허균의 누실명 처럼...누옥(陋屋)이 하나 있는데,
      아이리스를 보고는...(에밀리언을 볼 때는 미처 생각 못한/물수제비를 뜰 줄 모르니까...)
      마루에 내가 모아둔.. 자갈돌.. 동그란 바구니에 한 바구니 하고도
      마치 고추를 말리듯.. 무우말랭이를 말리듯 채반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은 나의 작은 돌들을 보고서야


      아~~ 나도 그랬었구나... 하는 무딘.. 아니지..치매에 가까운 망각증상.
      그 날은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었다.
      그래 나에게도..나도 돌을 부지런히 줏어 모으는 습관이 있었지
      가슴이 맥없이 답답해지면.. 임진강이든 한탄강이든 달려나가 줏곤 버리고 다시 줏고는 버리고
      하루종일 그러다 보면 두 손아귀에 몇 개 남은.. 작고 앙징맞은 납작은 돌들...
      나도 그랬었어.. 그런데 잊고 있었어, 내 일이 아닌 것처럼..까마득히,

      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

      열린마당에 [이십세기소년]님께서 비디오 감상문을 적어놓으셨다. [아이리스]
      하도 좋아서 허락도 없이 이렇게 들고 나옴을 이해 하실른지?

      '아이리스' 감상문 클릭 Look~


      Dear 존 베일리


      제 안식구는
      귀하의 순애보에 눈물짓고

      저는
      귀하의 마나님 자랑이
      마냥 부럽습니다.

      말이 쉬워
      알츠하이머지~~

      예,우리는 그것을
      바람벽에 똥칠한다 이릅니다.


      압니다
      알고말고요.

      귀하의
      그 황금 같던 사랑,
      조바심에 애태우던 사랑을---

      근대요,
      귀하가 마지막으로
      아이리스에게 들려주려던 얘기는
      무슨 내용인대요?

      아, 예
      함께 웃고파서요.

      귀하가
      추억의 속치마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실 제

      예, 저는
      귀하의 등 뒤 침대에서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지던 납작 돌멩이를 보며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


      한국 대청마루에서
      /20세기 소년 올림


      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

      아이리스를 보고

      우울하다.

      늙는다는 것이...
      아이리스 꽃처럼 싱싱하고 예쁜 그녀가 시든 아이리스 꽃처럼 되는 처절함~~

      아이리스가 말하기를

      "인간은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하면 섹스를 하고 우정을 쌓지요.
      다른 존재에서도 애정을 느끼죠
      동물이나 식물이나... 돌멩이까지도 사랑합니다"

      아무리 이상이 높아도
      아무리 열정적인 젊음을 지녔어도
      아무리 매력적인 미모일지라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니....

      괜히 우울한 일요일밤?.....
      아니네
      우울한 주초네...

      왜 이리 무겁지
      등짝에 깃털?이 물에 푹 잠겼다 나온 무게를...

      여보소서~~
      소년님!
      담에는 보믄 행복해지는 비됴를....
      부탁드립니다.
      에이,

      못된 사람...
      얄궂은 사람 같으니라구...


      글/이요조


      "아이리스"를 보고는 한동안 우울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그녀도 왜 그리 부지런히 납작돌들을 줏어다 날랐는지...

      나는 오늘 나의 누실(陋室)에 가서 납작돌들을 렌즈에 담아보며...

      나에게는 이제

      에밀리언이 줏어모으던 물수제비 뜰 납작돌같은 젊음은 사라진지 오래고

      아이리스가 줏어 둔 돌들... 사물을 사랑하던 그녀가

      임종한 .. 베개위에서 천천히 떨어지던 그 돌의 환영을 본다.

      천천히 가라앉는 생명처럼, 낙화하는 꽃잎처럼,

      소리없이 부드럽게 내 눈을, 내 마음을 잡아두며 떨어져 내리던

      그 돌멩이가

      나폴대며 위로 날아 오르는

      나비로 오버랩(내 심술로 강제 설정)시키면서...


      글/이요조






      이 화창한 봄날에..
      이제 두 번 다시는 이런 돌 줏으러 다니는 쓸데없는 짓은 안할 것이라고
      정녕 다짐을..해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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