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기*


아무에게도 전화도 하기 싫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다.

누구에게든 전화만 오면 저쪽에서
혹시 잘못 걸린 전화가 아닌가 몇번을 확인해 보다가
"목소리가 왜 그래요?"

집안 시숙 한 분이 전화를 해 오셔서는
"제수씨 음성이 왜 그래요?"
하시길래 평소 나의 뒷 목 아픈 걸 잘 아시는 분이라

"혹시나 그 영향인가 해서 갑상선을 떼 내 봤어요"
했더니... 그 작은 일을 뭐할려고 소문을 내셨는지
집안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다들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여기고 사는지라 오랜만에 전활하자니 여간 머쓱한게 아닌가보다.

"안녕하세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시 조카넘이다.

"ㅎㅎ~~ 밥 먹고 잘 사알지"

"건강은 어떠세요"

"나.. 건강해 "

"근데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짐짓 능청을 부린다. 나도 그에 맞게 응수해 줘야지

"나? 변성기여 할머니 음성으로 전환할려구"

.............

25km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곳,

팔려고 전세도 두지않고 비워둔 단독주택, 그 앞집에서 연락이 왔다.

"거기 똘똘이 아줌마네 집 맞지요? 아니 목소리가 왜그래요? 못 알아 보겠어요"
"아니 아주머니~ 어쩐 일이세요?"
"웬일인가 싶어서요 그럴 분이 아닌데.. 마당이 너무 풀밭이라~"
"ㅎㅎ~ 제가 좀 아팠어요 비 온 뒤 언제 한 번 가야지요 곧 갈께요"
"그랬구나 오세요 저도 도와드릴께요"

오늘 같은 날이면 풀도 잡아 끄는대로 쑥-쑥- 뽑아질 터인데...
아직은 움직이기 싫은건지 가기가 싫은건지...
...........

어제 부엌 싱크대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보았다.
상추? 아니면 대파에서 묻어왔겠거니 여기며 일 하던 중이라 나중에
찌꺼기 바구니를 비우면 쓰레기통으로 보내지겠거니 하며
신경을 쓰지 않고 물로 씻어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잊었다.
나물 데친 뜨거운 물도 버린 것 같은데...

어디서 살아 나왔는지 오늘 또 싱크대 주변을 얼쩡거린다.
보내줄 데가 영 마땅치 않다.

여기는 풀도 아무것도 없는 시내 한 복판인 데,
생수병을 카터 칼로 구멍을 조금내고 거기에다 달팽이 집을 만들었다.
"그래 내가 키워줄께... 요즘 다른 이들 보면 악어나 뱀도 키우던데.. 내가 너 하나 못 키우랴"

물을 조금 붓고 상추 잎도 하나 넣어주었다.
달팽이는 기어 오르더니 이내 없어졌다.
"아니..어디로 갔을까?"

뚜껑을 열었더니.. 그 뚜껑에 거꾸로 매달려 웅크린 모습이 저으기 안온한 표정이다.

밑바닥 습기도 마다하고 상추 잎도 마다하고 뚜껑에 거꾸로 웅크려 잠든 것 같은 모습,

"그래 오늘부터 네 이름을 '빠삐용'이라 명명한다"

슬그머니 부담감이 생긴다.

오늘부로 내가 양육해야 할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아니지..

또.. 숱한 생명들~~

24일날 난생처음으로 이 나이에 콩나물을 길러 보려고 콜라 패트병을 잘라

콩을 넣고 물을 주었더니 오늘에사 뿌리가 내렸다.

까만 비닐로 감싼 콜라패트병, 싹이 났을까? 궁금해서 벗겨보기를 여러번~~

드디어 오늘,
그 눈이 톡톡 터지더니..기여히 하얀 발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에구 신기해라~ 부지런히 물줘서 길러야지.

가만! 그런데 콩나물은 길러서 국 끓여 먹으면 되지만 달팽이는?

달팽이는 어쩌지??

아 맞다! 콩나물 국에 멸치대신 넣으면 쓰겄다.

크하하하~~~







2003년 6월 26일 못된 엄마의 일기
(일주일 뒤 우리집 식단 메뉴/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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