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1)




      나는 입니다.
      전생에 당신을 떠나
      이생의 바다에서 홀로 흔들리며 떠 있는,

      당신은 모르시지요
      외 글자 이란 이름 하나 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까마득한 예전 우리가 하나였을 때
      당신을 부여잡은 손목을 그만 놓치고
      동그마니 홀로 된 나,

      시간이 구름처럼 천천히 흐르고 있는
      평화로운 듯 졸고 있는
      더없는 풍경이지만

      파도에 패이는 가슴으로
      내가 얼마나 고독해 하는지
      차마 당신은 모르실 것입니다.

      날마다 나는 당신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갈매기 편에 늘 부쳐 보내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언제나 해풍에 실린
      갈매기의 빈 날개짓 뿐입니다.

      망망대해 아득한
      우리 사이를 고마운 어느 뉘 있어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 준다면

      내가 당신에게로
      갈 수가 있을까요
      당신이 먼저 내게로 달려 오시겠어요?

      그 게 백년,
      아니 천년이 된다 하여도
      이 자리에 망부석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이요조







      섬(2)




      깊은 바다 속
      뿌리내린 해초처럼
      네 발목을 부여잡는 이 누군가?

      해가지면 어두운 밤바다로
      자맥질하는 머리를 푼 섬은
      포말(泡沫)에 몸을 섞고,

      파도에 가슴패기 닳고 닳아
      각혈로 응혈진 갈망은
      끝없는 꿈의 부유~~

      연모는 사뭇 회한이 되어
      뭍을 외면하고 돌아누워
      담(痰)맺힌 울음에 목이 메는 너,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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