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솔향
처음 딸아이가 신형으로 바꾼다며 버린 휴대폰을 주워 내 것인양 쓰게 됐을 때, 아직 쓸만했던 그 폰엔 이런 글이 새겨졌다. [솔향 폰 갖다] 그땐 글 넣을 줄도 몰라서 딸이 새겨준 말..
해가 가고 달이 가고.. 그 폰은 아주 아주 꼬진 탱크폰이 되었고.. 어느 때는 터지지도 않는 벙어리폰이 되었기에..
큰 맘 먹고 새 폰을 하나 장만하던 날, 나는 꽤나 엄숙한 포즈를 취하며 빛나는 새폰에다 이런 글을 꾹꾹 눌러넣었다. [새롭게 살자]
평범하기 이를데없는 말.. 그러나 정말이지 그무렵의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주 새로운 삶을 살고싶다는 어떤 간절함에 속절없이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으니..
그러다 얼마쯤 후, 나는 그 말을 외출에서 돌아와 화장을 지우듯 쉽게 폰에서 지워냈다. 이유라면...글쎄.. 새겨진 말처럼 날이갈수록 새롭게 살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구태의연함에 물들어 '새로움'을 향해서 전혀 '전진함'이 없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는데.. 실은 그게 "난 왜 이렇게 밖에 못 사는 거야..."하는 우울증 비슷한 '허무'로 '나'를 등떠밀고 있었던 것.
그 허무 앞에 맥없이 무너져내리기는 싫었던 건지 지금의 폰엔 다시 새긴 글귀 하나, 거대한 플랭카드인양 펄럭이며 떠 있다.
[생각했다면 행동하라]
속을 메우고도 허물어져내리기 일쑤인 '생각'들을 모질게 다잡아보고 싶었던 나름의 메시지.. '생각'하고도 '행동'하지 못한 게 얼마나 많았던지.. 그래서 얻지 못하고 잃어버린 게 많다는 '생각'을 했기에..
'생각'이 '생각'을 낳고 낳고 또 낳는 관념의 울타리 속에 갇히어 살았던 내 과거. 행동의 결과물이 불행일까봐.. 得이되기 보다는 失이 될까봐.. 그렇게 살아온 지난 세월의 흐릿함이, 초조함이, 우유부단함이 이토록 가슴을 저려올 줄이야 몰랐었기에..
[생각했다면 행동하라] 지금, 이 짧은 글귀를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나가다 보노라니 슬며시 엄숙한 미소가 가슴을 치받고 오름을 느낀다. 머쓱해진 마음에 당장 무엇인가를 결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나온 세월의 흔적만큼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뱃살이라도 흔들어 빼기 위해 동네 산자락이라도 올라야만 할 것 같은.. 흠,,,이 얼마나 엄숙함인가..^^;;
ㅎㅎ 다음엔 또 어떤 말이 휴대폰 첫화면에 불을 밝히며 새겨질 지는 알 수 없지만 슬며시 미소가 떠올려지는 엄숙한 이 글귀가 아직은 좋다. [생각했다면 행동하라].....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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