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일진데 사랑도 그러하여라~
이사 떠난 빈 집
그 곳엔 이젠 내가 없다. 그 집엔 이제 내가 그리던 아무 것도 없다.
집에만 들어서면 습관처럼 켜서 돌리던 티뷔 리모콘도 없고 무언가 속이 허전하면 괜스레 들락거리며 열어보던 주방의 냉장고도 이젠 그 곳엔 없다.
'꼭 읽어야지'하며 사두고는 채 읽기도전 아무렇게나 내 팽개치곤 무료한 생각날 때마다 문득문득 찾아 헤매던 읽을꺼리도 없다.
아침 저녁으로 닦던 잇솔도 없고 입으로 부지런히 따순 밥을 퍼 날라주던 내 수저도 없다.
언제나 덮기보다 감고자던 포근한 이불도 없다.
백화점 쎄일 때 그냥 빛깔이 고아서 사둔 여태껏 용기(勇氣)가 없어 차마 두르지 못한 라벨도 채 떼어내지 않은 실크 머플러도 없다.
모양새는 별로지만 그렇게 편안할 수없던 산책길에 늘 즐겨 신던 신발도 이젠 그 곳엔 없다.
어쩌다 간혹 어쩌다가 들취보면 미소가 베어물리는 눈부신 젊음과 옛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있던 앨범도 없다.
늘 날 보며 목말라하던 화분도.... 매일처럼 나의 눈길, 마음길 온통 빼앗던 컴텨도... 늘 애정에 굶주려왔던 외로운 강아지도..
그리하여 내 손길만 기다리던 모든 것, 나의 체취가 베어있던 내 모든 것들은 이미 그 곳에 존재치 않는다.
--그렇듯 이제는 내게서 훌쩍 이사(移徙) 떠난 그대없는 텅- 빈 집~ 거기에 홀로 남겨진 내 사랑의 잔해들을 하나 하나 낙엽처럼 줏어모아 책갈피 갈피에 뉘워 잠 재워나 보련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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