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요조 (yojo-lady@hanmail.net)


2003/10/20(월) 18:16 (MSIE5.0,Windows98;DigExt) 218.156.130.220 1024x768


사람의 일일진데 사랑도 그러하여라~  







      이사 떠난 빈 집




      그 곳엔 이젠 내가 없다.
      그 집엔 이제 내가 그리던 아무 것도 없다.

      집에만 들어서면 습관처럼 켜서 돌리던 티뷔 리모콘도 없고
      무언가 속이 허전하면 괜스레 들락거리며 열어보던
      주방의 냉장고도 이젠 그 곳엔 없다.

      '꼭 읽어야지'하며 사두고는 채 읽기도전 아무렇게나 내 팽개치곤
      무료한 생각날 때마다 문득문득 찾아 헤매던 읽을꺼리도 없다.

      아침 저녁으로 닦던 잇솔도 없고
      입으로 부지런히 따순 밥을 퍼 날라주던 내 수저도 없다.

      언제나 덮기보다 감고자던 포근한 이불도 없다.

      백화점 쎄일 때 그냥 빛깔이 고아서 사둔
      여태껏 용기(勇氣)가 없어 차마 두르지 못한
      라벨도 채 떼어내지 않은 실크 머플러도 없다.

      모양새는 별로지만 그렇게 편안할 수없던
      산책길에 늘 즐겨 신던 신발도 이젠 그 곳엔 없다.

      어쩌다 간혹 어쩌다가 들취보면 미소가 베어물리는
      눈부신 젊음과 옛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있던 앨범도 없다.

      늘 날 보며 목말라하던 화분도....
      매일처럼 나의 눈길, 마음길 온통 빼앗던 컴텨도...
      늘 애정에 굶주려왔던 외로운 강아지도..

      그리하여 내 손길만 기다리던 모든 것,
      나의 체취가 베어있던 내 모든 것들은 이미 그 곳에 존재치 않는다.




      --그렇듯 이제는
      내게서 훌쩍 이사(移徙) 떠난 그대없는 텅- 빈 집~
      거기에 홀로 남겨진 내 사랑의 잔해들을 하나 하나
      낙엽처럼 줏어모아 책갈피 갈피에 뉘워 잠 재워나 보련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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