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타나스

헨델의 라르고 "옴브라 마이 퓨/프라타나스나무의 그늘의 찬양"을 바치면서

























"Ombra mai fu" : 어떤 나무 그늘도 이보다 못하리



언젠가
난 문득 피었다가 문득 지고 마는
애닯은 冬柏을 찬미하느라
푸라타나스를 엇대어 흉했다.
이렇게

"푸라타나스~
그는 새 잎이 돋아나는 봄에도
매달려 있다.
연두 빛 새싹이 돋아나는 봄의 행렬에도
누우런 갈색 이파리를 듬성 듬성 매단 채

추한 모습으로
눈치도없이 따라 나선다.
우리 이름으로 하여
버짐나무….

우리들 삶의
진정한 끝은 언제일까?
파티가
절정일 때 사라진
신데렐라가 아름답듯이…….
파티의 파장은 쓸쓸하고 추하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음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축복받은 일인가?

시간 맞추어
기차역에 나가듯
때 맞추어 갈 수 있는 인생,

약간은 아쉬운듯한
나머지 생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그렇게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

이랬었는데......
요 근래 창경궁과 창덕궁 사이를 오가며
한 아름 실히 더 됨직한 해 묵은
프라타나스 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몸통이 버짐이 핀 것 같다고해서
우리 학명으론 버짐나무,

그 나무 등걸이 버짐 핀 듯 추해서 볼성 사나웠는데,
요즘 내 눈에 비친 그 나무는
허물을 벗어내듯이 껍질을 벗고
마녀의 요술에서 갓 풀려난 두꺼비 왕자처럼
늠름한 황금색의 매끈한 몸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어디서 저리도 고운 나무 등걸을 보았더란 말인가
귀한 황금 빛을 안으로 감추고 있었던
저 나무의 겸손의 미덕을......
그리하여 마침내 소망을 이루듯 하는 저 묵묵함을...

오늘 난
푸라타나스 나무를 과감히 黃金木이라 불러본다
집안에 있던 朱木도 그냥 이름이려니 했었다
어느 날 껍질이 벗겨졌을 때
붉은 속 살이 드러난 걸 그제야 본 나는 그 붉을 朱, 朱木임을

뒤 늦게사 깨달은 나는
내가 왜 바쁜 삶을 사는지
왜 교만으로 가득 차 있으며
겉으로만 황금 빛 옷을 걸치기를 꿈 꾸려 했는지,
한 그루 나무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나의 실체를 만난다.


이 요조
(두 해 전 初夏에)

















헨델의 라르고 "옴브라 마이 퓨/프라타나스나무의 그늘의 찬양"을 바치면서

헨델의 오페라 "Serse"는 이 라르고 부분의 "Ombra mai fu"로 유명해졌습니다.
남주인공은 당시 유행하던 카스트라토의 배역으로 지금의 메조 소프라노정도의
음역입니다.

가사와 해석은 :

Frondi tenere e belle
나뭇잎이여 부드럽고 아름답구나
Del mio Platano amato,
나의 사랑스런 플라타나스 나무(의 나뭇잎)
Per voi risplenda il Fato
너희에게 운명이 미소짓게 하자
Tuoni, Lampi, e Procelle
천둥, 번개, 그리고 폭풍우가
Non vi oltraggino mai la cara pace,
결코 방해하지 않으리 너희들의 사랑스런 평화를
Ne giunga a profanarvi Austro rapace.
결코 부는 바람도 너희들을 더럽히지 않으리.

Ombra mai fu
그늘이 결코 만들어진 적이 없네
Di Vegetabile,
나무의 (그늘이)
Care ed amaile
소중하고 사랑스러우며
Soave piu.
(그리고 너희들보다)더 부드러운(그늘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http://classicals.com/music/GeorgeFredericHandelhall/mobydick.html

유럽의 카운터테너계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스 숄의 목소리,
http://my.netian.com/%7Ebjaehoon/counter_tenor1.htm

일본의 카운터 테너인 요시카즈 메라(Yoshikaz Mera)도 만나실 수가...















사진: 정윤영님
그림: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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