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긋기 *
애써
금을 그어댔다.
절대적 내 영역이었다.
만년화판으로 가리기도 하고
란드셀로 담을 쌓기도 하면서
내가 자라났다.
내 것
내 점수
내...차례
내....순서..
내,,,할 일...
내 짝,
나를 느끼고
모두를 인지한 후
나를 구축했다.
칼로 그어진 금,
그 틈 사이로 뿌리 내린
비리고도 여린 실핏줄을
튼실해지도록 키워 낸,
내 영혼을 세월속에서
조근조근
영글게 만든
작은 내 최초의 땅,
깔깔 대며 맑게 굴러가던 웃음소리와
햇살처럼 부서지던 동심이,
초로의 봄볕에
불현듯 깨어나는
..............
녹색의
추억긋기
회상.
글/이요조
하단부에 녹색회상2가 연결 됩니다.
"정말 생뚱맞은 회상 2"
이 그림을 옆자리에서
홀깃 훔쳐 보던 딸이 그랬다.
"엄마.....
내 어릴 때랑 별반 다를 바 없어요"
"그 때도 이렇게 연필 색깔이 고왔어요?"
그랬다.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자랑은 아니지만...
부산.....
지역상 우리는 일본과 가까웠으므로 당연히
일제를 많이 썼다.
연필은 물론이지만...
크레용도.....백조 크레파스라고 있었는데..
얼마나 색감이 좋은지
그려 논 그림이 달랐다.
내가 저학년일 때는 크레용뿐이였는데
미끌미끌하며... 제대로 칼라가 나오지도 않았었다.
곧 이어 우리도 질은 떨어지지만 12색크레파스가 나오더니
이내..화려해지며 가지 수가 불어났다.
문구류도 질이 얼마나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지...
우리 부모님은 애써 구 해 주셨다.
(실은 애쓰지 않아도 지천이였다)
옷, 그릇... 심지어 수영복에 물모자까지도.....
화장품... 본견까지도...
일제의 범람속에서 자라났다.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다.
굳이 일제를 사서 쓸 필요조차도 없게 되었다.
각설하고,
그랬었다.
또 딸은 엄마..시험지 점수도 더 내려가야
분위기가 어울리지요.
맞기야 맞는 말이다.
..............
난
딸을 중학교에 보내고
학교 육성회에 참가해서는 분개했었다.
경기도 지방으로 올라와서
첫 아이 배정 받은 학교
얼핏 입학식날 와서 보곤
처음 와 보는 날이다.
운동장 스탠드석을 꾸미는데.....
돈이 얼마 얼마가 드니......그 걸 만들어 내란다.
부아가 치밀었다.
스물 여섯에 낳은 첫 아이
26년전의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딸아이 학교에 비할바가 아니였다.
거꾸로 가는 비감을 느꼈다.
우리는 제대로 된 미술실이 있었으며...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으며...
음악실은... 구덕 수원지 숲이 내다 보이는.....
의자는 화음을 고려해서
원형으로 둥그스름하게.....
뒤로 갈 수록 높아지는 음악당이였다.
바깥 경치는 숲에서 새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화장실은 또 어땠던가...
우린 향수다방 이라고 불렀다.
화장실 건물 중앙에는 정원이 있었고
중앙에는 물론 하늘이 뚫려 있었다.
유일하게 우리 학교엔 실내 체육관이 있었고.....
연못에다.....
동백나무 조경에다...붉게 흐드러지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 꽃에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에다 우비까지 차려입고는
친구랑 연못위 돌 다리를 건느며 애드가 알란포우의 애나벨리를 외우곤 했었다
사춘기 여린 꿈을 부풀리기엔 더 할 나위 없던 곳이였다.
그런데,
정작 내 아이가 배정받은 중학교는
(부모 잘 못 만난 탓도 있겠지만)
수세식은 손님 오실 때나 열어두고 (전시용으로 사용)
푸세식을 사용케 한다고 들었다.
칠판은 녹색이 연두빛이 다 되어있었다.
난, 벌떡 일어서서
경상도 사투리 쎈 억양으로 지껄여댔다.
그 날 첫 육성회가 열리는 날
아이들은 복도에서
도끼다시? 바닥에다 왁스를 바르고 있었다.
나는 그 당시 결고운 마룻바닥에 양초를 문질러댔었는데.....
찬 돌바닥은 깨끗하지도...않았다.
그 곳에서 여학생들이 엉거주춤...모여 앉아
왁스칠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뭔가 울컥 치밀었다.
학교가 아니라
내 눈에는 마치 포로수용소 건물처럼 다가왓다.
군데 군데... 정결한 이음새도 결코 아니었다.
이 것은 완전히 돼지 얼굴에다 콜드 맛사질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칠판을 닦는 아이들이.....
백묵가루를 마실 게 분명한 사실이었다.
변두리 사립학교......
이사장은 자기 재산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어찌하여 이 판국에.....
돌로 쌓는 스탠드석 이야기가 거론 되는냐 말이다.
자기네들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몰몰한 사람을 또 회장으로
유임하잔다.
천만의 맘만의 말씀이다.
난 그 때 마악...유행하던 용어.....원탁회의를 하자 했다.
오라고 소집은 뭣 땜에 하며...
지난해 회장 유임은 누구 뜻으로 하지는지...
입도 벙긋 못해보고
학부형들은 과연 상호간에 얼굴은 물론..
의사 하나 살필 겨를이 없이..무슨 회의 냐고...
육성회 회원간에 얼굴도 모른 채 집에가서 호구처럼 무조건 돈만 내어 놓으라니.....
일원짜리까지도 들어 간 그 예산비는 어디다가 근거를
빗대어 내 놓은 산출법인지.....
아이들에겐...교육엔 직접적인 혜택이 시급한데
내실은 엉망인채...
돌로..잔디로 꾸미는 스탠드 석? 칠판이나 바꾸어 보라고,
어림 반푼도 없는 소리 말라고
일어나서 다그쳐 댔다.
그러고는 휭...나왔다.
선생님을 하나 딸려 보냈다.
"어머니... 교장 선생님께서 꼭 좀 뵙자는데요"
"일 없어요"
그 선생님은 명령을 하달 받은 죄로 사색이 되어 애원..아니 구걸하다시피
운동장을 거쳐..... 교문 밖에 까지 따라 나왔다.
그러마고.....
그 선생님의 필사적인 행동을 보아서라도...
(에휴..이 선생님이 뭔 죄 있나 싶어...)
그럼 담임만 뵙고 가겠다고하니
꼭 그렇게라도 해 주십사...감사하겠다며 조아린다.
그러마고 약속을 하고...
교문 밖에서.....집에다 막내 아이(유치원)전화를 좀 걸고 교무실로 가겠다니...
곁에서 오들 오들 떨고 서있다.
교무실로 들어갔다.
교장실은.내가 따로이 교장을 만날 이유가 없으므로
난 담임만 만나겠다고 했으므로...
그 선생님은 그 것 만으로도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게 보였다.
담임 선생님을 찾아뵙고
" 선생님께는 누를 끼치게 되었다고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갓 여대를 졸업한 여리기만한 깜찍한 여선생님,
살짜기......
"아니요 어머님.....정말 정말 잘 하셨어요.
저희들 속이 다 씨언해요"
하는 게 아닌가......
아무튼 뒷날 그 선생님은 교원 노조로... 좀 복잡했었지만 지금은 서울 모 여학교에 잘 계신다.
아직도 딸 아이(첫 제자)와는 종종 연락을 하는
아주 자매같은 사제지간이 되어있다.
그 때 그 이사장(중 고등학교) 부부들은 한 5년 전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잠적해 버렸다.
(신문 방송에서...한참 떠들었다)
말로만..미션스쿨에다...
가기 전 날 까지......
하나님께 맹세하기를...
(교육장님 함께 동석한 자리의 증언을 토대로)
마지막 새벽에 마지막 까지 챙기기를 마무리 하고 떠난 아내 교장 선생님.....
철저한 가면을 쓴 교육자들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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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흥분했었나 봅니다.
그냥 단숨에... 화가 나서 와르르 써 내려 간 글이라
좀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전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윗 글은 사실이므로.....
(녹색이어야 할 칠판이 다 닳아빠진 연두색으로
변한.....
가슴 막힐 것같은 이야기가
딸 아이의 말 참견으로 떠 올라서.....)
이요조/2002년 2/19일 오후 2시 30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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