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밤



      어둠이
      깊은 어둠이
      뚜벅 뚜벅 내게로 걸어왔다.


      검은 베보자기
      탈을 쓴 으스스~
      더러 익숙한 모습으로,


      남은 한 치의 키를
      더 보태기 위해
      내게 안기려 두 팔을 벌리고 와


      삼단같은 검은 머리채를
      마구 풀어 헤쳐서
      푸른물에다 잠구면


      수초처럼, 해초처럼,
      번져나는 어두움의
      물 그림자


      톰방!
      한 방울의 낙숫물에
      소름돋는 절규,


      톰방! 톰방!
      두 방울의 낙숫물에
      소스라치는 고독,


      동짓날 밤
      그렇게 가늣한 허리는
      건듯건듯 이어지고


      톰방! 톰방! 톰방!
      거량도 못하게
      허리가 길어


      공방살 낯짝에
      팥죽같은 기미만
      그믐밤 저 홀로 섧다.




      글/이요조
      photo by yo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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