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전나무 위로 보이는 (우리 집) 대형트리?
"까악까악"
아침마다 들리는 까치 울음소리,
마당의 아주 작은 감나무에서 무려 신통하게도 열다섯 개의 감이 조로롱 맺히더니
한 개의 유실(遺失)도 없이 고대로 잘 자라 주었다.
하도 신통하여 아까운 김에 감을 따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겨울을 맞았다.
새해가 되도록 감을 두면 까치가 늘 와서 울어 줄 것이 아닐까 싶은 미련에서였다.
설날 꼭두새벽에 거리에 나가 맨 처음 들려오는 소리로 1년간의 길흉화복을 점치고,
이를 '청참'이라 한다는데, 까치소리가 들리면 참으로 길하다고 한
'세시풍속도'라 반추해 보며 욕심을 낼 요량이라면 모두는 날 보고 비웃을라나?
첫 해 수확이라 따지는 않고 그냥 두려고 사진이나 찍어 들어왔다.
웬걸 사진 속에 나타난 오른쪽 감이 하 수상하여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훗! 까치가 이미 절반의 작업에 들어갔다.
동치미를 퍼오기 위해 마당 모퉁이로 나갔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삐이~ 삐이~~"
거리며 나를 피해 바삐 멀어져 가며 나는 두 마리 새,
까치처럼 흰색은 보이질 않고 날렵하며 까맣다. 제비보다는 훨씬 크고....
그렇다면? 아닌데..까마귀보다는 날쌔고 훨씬 작은데,
새끼 까마귀인가? 우는 울음이 덩치에 비해 병아리 비슷한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소문 난? 우리 집 감을 맛 보러 들렸나 보다.
재작년인가? 집사님네 부부가 와서는 자기네 감나무 곁가지를 가져왔노라며 마당에다가
지팡이 같은 막대기 하나를 꽂다시피 심어주셨다.
묘목이 하도 시답잖게 생겼기에 시큰둥이 인사를 했었는데,
그새 몇 년을 비워두었던 집에 감이 열다섯 개나 조로롱 매달렸다.
잠깐씩 정신을 놓으시는 어머니와 두어번의 수술 후 석연찮은 나의 건강을 생각해서
지난 가을에 다시 이사를 들어왔었다.
흙을 밟으면 사람이 地氣를 받아 건강이 혹여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이다.
일부러 꽃도 사다가 꽂는 셈치고 그냥 빨간 감이 좋아 내처두었다.
감 잎새가 새파랗던 10월엔 꽃보다 더 보기 좋더니..
11월 드디어 감잎이 저도 보아달란 듯이 함께 붉은 낙엽이 들고서는
동시에 둘 다 그만 때깔을 잃고 말았다. 그러게 뭐든 하나만 밀어줘야 한다니까...ㅎ~
실은 감잎도 낙엽이 들면 예사로이 예쁜 게 아니다.
얼마나 열매 못지 않게 붉게 드는지, 아마도 자세히 눈여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엄니는 감을 왜 안 따느냐고 성화를 내셔서 이젠 정말 따야겠다고 맘먹었다.
엄니 말씀은 첫 열매는 남자가 꼭 따야지만 해 거르지 않고 많이 맺힌단다.
흐이구... 남존여비사상이 까짓 열매 하나 따는 데도...
여자가 첫 열매를 따면 그 다음에는 해를 거르는 동티가 난다실까?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참말로, 울 엄니도...."
그리고 몇 개를 따더라도 첫 열매는 큰 자루를 갖고 가서 담아 와야 하는 법이란다.
그래야만 해해년년, 많이 열리는 법이라신다.
에궁..말씀대로 따라야지...어명이신데,
시키시는 대로 막내 넘에게 가위를 들리고 난 큰 소쿠리를 들고나섰다.
작은 감이 얼마나 야물딱지게 매달렸는지, 손으로는 잘 따지지도 않는다.
그러게 맺힌 처음 그대로 온전히 다 매달려 있지~
물경(아햏햏)...열한 개를 땄다.
일찌감치 한 개는 까치 밥으로 상납하였지만... 세 개를 더 남겨두었다.
그 작은 감나무 덕분에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듣는 명징한 까치 소리라니....
예로부터 까치 소리는 길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감 열한 개를 식구 여섯에게 골고루 나누려니, 며느리인 나만 적게 먹으면 된다.
감이 얼어서 쪼그라들었다.
물컹물컹 얼었다 녹았다가 반복해서 인지 무척 달았지만 따로 두 개를 정성스레 챙겨서
바쁜 일로 정신없는 지방에 있는 남편에게 요 며칠 다녀왔다.
남편에게도 보잘것없는 감이지만 잘 건사해 가서는 입맛을 다시게 하고,
그랬는데.. 그 까치 감은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우리 집 마당에 날아온, 까치도 까마귀도 아닌 새, 우는 울음도 참 특이했었지 하는
생각이 미치자 마침, 새들에게 세 개의 감을 일부러 남겨두었던
그 감 생각이 나서 한밤인데도 카메라를 챙겨 나가 보았더니,
정말 세 개를 거의 다 먹어 가는 중이었다.
고맙게도 챙겨 먹었음을 보고는 왠지 흐뭇해졌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얄팍한 감상에 젖어
거의 자정이 다 된 한밤, 뜰에 내려 서성대며 섰더니,
일찌감치 메리 크리스마스는 우리집 마당에 먼저 당도해 있었다.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따로 필요가 없다.
교회 첨탑에 걸린 트리가 마치 우리 집 전나무 위에 걸린 트리 장식처럼 보인다.
야밤에 마당에서 나는 기묘한 트릭으로 만들어진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파인더에 담는다.
우리 집 마당에서나 집안에서나 환히 보이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데
따로 만들 필요가 뭐 있겠는가 말이다.
뭘 더 바랄까? 금상첨화로
제발 눈만 펑펑 내리는 하얀 크리스마스만 된다면~~
Merry Christmas!
White Christmas!
White Christmas/Pat Boone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
Where the treetops glisten and children listen
To hear sleigh bells in the snow
And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With every Christmas card I write
May your days be merry and bright
And may all your Christmases be white
And have a merry Christmas
And have a merry Christmas, too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With every Christmas card I write
May your days be merry and bright
And may all your Christmases
All your Christmases
All your Christmases be white
White Christmas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나는 하얀 크리스마스를 꿈 꾸고 있다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
딱 내가 알고 있던 것들처럼
Where the treetops glisten and children listen
나무의 꼭대기가 빛나고 아이들이 듣는 곳
To hear sleigh bells in the snow
눈 속의 썰매 종을 듣기 위해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나는 하얀 크리스마스를 꿈 꾸고 있다
With every Christmas card I write
내가 쓰는 모든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May your days be merry and bright
너의 날들이 즐겁고 빛나라
And may all your Christmases be white
너의 모든 크리스마스들이 하얘라
And may all your Christmases be white
너의 모든 크리스마스들이 하얗거라
이층에서 성에 낀 유리창으로 바라보이는 교회첨탑
◈postscript
그러고 보니 요즘엔
까치가 이사를 갔는지...까치 소리 끊긴 지 제법 되었네요.
먹을 게 없어서 아마 가족들이 멀리 떠났나 봅니다.
한 두어 달 전인가?
요란스레 까치들이 동시다발로 울기에 웬일인가 싶어 주방 쪽 창문으로 내다보았지요.
단발마를 내지르며...댓 마리가 후드득 급히 땅에 내려앉고..공중에서는 난리도 아닙니다.
뒷마당으로 나가보니... 어느새 그 문제는 수습했는지...
안도의 소리!
늘 듣던 까악까악! 평정의 소리만 허공에 남긴 채 다들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아마도 틀림없이 어린 새끼가 비행 중에 삐끗하여 실수라도 저지른 모양 같았습니다.
대단한 가족 애를 눈으로 귀로 확인했습니다.
참,
추운 오늘 아침에도 또 그 녀석들이 들렀습니다.
삑~삑~~ 우는 고 녀석들 말이에요.
안방 창문을 살그머니 열고 내다보았지만...
우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 몸체는 보이지 않네요.
맞아요 까치가 떠나고 난 후.... 찾아온 새로운 손님들이에요.
삑~~삐삑..아주 애처롭게... 불완전한 새 울음소리를 내는...
덩치는 큰 가녀린 새들...
오늘 감나무 부근 담장 위에다 먹다 남은 밥이라도 올려놔야겠어요.
12/24 드디어 실체를 보았는데....
집 뜨락에 살짝 댕겨 가는 넘,
까치가 없는 날이면 찾아오는 넘,
좀 전에 다시 삐익 삑- 소리가 나길래
안방 커튼을 젖히고 보니 바로 눈 앞에
나뭇가지위에 앉은 잿빛 새...
까치보다는 작고 제비보다는 두 세 배쯤 크고
해서 얼른 충전하던 배터리끼워 카메라를 챙겨보니 그 자리엔 이미 날아가고 없다.
현관으로 나가보니
분명 새소리는 들리는데...
그 몸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풍경소리 뎅그렁거리는 문을 열면
분명 날아가 버릴텐데...
눈에 선한 그, 새...
이름이 대체 뭘까?
응석난 병아리처럼 우는 소리를 하는
덩치 큰 이름모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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