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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오후,

저녁끼니 때우기가 좀 어중간해서 패스트푸드 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하나 사들고

서울역발 부산행 ktx를(19:04)탔다.

그러나 옆 좌석을 생각하자니 (냄새를 피우기가)좀 그랬다.


언젠가 동반 석에 오른 아저씨..얼마나 배가 고프셨는지..

후라이드 치킨을 올려놓으셨는데.. 마침 그 자리에 군인 둘이 앉게 되었다.

새마을호와는 달리 식당 칸이 생략된 ktx라

냄새는 한 차량 안을 진동하고도 남는데..아저씬...군인들에게 "함께 먹자~" 고 하셨으나

둘은 사양하고 아예 눈을 감아버린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즐거워야할 신병 첫 휴가차 나온 군인들에겐 얼마나 무지한 고문이었을까?


그 생각에, 저녁대신 준비하긴 했어도 분위기 봐서  참든지 해야겠다고 했는데

옆자리 아가씨도 마침 똑같은 패스트푸드 봉지를 내려놓고는 먹는 게 아닌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나도 모르게,

"잘됐네요 난 혼자면 어쩌나 했는데..."

하면서 접이식 테이블을 피고 부스럭 봉지를 올리는데 좀 살짝만 미소 짓듯 해도 어디 덧나남?

나를 이상한 듯 빤히 잠깐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어간다.

허허 참나, 난 참으로 되게 머쓱해졌다.


'에혀! 내가 주책이지 걍 말없이 먹으면 될 껄 가지고...'

속으로 자조했다. 앞으로 노친네처럼 굴지 않으려면 절대 침묵해야지 하고,

어쨌든 둘 다 잘 먹었다.


아가씨..일순 신발을 벗더니 발을 올려 앞좌석 앞사람의 어깨 부분까지 발을 올린다.

발 냄새가 심하진 않지만 나긴 한다.

또 전화는 얼마나 길게 자주 해대는지....

간호사 원서를 내고 즉석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내려가는 즐거운 하행길인 모양이다.

즐겁겠지~ 게다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힘들었겠지~

하지만 나는 참느라 힘이 들었는지, 아니면 발 냄새와 잦은 통화에 질렸는지

픽업할 동생 전화에다 대고는 딱 한마디만 한다는 게

"응,응, 9시 49분(도착이란 말도 생략, 재빠르게)"

그 날 밤, 동생은 9시 40분으로 듣고는 조금 이르게 9시 30분에 역에 나와서는 그럭저럭 한 30분 좋이 기다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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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정행각이 진한 어린남녀를 보았다.


밍크코트에다 모자까지 일습으로  잘 차려 입으신 할머니 한 분,  내심 견디질 못하시고

"야들아~~ 너희들 그렇게나 좋으니?" 그 말에 머뭇거리지도 않고

"예~~~~~"

수줍게 웃으며 밝게 대답한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어른들이 아가씨의 밝은 대답에 왠지 모두는 기분이 밝아졌다.

모두들,,,웃었다.

선듯 밝은 대답 하나에 모든 게 용서가 될 것 같다.

나도 입가에 미소를 베어물다가  할머니께 말을 건넸다.

"할머니, 어쩌시려고,,,요즘 젊은이들은 째려본다구요...아님 낭패를 당하시든가..."

"나? 뭐가 무서워? 나 막 해버려...세상에..눈꼴시어서 원,"


옛날이야기다.

시집 온지 열흘이 지나도 서방님 얼굴을 잘 모르겠는지라

대청에서 시숙, 시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동서에게 넌지시 묻기를 "형님 어느 게 제 서방 이예요?" 했다는...

격세지감이지만 요즘 젊은이들 너무 심하다.

아마도 집에서 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바깥에 나가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미리 한 번 이라도 제대로 교육을 시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거나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과 기분이 무거워지는 사람이 있다.

글도 마찬가지.  이젠 가능하면 밝은 글로만 그 흐름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전철에서 분실물을  찾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무거운 기분으로 글로 썼다가

악플 네티즌들에게 혼났다.

물론 공감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예상치도 않았던 악플이 섞여서 괴로웠다.

심하게는 마녀사냥 글이라 악플을 달았는데.. 이러다간 내가 나를 잡을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암시랑도 않더니만,

말꼬리,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니, 이래서 사이버 다툼이 생기나보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함께 다투려 시시비비를 논할 설왕설래가 싫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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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 거의 마지막 정왕역에는

여자 화장실에 등이 굽은 할머니의 뒷짐 진 모습을 그린 한국화가 걸려있는데..

붓질 몇 개의 선으로도 얼마나 그림이 내겐 좋아 보이는지..

늘 찍어야지 했었는데,

마침 그 때 청소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직접 엎드려 걸레질을 하시는 것이다.

그림보다 엎드려 걸레질을 하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부터 나도 모르게 먼저 찍었다.

급하게 조작하느라 후래시가 터지고 아주머니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나는 짐짓 그림을 찍는 척하며 ....

"아니...왜 바닥을 손수 걸레질 하세요? 대걸레는 어쩌고?"

딱히 더러워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집안일처럼 그렇게 하는 것뿐이라는..

그 아주머니의 사진은 애석하게도 날려버렸다.


모든 일에 열심을 다하는, 그런 이들은 자기 삶에도 솔직할 것이다.

만나서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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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에서

칸이 네댓 개인 별로 많지도 않은 여 화장실에 사람들이 네댓 명 줄을 섰다.

내 뒤에 있던 40초반의 아주머니가 줄에서 벗어나...화장실문에 바짝 가까이 가서 섰다.

아무 말 않으려다가 내 뒤를 돌아다보니..거의가 내 나이 이상인 분들이고 그나마

그이가 제일 젊다.

"급하세요?....모두 줄서서 차례대로~~"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고개를 휙 돌리더니 "먼저 들어가면 되잖아요?"

'흥! 별꼴이야~' 그런 표정을 짓는다.

볼일을 마치고는 황망히 그 곳을 벗어났다.

두 번 다시  그녀를  부딪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기분 드러버지게 잡치고 싶진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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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외지에서 미장원을 갔는데

여자 둘이서만 손을 맞춰 일하는 곳이었다.

주인임직한 이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고, 한 이는 있는 그대로 수수한 모습이었다.

빼어난 외모의 주인인 그녀의 친절도 친절이지만  수수한 이의 친절은 따뜻함과 자상함이 한껏 배인 친절이었다.

머리를 말고 기다리며 쉬는 시간에 책을 좀 달라고 했더니 두 사람이 동시에 든 책이 달랐던 모양이다.

"이 책이 나을 것 같아요" 하더니 그녀가 내민 책은 가벼운 읽을거리지만 내용이 밝은 책이었다. " 한 번 읽어 보세요~ 읽을수록 좋아서요.~"

화보가 잔뜩 든 잡지보다는 열 배 스므 배는 훨씬 나은 책이었다.

좀 있더니  "저희들 간식인데 함께 빵 좀 드실래요?"  묻는다.

마침 배가 부른지라 됐다고 사양을 했다.

"그럼 차라도?"

기다리면서 좀 전에 녹차 한 잔을 얻어마셨기에 그도 됐다고 사양했다.

"이거라도 한 번 드셔보세요~ 보기보다 정말 맛있어요!"

하며 건넨 사탕...

세 번째 까지는 거절할 수가 없어 하나는 입에 물었는데...

머리감기기, 말하는 법, 행동하나가, 미용사로써의 숙련된 모습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기본 예의를 잘 갖춘 보기 드문 아가씨였다.


울 아버지의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인만한 종업원 없다는...

이발소에 가시면 주인의 머리 감기는 손에는 애정이 들어있다 하셨다.


나는 얼핏 그런 상상을 해봤다.

혹시..자기는 뒷전에서 도우미로 있는 진짜 주인이 아닐까 하고...

정문에는 없는데...뒷문에는 XXX hair 라고 이름이 적혔기에

누가 XXX 냐고 물어봤다. 우문 같지만,

당연히 외모가 세련된 그녀가 주인인 미용실이다.

머리를 풀고 잠시 카메라를 가져와서 바깥에서 미용실을 한 장 찍었다.


주인은 퇴근을 하고 아가씨는 눈이 녹아 출입구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는 물이 빙판을 이루는 곳에, 발판을 갖다 놓는다.

소금을 뿌려보라고 권유하니...맛소금뿐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맛소금이라도 급한 대로 뿌리게 하고 나는 속으로 아가씨를 축복했다.

미래는 확실히 보다 나은 삶을 꾸려나갈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2005년 12월 7일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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