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천    /(1924년) 정지용


압천 십리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임 보내기
목이 젖었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어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뿍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떳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마음
압천 십리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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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부할 때는 정지용 시인을 몰랐었다.

이데오르기의 깊은 골은 망각의 강이 되어 흐르고, 그 江 뒤편으로 그를 돌려 세웠었다.

어느 해부턴가 '향수'란 노래가 성악가와 가수가 함께 부르면서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비로소 해금된 시인이자 詩라는 것을 우리는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

나는 못 부르는 노래지만 '향수'를 즐겨 부르게 되었는데, 노래방 싯귀는 틀린 곳이 많아 아쉬움을...

 

오늘 또 나는 그의 '압천'이란 詩에서 같은 떨림을 얻는…….

정지용. 그는 참으로 시골 고향집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 같은 시인이다.

 

감히 개인 글을 덧붙이며/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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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교토 도시샤 대학에서 이인석 옥천문화원장(오른쪽) 등 한국과 일본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지용 시인의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의 시비가 18일 일본 땅에 세워졌다. 장소는 시인의 모교인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대학의 교정 한복판, 대학 후배 윤동주의 시비 바로 옆이다.
제막식은 이날 다바타 노부히로(田端信廣) 도시샤대 학장과 시인의 유족, 한국 문단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시인의 대표작 '압천'을 새긴 가로 1.8m, 세로 1.2m, 너비 70cm 크기의 시비는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의 화강암으로 제작됐다.
다바타 노부히로(田端信廣) 학장은 "정 시인이 젊은 시절 문학 수업을 쌓던 교정에 시비가 세워져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시인은 1923년 이 대학 영문과 입학해 29년 졸업했다. 시인은 유학 중이던 26년 국내 문단에 등단했고, 일본 문예지에도 시와 수필 등을 발표했다.
윤동주 시비 옆에 정지용의 시비가 세워진 건 우연이 아니다. 시인 정지용을 흠모하던 청년 시인 윤동주는 정지용이 공부한 도시샤대학으로 유학을 결심한다. 42년 유학을 떠난 윤동주는 그러나 45년 사상범으로 몰려 일본에서 옥사한다. 훗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학이 95년 윤동주 시비를 세웠고, 다시 10년 뒤 그의 스승이랄 수 있는 정지용의 시비도 세운 것이다.
이날 행사는 조국에서도 온전히 조명받지 못한 시인의 시비가 일본 땅에 세워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지용은 1930년대 한국 현대시를 이끈 인물이다. 윤동주는 그를 스승처럼 여겼고, 조지훈.박목월.박두진 등 숱한 시인이 그의 추천으로 문단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는 잊혀진 존재였다. 남측에선 월북 시인으로, 북측에선 순수 시인으로 몰려 남북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다. 한국전쟁 중에 숨졌다는 사실도 2년 전에 알려졌다.
시비에 대표작 '향수'가 아니라 '압천'이 새겨진 것도 이유가 있다. '압천'은 시인의 교토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압천은 교토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가모카와(鴨川)를 가리킨다. 양쪽 둔치를 따라 이국풍의 카페가 즐비하다. 하여 낭만적 풍광 그윽한 가모카와는 파리의 세느 강과 곧잘 비유되곤 한다. 청년 정지용도 가모카와 강변을 거닐면서 시심을 키웠으리라. 거기서 고향 옥천의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을 떠올렸으리라. 시인은 압천을 바라보며 "날이 날마다 임보내기 목이 젖었다"고 노래했다.
정지용 기념사업회 오양호(인천대 교수) 회장은 "일본에 2002년 정지용 시선집이 번역 출간되면서 일본 학계의 재평가가 이뤄졌다"며 "이제라도 시비가 건립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비 건립은 해마다 5월 지용제를 열고 있는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관했다.

교토=예영준 특파원

 

 

 

 

 

 

 

'향수'를 들으시려면 블로그 랜덤뮤직을 끄시고 플레이를 눌러 주세요

 

 

 

 

향수(鄕愁) 


 

 

핵심 정리

주제: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제재:고향의 정경

성격:향토적,감각적,회고적,시각적--자유시,서정시

출전:<조선지광>(1927.3)

표현상 특징:시각적 이미지 중시

            (토속적이고 원초적인 이미지의 대상이 주로 등장됨)

            참신하고 선명한 감각성

            인간의 근원적 정서의 표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회고적 기법으로 처리)

            서경과 서정의 교차를 통한 내적 리듬의 형성

            후렴구를 통한 의미의 강조(주제를 부각시킴) 및 형태상의 균형 획득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시상 전개

제1연: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향 마을을 둘러싼 자연적인 공간을 제시

 

      넓은 들판과 실개천의 대조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옛마을이 유서깊은 전설의 터전임을 암시

 황소;'온순,평화,한가로움'의 이미지

 해설피;소리가 느릿하고 길며 약간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

      금빛 게으른 울음;공감각적 표현(청각→시각)

      해설피,게으른;농촌의 한가함을 대변해 준다.

 

 넓은 벌판과 그 벌판 동쪽 끝으로 흐르는 옛이야기가 얼켜 있는 실개천이 있는 곳이요,실개천은 물장구치며 놀기도 하고,고기잡이도 하던 곳이요,그 곳은 또한 어린아이들이 잠자리와 메뚜기를 잡으려고 뛰어다닐 때,얼룩백이 황소가 울음을 울며 지나던 곳이다.시적 화자는 봄의 시골 모습인 벌판 실개천과 황소를 그리워하고 있다.

 

제2연:겨울밤 풍경과 아버지에 대한 회고.

 

      질화로,짚벼개:전형적인 농가의 방안 환기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시간의 경과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활유(의인화),바람이 분다(지나간다.)

엷은 졸음:살풋 든 졸음을 감각화한 표현

      아버지:'자애'의 이미지

      짚벼개:'휴식'의 이미지

 

 질화로의 재가 식어지면,문틈으로 찬 바람소리가 들리고,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던 방이다.계절로 보면 겨울이다.질화로가 있는 겨울은 여러 가지를 연상시켜 준다.질화로에 밤을 구워 먹으면서,옛날 이야기를 듣던 구수한 고향을 떠오르게 한다.겨울에 즐기던 연날리기 불놀이 윷놀이 등을 그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며,동시에 늙으신 아버지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떨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애정의 표시이기도 하다.

 

제3연:시적 화자의 유년기의 직접적인 경험 회고

 

흙에서 자란 마음과 파란 하늘빛의 대조:현실과 이상 사이의 그것과 조응.

함부로 쏜 화살:上昇的 지향성과 함께 유년기의 순수

풀섶;풀이 많이 난 곳

이슬;'청신함'의 이미지

함초롬;가지런하고 고운 모양

 

 고향의 흙 속에서 자란 온정이 감도는 마음,그리운 파란 하늘,화살놀이를 하면서 뛰놀던 풀섶 등을 그리워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다.맑고 깨끗한 품성을 길러준 고향의 소박한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제4연:누이와 아내에 대한 회고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역동적 심상

                         원관념-검은 귀밑머리.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평범한

      사철 발 벗은 아내:가난을 암시

      누이:'理想,깨끗하고 때묻지 않은 순결'의 이미지

      아내:'현실,생활과 속세'의 이미지

 

 고향에 있는 어린 누이와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다.시골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여인들의 모습이다.궂은 일에 온갖 고생을 참고 지내던 조강지처의 모습과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함께 보낸 누이를 그리워하면서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도 그리워 하고 있다.

 

제5연:단란한 농가의 정경

 

      성긴 별;드문드문 돋아난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

      서리 까마귀;가을 까마귀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의 대조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황량하고 싸늘한 초겨울의 분위기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 집안의 따뜻한 분위기

      초라한 지붕:가난을 암시

 

 하늘에 있는 별,서리 까마귀 우짖고 지나가는 지붕과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구수한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은 가정의 단란을 떠올린다.

 

해설 및 감상

 이 시는 정지용의 초기시의 하나로서,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主情的)으로 노래했다.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공간은 당시의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며,누구에게나 강력한 정서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고향의 정경이다.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이 시는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각 부분마다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는 연이 먼저 나오고'---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는

①이미지에 통일성을 이루기 위한 연과 연을 연결하는 유대(紐帶)가 되고 있고,한 연의 종결이나 발단을 전개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②작품의 공간 구조와 시간 구조를 규정하면서 작품에 생명감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그리고 고향을 죽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3.5연은 포근함과 아름다운 꿈이 서려 있는 고향의 모습이다.

 2.4연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긴 고향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시에 동원된 시어들은 실개천과 얼룩백이 황소,질화로,짚벼개,서리 까마귀,등 전통적이며 토속적인 어휘들이다.

 

향수(鄕愁)

정지용의 초기시의 하나로서, 1930년대에 지니게 되는 이미지스트의 시풍과는 달리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主情的)으로 노래했다.

그는 충북 옥천(沃川)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도쿄에 유학하던 1923년 경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공간은 당시의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며,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특정한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서 한국인이 지닌 향수의 보편적 영상으로 수용될 만하다.

작품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마다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는 연이 먼저 오고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의 수법은 무척 단순한 것이지만, 그 어떤 복잡한 기교보다도 절실하게 시인의 심경을 나타내 준다.

다섯 부분의 구성은 순탄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교묘하다. 첫째, 셋째, 다섯째 부분은 포근함과 아름다운 꿈이 서려 있는 고향의 모습이다. 둘째, 넷째 부분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긴 고향을 보여 준다. 작품 전체는 결국 이 두 가지 빛깔로 채색된 고향의 모습이 차례로 엇갈리면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두가 사랑스럽고 그리운 삶의 원천으로 절실하게 결합하는 데에 바로 시인이 노래하는 향수의 깊은 호소력이 있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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