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영진>님 블로그에서

 

개똥 / 신현정

 

 

쇠사슬을 풀어주자 쏜살같이 뛰어나간다

 

급하기도 하여라 그러나 개는 똥눌 자리를 찾아

 

한동안을 쩔쩔 매다가

 

비로서 엉덩이를 좌정하고는 똥을 눈다

 

하, 똥봐라

 

똥에는 하루 종일 쇠사슬에 묶여 물고 띁고 흔들고집어

넣은 이빨자국이

 

요만치 없다

 

그렇게 물고 뜯고 했는데도

 

전쟁의 상흔이란 요만치 없다

 

오히려 화해의 승리의 질퍼난 냄새가 생짜로 오르는 똥이다

 

그래도 개는 무엇이 못미더운지 제가 눈 똥을

 

코로 몇번이고 킁킁거리다가 간다

 

아 마침 하늘은 파랗고

 

나, 그냥 저 똥에 경배하고 싶어진다

 

 

시집  <자전거 도둑> 2005년 애지


 

 
 

 

 

 

                                               신현정 시인 


                           1948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4년 월간문학예 시부문 당선.『그믐밤의 수』
                          
시집 『대립』『염소와 풀밭』 
                           제4회 한국시문학상 수상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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