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마른 들녘의 일기 **








      오월의 가뭄


      요즘 한 낮에 늘 바람이 분다.


      어머님은 모심기 철 음력 4월의 바람은
      가물 징조라 걱정하신다.


      모종을 사 둔지 일주일도 더 된 고추를 심었다.


      때 이른 콩을 절반쯤 심어 둔 것은 제법 자라났다.


      때를 몰라 너무 이르게 심은 그 무지함


      그 덕에 싹이 났다 한다.


      제 때에 심었다면 가물어서 나지도 않을 뻔했단다.


      땅을 파는 그의 곡갱이질에 흙은 푸석거리는
      흰 먼지만 날렸다.


      나머지 반의 반에다 그 것도 드물게 건성 건성……


      고추모종을 했다.


      어차피 올 봄에는 자주 못 들릴 것 같은 예감에…..


      상추같은 것은 포기하고 취나물이나 뜯어 먹으려
      취 씨를 그저 뿌려 두었다.


      가믐에도 강하고 잡초에도 강하다니…..



      검은 비닐을 덮고…..사이사이 구멍을 내고….


      사 둔지 일주일이 넘도록 자라지 못하고
      성장을 유린당한 고추 모종을 꼭꼭 심었다.



      요까짓 얼치기 농사꾼 흉내로도 힘 들다 힘들다 하면서….
      난 먼…..이국 땅에 가서…..


      이렇게 가문 마른 땅, 흙먼지 까지도
      그리워 할 친구를 생각하며


      그나마 때 늦은 모종이라도 힘겹게 하고있는 나를 위로 했다.



      오늘은 다행히도 비가 온다고 했다.


      거의 다 심어 갈 무렵 시커먼 하늘에서 마른 천둥이 쳤다.


      비가 정말 오긴 오려나 보다.


      이 걸 심고 이제 물 주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서…

      돌아 서려다 말고


      수도에다 긴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흠씬 뿌려 주었다.


      얼마나 잘한 일인지…..


      참으로 가문 하늘을 믿지 않은 나 자신이 신통해 보였다.



      하늘이 새카매져 오더니 …
      천둥이 치고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잰 걸음으로 일손을 정리하며 그냥 가려다가....


      그래도 비닐 속에 숨겨진 그 뽀얗고 마른 흙이 못 미더워


      다시 한 번 더 물을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거짓말처럼 쨍하고 해가 났다.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꼭 온다고 하기에는
      그렇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다 빌려 쓰더니……..


      그 게 그저께 31일 일이다.


      어저께만 해도 가깝게 산다면 물을 주어야 하는데….


      고추모종들의 목말라 애타는 소리가 나를 괴롭혔다.


      몸이 무거워…실행하기가………너무 어…..렵….다.


      온 하루를 그 모종들은 물에 허기져서 ………


      아마 지쳐 늘어졌을 것이다.


      그나마 집안에 일주일도 더 되게 반 그늘에 갇혀있던 넘들을……


      어젠 하늘도 내 그런 안쓰러운 마음을 아시는지……..


      드디어 아쉬운 대로 비님을 좀 내려 주셨다.



      내가 손수 심은 그 모종들은 아마 축 늘어졌다가.



      아사직전이다가 흡족한 물을 양껏 먹고 마시고...



      감로수처럼 달디단 물로 지금쯤은 그 아픈 허리를 펴고 있을 게다.



      오월 중순께….


      그 때만 하여도 노란 붓꽃이 눈이 부시도록 화사했는데……..



      너무 잘 퍼져 쓰러져 내릴 것처럼 무거워보이던.....



      식상한 붉은 색에 귀찮기도하여 거의 잘라내었던 줄 장미는…..


      아래 둥치에서 새 순이 올라와서는



      피보다 더 붉은 유난히 붉은 꽃을 눈시울 붉히며 게워내고 있었다.





      글/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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