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29
◎ 이름: 이요조
2003/1/24(금) 10:47 (MSIE5.0,Windows98;DigExt) 211.198.117.111 1024x768

allwool
..
 
 * 유효기간 만료된...'수신없음' 글*
 
꾸역꾸역 신열이 오르락거립니다.
제 육신이 뿌리 박고 있는 언땅은 삼동이건만 용케도 내게 물을 잣아 올려 보내는군요.
덕분에 이리라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제 마음을 그릴 수 있습니다.
모세관 현상인지..무언지도 모른 채 갈증난 마음에 그저 동냥아치처럼 그 습윤을 
꺽꺽 얻어 마시고 있습니다.
새해로 접어든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여직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계획조차 못 세우고,
음력 설에 다시 정립해 보던 그 짓도 포기한 채 멀거니... 
높은 곳에 걸린 못먹는 포도처럼 내일을 올려다만 봅니다.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만 탓하며 그 포도를 따 먹지 못하는 여우처럼"저 포도는 신포도야"
그렇게 신포도라고 우기며 우기며 맥없이 지나자니 그 엉터리 자기 암시에 지쳐버린 
온 몸의 리듬이 허물어집니다.뭔가 이럴때는 단순행동의 되풀이..그냥 몰두할..뜨게질을 
하고싶군요
'예리공포증'이 있는 제가 뜨게질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그러나 그 때는 가능한 일이였습니다.
제 눈은 바늘을 쳐다 보는 게 아니였으니까요
눈은 아마 마음과 손 잡고 멀리 너른 들판이나 겅중거리며 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거짓말처럼 괜찮았습니다.
평생에 뜨게질에 몰두한 적이 두 번 있었는데 아무려나 그 건 그닥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속으로 겹겹이 쌓인 恨을 올올이 풀어내어 다시 짜내는 반복 작업을 하는 것이였으니까요.
적어도 내게는...한 번은 젊었을 적 모든 재산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때였었고
(그 때는 아후강 레이스 뜨기/이젠 눈이 가물거려 포기한)또 한 번, 
역시 그 비근한 스트레스로 하.. 가슴이 답답해 와서 시작한... 마냥 단순해져서  
내 기억들을 모조리 지우고 싶었을 때였습니다.
엄청 정신을 빼고 뜨게질을 하노라니누가 그랬습니다. 
"혹시 아저씨가 속 썩이세요?"속에서 찬바람이 일었습니다. 
그 찬 바람 먼지 속에 내 부연 웃음이 밀려나고..언제나 난 나를 무시하고 싶을 때만 
바늘을 잡았던 것같습니다.그런데 무슨 변덕인지 요즘 다시 잡고 싶어졌습니다.
막연히.. 무엇이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나를 미치게 할,정신은 빼 놓고도 
몰두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놀이,하고싶다는, 뜨게 바늘을 잡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늘은 
목이 더욱 더 아파오는군요.
털실을 내 놓고 멀거니 바라만 보는 며늘에게 제 속내를 알 수없으신 울 엄니..
당신 조끼를 짜드린다는 약속을 몇년이 흐르도록 용케도 잊지 않으셨나 봅니다.
"저기 내 방에도 그 실 두어뭉치 더 있다" 서운함...누가 뭐라지 않았는데..
저 홀로 혼자 타는 설움,친정 엄니 같으시면 대번에.."야야 목 아프단 말 거짓말이제?" 
나무라실텐데,우리 엄닌, 며느리 목 아픈건 대수롭잖으신가 봅니다.
아..나 스스로 삐짐이 드는 이런 요즈음 어머님의 포근함같은 무상의 따스함이 
엄청 그립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베품의 샘처럼.. 늘 마르지 않는 자상한 샘같은 위치에서 어느날은,
나도 어느날은 문득 위로 받고 싶어질 때가 있는 법입니다.
나는 장마철에 누기치인 이불마냥 굽굽하고 뼈 속까지 스민 습기에 아픈 목 언저리 마저 
눅눅하여 나는 가슬하고도 뽀송한 느낌이 필요한가 봅니다. 
나도 늙었나봅니다 내가 베푸는 게 아니라 나도 누군가에게 포근하고도 따스한 손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걸 보니,어머니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마냥 응석이라도 부리고 싶은 
떼쟁이가 되고 싶은데,따스한 온기를...
지난 밤엔 잠결에 그 따스함을 꿈 꾸었습니다.양모같은 따스함,
여름 우기에도 눅눅함을 흡수하는 보기완 다른 가슬가슬하고도 마냥부드럽기만 하던 ....
잊혀지지 않을 기막힌 감촉,난,다른 이들에게 무엇이였을까?
내가 죽고 난 뒤에 그들은 어떤 내 모습을 간직해 줄까?아니 가까이 있는 내 가족들에게도 
난 무슨 위치였을까? 어떤 느낌의 아내로 며느리로 어머니로 자리하고 있었을까?
난, 무슨 색깔의 무슨 모습으로 그 들의 뇌리에 존재하는 잔영으로 비춰질지...
차마 궁금해왔습니다.
난, 진정 무엇이였나요? 어떤 느낌이며 무슨 색깔로 비춰 보이던가요?
누에고치가 만든 부드러운 광택의 실크? 목화꽃이 핀 자리에 영그는 목화 솜?
그도 저도 아니면 나일론? 그래요 나일론, 미군이 이땅을 수호한다고 점령해 들어와 
낙하산 천이 쇠가죽 보다 질긴 천으로 통하고그 때부터 나일론은 천혜의 섬유로 
불리웠다는 그 나일론~
나일론 양말! 밤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전구를 끼운 구멍난 양말을 기워내지 않아도 되었지요.
기워대기만하던 냄새나도록 가난한 우리 삶속에 용감하게도 끼어든나일론의 힘은 수소폭탄보다 
위대했었지요
하얗게 반짝거리는 나일론양말~붉은 엑스란 내복은 거대한 유행을 휩쓸고 지나가고....
우리 엄니들은 다후다를 안팎으로 댄..한복을 유행처럼 입기 시작했었지요.
나일론에도 아킬레쓰는 있었으니....불에 약했습니다. 
아버지의 담뱃불에도 난로가에서도  부엌 연탄불에 직접 닿지 않아도 허망스레 오그라 붙어버리는,
나일론은 천의 얼굴로 양산되어 태어났습니다. 
이불대신 담뇨로... 모직..울..물실크 등으로,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인냥...나 역시나, 
나일론같은 사람이 아니였을까?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다중성을 지닌 인간,천연섬유의 자리에 끼이지도 못할 주제에 가짜로 더 너스레를 부리며 
살아 온것은 아닐까? 하고...성냥개피 하나에도 검게 오그라지며 제 실체를 드러낼 ... 나일론, 
화학絲,어떨 때는 무늬만 순모처럼, 어떨때는 실크처럼, 어떨때는 순면처럼...위장하며...
오만을 떨다 한 방에 나뒹굴어지고 마는...까스를 내 놓으며..까만 재로 처참하게 한순간 오그라지고 마는,
가면을 쓰고 그 씨알도 멕히지 않을 오만함으로 나는 마치 무엇이라도 되는양죽어도 죽지 않고 
부드러운 재가 되지도 못한 채 딱딱한 결정체로 송곳처럼 남아 누구의 심장을 찔러대며 살아 왔던 것은 
아니였을까?나도 따뜻해지고 싶습니다.
나도 사랑하는 가족...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all pure wool 이나all pure silk 가 되고 싶습니다.
단지 희망사항일까요?......오늘은 "신포도"만을 탓하는 내 삶일지라도 나 혼자만의 서러움에 연미복을 입히고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의 선율에 몸을 맡긴 상상의 왈츠라도 추렵니다.
그러노라면 우울이 좀 가실까요?우울할 때는 우울한 음악이 약이 된다네요
그럼..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슬픈 노래나 웅얼거려 볼랍니다...........
마음이 무거울 땐..수신없는 편지를 쓰다보면 고맙게도 無所不在하신 친절한 당신은 언제 어디서건 제게
늘 회신을 보내오곤 했었지요."제 자신을 사랑하라구요?"
"그래요 당신 말씀이 옳아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데... 절 누가 사랑하겠어요"
"그래요 시키시는 대로 할께요"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은 채, 민낯으로도 부끄럽지 않게내게 주어진 제 삶, 
사랑하며 살께요.
나일론일지라도 본연의 나를 사랑하면서 ...
"그럴께요...그래볼께요... 당신 뜻이라면요"
 
이요조
 
 
 
어머니처럼 다 받아 들여주는 포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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