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제1편 "부부"


*주님께*

주님,
오늘은 주님께 기-인 얘기를 드릴까 합니다.
주님 아마 2월 20일 이었을 거예요.
전 컴퓨터에 너무 매달린 제가 한심스러워 도피구를 찾다가
요리학원에다 등록을 해 버린 일이 있습니다.
그 필기 시험이 늘 미루어지다 오늘에야 보았습니다.
요리학원에 등록할 때만해도 시험에 아무 뜻이 없었습니다.
하다가 보니 남들 다 보는 것, 친구 따라 장에 간다고 따라 나섰고
이젠 아예 어려운 코스도 접해보려 목하 생각 중입니다.
이바지 음식이나 상차림에 까지 도전해 볼 요량까지…..
요리를 한참 배우다가 시험 등록을 하니 자연 날자가 미뤄지게 되고
전 2-3일만 공부하면 될 줄 알았지요.
그 미뤄 둔 2-3일이 4-5일 앞서 탕이 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갑자기 위통이 오고 어지럽고…..
전 그만 당분간 아프다는 핑계로 컴퓨터에 관한 건 죄 끊어버렸습니다.

바로 집 옆이 병원인지라…
아니 이웃집이 병원인지라…
종합 병원 가서 대기하고… 검사하고..하는 것 보다,
웬만한 의료기는 다 있는데다…입원해 있는 것이나 진배 없었지요.
이틀을 링거를 꼽고…..거의 입원 수준이지요.
저의 모든 병상 챠트가 있는지라.
큰 병원…건강진단 병력 검사 카피 자료까지 구비해 두었답니다.

고 얄량한 시험 날자는 다가왔고 그 부담감에 더 회복이 더딘 것 같았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였습니다.
별 탈은 없답니다.
아마 카페인 과다 음용(환자 말에 근거)위염 같다고 했습니다.
실은 저, 콜라도 코를 탁 쏘는 맛에 그 자극성이 싫어 피하면서…..
전 날밤 커피 넉 잔에다 콜라 두 잔, 박카스 하나…과식…신경성, 뭐 그런 것이 복합되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슨 신경이냐구요?
들어 보실래요 주님?

주님,
그 날 만난 우리 두 팀은 (집사님네)야외로 나가 식사를 하고
내친 김에 노래방에도 들렀답니다.
노래도 부르고….분위기 다 좋았는데….
집사라 그러면서….세 사람이 약간의 술을 마셨습니다.
끝나고 나서….또 헤어지기 미진한 우리들은
이삭이네 집에 가서 딱 커피 한 잔만 더 하고 헤어지자고
들어 간 게 화근이 되었지요.
무슨 말끝에 이삭이네 부부가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처음엔 늘 그러는 투정이려니~~ 했었는데,
푸념에서 악다구니로 변했습니다.
나에게도 구경만 하냐고 왜 자기 편을(이해)들어 주지 않냐고 …..
이삭 에미는 완전히 돌아버렸습니다.
난감했습니다..
이삭에미는 펑펑 울었습니다.

주님,
이삭이네 집 얘기를 잠간 해 드릴께요.
그 집은 시쳇말로 억대 거지입니다.
IMF로 하던 생업(상업,불황에)도 정리하고 그냥 지내기 어언 한 3년,
생활의 수준은 낮추질 못하고… 쓰임새는 그대로….
큰 집에 들 돈도 많다고 은행 이자만 해도 몇 백이 될 살림규모를
아무런 수입원이 없으니
땅이라도… 산이라도……
덩치가 너무 커 부담스러운 주택이라도 팔릴 줄 알았지요.
아무리 부부사이가 원만해도 경제적으로 압박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주님~
이삭이네는 부부간에 나이차이가 10살이나 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응석받이가 되고
이런 상황에선 가끔씩 철부지 아이마냥 남편에게
엉겨 드는가 봅니다.
(여기서 다 얘기 할 수 없는 부부간의 소원한 것도 분명 있지요)
그래도 이삭 에미에게 남편을 마구 대한다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성격에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그렇게 악다구닐 치다가도 다음날 보면
남편의 악성당뇨를 걱정해서 약도 잘 챙겨 먹이고 심지어,
"여보 미안해~'하면서 쓰다듬기 까지 한답니다.

주님,
정말이지 주님을 향한 믿음이, 굳건한 믿음마저 없다면……
벌써 갈라서든지 아무튼 그랬을 이삭 에밉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솔직한 건지도 모릅니다.
우리 부부는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진 않지만….
그래선지 막무가내 대하진 못합니다.
어른과 함께 살다 보면 평생 그렇게 자기를 누르고 살아가야 된답니다.
왜 저흰들 싸움이 없었겠습니까?
이제 둘 다 50이 넘고 보니 싸울 흥미조차도 없어졌습니다.
그대신 말없는 골이 깊어집니다.
가슴 속에다가 차곡차곡 넣어 두다 보니…….
어느 부부인들 이런 마음의 응어리가 없겠습니까?
우리 두 부부 역시나, 세상에 나가면
그지없이 사이 좋고 괜찮은 부부로 평가되는데도 말입니다.
(우리 부부들은 같은 교회 다닙니다.
남편이 나이가 같고 남 선교회 소속이다 보니
아내끼리도 나이차이가 좀 있지만 자연 가까워졌습니다.)
언제 부턴가 이삭이 에미는 그 한을 뜨개질에다가 풀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뜨개질이 아니라 한풀이 작업 같았습니다.
자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또 괜찮아 질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날과는 달랐습니다.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
"에이 아까 그냥 갈 걸"
하는 후회만 속으로 수 없이 되뇌고 있었습니다.
아마 우리집 그이도 그 순간 저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셋은 다 알코올이 조금씩 들어간 고로 이 시점에서
한 마디 할 사람은 저뿐 이였습니다.

"이삭 엄마~~
언젠가 그랬었지 늦은 밤 뜨개질 하다 말고 실이 엉키면 날 밤을 새도록
그 실을 다 풀어야
한다구…..그냥 가위로 잘라내면 될걸….
그래 그 말 그대로야.
우리 인생하고 같아, 세상사가 엉킬 때 그냥 잘라내 버리면 쉬워
그렇지만 풀어 보려는 노력, 매듭을 남기지 않겠다는 그 마음,그 생각~~
좋아, 왜 하찮은 뜨개질엔 그러면서 막상 왜?
이삭 엄만, 자기 인생에 엉킨 실은 그런 노력이나 해 보았냐구,
날 밤을 새면서라도….. 그 게 바로 기도야 별 게 기돈지 알아?"
아~~ 나이가 좀 많다는 이유로 저도 바담 풍 하는 주제면서…….
그만 나무라고 말았습니다.

주님~~
"집사님도 내 입장이 한 번 되어 봐바~~"
그러면서 대성통곡을 하는 이삭에미를 두고 나왔습니다.

주님~~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는 이렇게 힘이 듭니다.
그 날 밤 저도 가슴 밑 바닥 한 구석이 무척 아려왔습니다.

그 다음날 제게 온 메일 전문입니다.

[집사님,
어제 밤 너무나 확실하게 꿈땜을 한 것 같아..............
이십년이 넘도록 쌓인 한이 하루 밤 푸닥거리로
풀어 낼 수 없어 언제나
망신살로 마무리됨에도 불구하고
왜?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정말로 이제는 지칠 때도 됐는데
어설픈 변명 같지만
한으로 병든 어떤 가슴이
토해내는 한숨정도로 생각하고
날좀 이해해줘 집사님
김 @@ 집사님께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주님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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