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첫째 부인.....
그녀에게는 매일 ..
좋은 화장품에다 좋은 옷에다 좋은 음식에다.....
정말 누구보다 사랑하였습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둘째...
그 아내를 위해서라면 그는 목숨도 마다 않고
잠도 아껴가며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에게 그녀는 삶의 목적이였으며.......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과도 같습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합니다.
늘 보면 그저 그렇지만 하루라도
안보면 못견디게 그리운 그런 아내였습니다.
유일한 인간의 情을 느끼게 해주는 따사로운 아내.....
자상하고.. 그녀가 없이 그는 존재할 수 없을
끈끈한 유대감을 주는 아내였습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합니다.
넷째
그녀에겐 그 흔한 크림한통 로션한통 사 주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손등은 트고 발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머리칼은 수세미처럼 되었고
옷은 언제나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그가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길은 멀기도하거니와 험해서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길입니다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자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합니다.
내가 왜 그 고생길을 같이 가냐면서 어림도 없습니다
그는 실망과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합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셋째에게도 같이 갈 수 없느냐고 했습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습니다." 라고
할 수 없이 그는 별 기대도 않고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해 보았습니다.
넷째는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넷째는
그 흔한 크림한통 로션한통 사 주지 않았으므로
그녀의 손등은 터지고 발바닥은 갈라지고
머리칼은 수세미처럼 엉기었고
먼길을 떠날려니 변변히 입고 갈 옷 한 벌조차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남루한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길을 떠나 갔습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죽음의 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육신을 비유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내 아내 자식들 부모형제, 친인척과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동구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니까요.
넷째 아내는 바로 영혼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로지 내 영혼뿐입니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환한 신작로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던 내 영혼은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며,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 다니던 밝고 환한 길이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마음이 우리 영혼인 것입니다
육신에게는 온갖 겉치레의 멋을 부리지만
막상 내 영혼...
먼길을 따라갈 내 영혼에게...
그 흔한 로션하나 사주질 못해
그녀를 거칠은 하녀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녀에게.....
좋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못해 보았습니다.
오늘 새벽
우린 각자 자기의 영혼을 뒤돌아 보며 기도 하기로 해봅시다
내 영혼은 얼마나 굶주렸으며..
육신처럼 기름진 음식을 원하지도 않는데...
단지 좋은 책 한 권...거기 씌여진 좋은 글귀 한 줄에,
우리는 인색해 하진 않았는지..
내 가여운 영혼을 부여잡고...
위로하며 기도해 보기로 합시다.
오늘 새벽에
당신의 네째 아내...
당신의 먼길을 따라나설 그 아내를
당신은 너무 구박하며 초라하게 만들지나 않았는지...
오늘 기도로 당신의 영원한 동반자가
귀부인의 아내로 동행할 수 있도록,
우리....노력해보지 않으시렵니까?
(그 날 새벽기도는 모두 통성으로...
넷째 부인에게 사죄하고 있었습니다.)
보탬 글/이요조